한난은 민영화만이 갈 길인가?
한난은 민영화만이 갈 길인가?
  • 남부섭 발행인
  • 승인 2008.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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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5월이면 보리밭 구경을 하겠다고 수십만 인파가 몰리는 곳이 고창 ‘청보리밭 축제’이다. 나이가 어느 정도든 사람들에게는 정말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이 보리다. 하지만 끊임없이 펼쳐지는 초원이 없는 우리자연 환경에서 드넓은 들판에 펼쳐지는 푸른 파도는 한편의 서정시와도 같다.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노라면..... 청보리밭을 걷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린다. 그러나 수십만 평의 청보리 밭은 청보리로서 생명이 끝난다. 농민들은 수확을 해봐야 판로도 없고 돈도 되지 않아 축제가 끝나면 갈아 엎어버린다고 한다. 식량 자급률이 30%도 안 되는 나라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청보리의 경제성을 높이는 길은 없을까?
탈곡을 하고 난 보릿짚은 훌륭한 에너지 자원이다. 곡물을 털고 난 부산물은 요즈음 유행하는 말로 바이오에너지이다. 이러한 바이오 에너지는 보릿짚을 비롯해 밀짚, 볏짚, 나무 등등이다. 농부산물 바이오에너지를 잘 이용 하고 있는 나라가 덴마크이다.
코펜하겐에 방사형으로 깔려있는 열배관으로 바이오에너지를 통해 생산한 에너지를 모아 지역난방에 활용한다. 북유럽에서 시작된 지역난방은 이처럼 저급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 고안된 에너지 이용 시스템이다.

그런데 이것이 한국에 들어와서는 변질이 되어 최고급 에너지라고 하는 LNG로 둔갑됐다. LNG로 지역난방을 해 세계 최대 규모의 지역난방사업자가 된 것이 한국지역난방공사이다.
손쉽게 규모를 키워왔으나 사업의 본질을 잊어버린 탓에 ‘국가가 가정의 난방까지 책임져야 하는가’라는 논리 앞에 항상 민영화 1호 명단에 오른다. 한난은 사장이 바뀔 때마다 “집단에너지 사업의 본질에 맞게 경영을 해야 한다”, “국내에 잠재하는 저급에너지 자원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한난은 지금까지 발전소만 크게 지어 전력생산으로 매출을 올리는 방향으로 경영을 해왔다. 내부적으로도 한난은 힘들고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지 않았다. 사필귀정이다. 그렇다고 한난을 민영화 하는 것만이 가야할 길인가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해야 한다.
저급 바이오 자원을 에너지로 활용하는 데는 모든 면에서 부족하기 이를 데 없다.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고 민간기업의 참여를 유도하지 않는 이상 어렵다. 정부가 기업의 요구가 없는데 먼저 특단의 대책을 내놓는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 된 것이다.

한난은 저급 바이오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고 있는 최적의 기업이다. 전국내 사업장과 가장 긴 열배관망을 구축하고 있어 제도적으로만 뒷받침 해준다면 전국에서 발생되는 농산물의 부산물을 에너지로 활용 할 수 있다. 한난을 민영화 하는 길이 지난일 에서 보듯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시간과 정열을 낭비하지 말고 한난을 설립취지에 맞게 저급바이오에너지 자원을 활용 할 수 있는 공기업으로 방향을 제대로 잡는 길을 고민했으면 한다. 우리는 저급 바이오 에너지 자원의 통계도 없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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