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주유소 특히 자영주유소들이 처한 현실을 감안하면 그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면도 있다. 주유소협회 밝힌 대로 우리나라 주유소업계는 지난 15년간 영업중인 주유소 수가 3882개에서 1만2307개소로 3배 이상 증가한 반면 주유소당 월평균 판매량은 1973드럼에서 977드럼으로 절반이상 감소하는 등 전체적인 수요는 정체된 가운데 주유소 수만 증가하는 제로섬 방식의 의미 없는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형할인마트에게 마저 시장을 잠식당한다면 자영주유소들은 설자리가 없는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
상황 자체는 이렇다. 하지만 주유소 공급과잉으로 인한 주유소들의 재정 악화는 주유소업계 자체의 시장 조정능력 부재가 만들어 놓은 면도 사실 크다. 제살깎기식 경쟁으로 영세 주유소들이 열악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은 이 문제와는 별개의 문제이기도 하다.
정부도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아 주유소들의 반발을 불렀다. 주유소업계는 정부가 대형할인마트에 유통시장을 개방하겠다고 했을 때 긍정적인 입장이었다. 대형할인마트가 석유수입사와 제휴 등을 통해 프랜차이즈 형태의 자기상표로 석유유통시장에 참여함으로써 경쟁을 촉진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유사가 대형할인마트와 제휴해 주유소사업을 하면서 시장을 잠식하는 쪽으로 나가자 뒤통수를 맞았다며 정유사는 물론 정부에도 강한 불신을 표출하고 있다.
정부가 석유유통시장 개방을 추진한 것은 정유사들이 가지고 있는 독과점적 위치에 변화를 줌으로써 석유제품 가격을 인하해보겠다는 것이었다. 지금 대형할인마트가 리터당 100원 사게 팔겠다고 하는 것도 어쩌면 정부의도에 부합하는 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당초 구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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