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권보다는 시스템을
전권보다는 시스템을
  • 남부섭 발행인
  • 승인 2008.09.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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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가 유럽의 어느 회사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사장 옆자리에 40대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보편적 상식으로는 사장실 내에는 사장 자리 밖에 없는 것인데 의아해 물어 보았더니 “사장 수업을 받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보통 4~5년씩 사장 수업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름하여 선진국들만 모여 있는 유럽인줄 알았는데 도제식 직업의식이 사회 풍토로 자리 잡고 있는데 대해 처음 신기하기도 했다.

먼 옛날 일이지만 공기업 사장들이 무더기로 바뀔 때면 그때 일이 가끔씩 생각난다. 산하 공기업이 제일 많다고 하는 에너지 분야에서 정권 교체에 따라 공기업 사장들이 소위 신임을 얻지 못하고 대부분 교체 되었다. 새로 앉은 사람들은 새 정권의 특성을 살려서인지 경제계(민간기업) 인사들이 대거 발탁 되었다. 공기업의 비능률 경영을 개선해 보자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다. 얼마나 성공 할 수 있을까?

보통 외부 인사가 공기업 사장으로 자리하게 되면 업무를 파악하고 익히고 그리고 회사와 관련한 대외적인 관계를 구축하는데 일년이 소요 된다고 한다. “뭐 그래!” 할지 모르지만 한때 지경부 자원실장을 지낸 사람이 산하기업사장으로 가서 공부를 새로 했다는 일화가 있다. 하물며 전혀 상관도 없는 민간기업이나 정계에서 입성 할 경우 일년이란 기간은 결코 길지 않다.

따라서 보편적으로 일년 정도 지나게 되면 경영전략이나 비전 등을 발표하고 방향 감각을 잡고 본격적으로 일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다가 어느덧 세월은 날아가는 화살과 같다고 했던가. 일에 가속도가 붙으면 연임 운동을 해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결론적으로 우리 사회에 회자되는 공기업 사장 자리는 잘해야 일년 정도 일할 수 있는 자리라는 것이 통설이다. 새 정부가 의욕을 갖고 민간기업 사람들을 공기업에 포진 시켰지만 각 개인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수업기간을 거치지 않고 선생을 할 수 없듯이 피할 방법이 없다. 특히 조직의 배타성이 강한 우리사회에서 외부 인사가 아무리 유능해도 기존 조직과 융화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해 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사실을 아는지 어느 공기업 사장은 “전권을 줄 테니 가서 해보라”는 언질까지 받았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우리나라 공기업 사장의 재임기간은 근래에는 3년을 넘지 못한다. 업무 파악도 제대로 못하고 직원들의 얼굴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사장과 4~5년 사장 수업을 하고 자리에 앉은 사장과의 경쟁력은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이러한 우리의 취약구조를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해 보려는 시도가 우리 사회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사회나 국가가 발전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의 정신문제이다. 그리고 다음은 사회적 시스템이다. 경제성장이나 발전을 위해 인위적으로 취하는 정책보다는 사회발전에 장애가 되는 요소를 제거하고 발전 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정비해 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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