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풍에너지, 변덕스런 한국바람엔 수직축 소형 풍력발전기가 제격
금풍에너지, 변덕스런 한국바람엔 수직축 소형 풍력발전기가 제격
  • 남수정 기자
  • 승인 2008.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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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시장 지각변동 예고 … 건물·가로등 설치장소 제약 적어
원천기술 확보에 올인 … 컨트롤시스템 순수 자체기술로 제작

2010년 봄 서울 . 46세 주부 나바람씨가 드디어 내집장만의 꿈을 이뤘다. 나씨의 선택은 바로 ‘에너지절감형’ 아파트. 평소 ‘에너지테크’에 열심인 나씨는 슈퍼단열재, 삼중창호 시스템, 자연채광 등을 도입해 건물에 필요한 에너지는 절반으로 줄이고, 풍력 발전, 태양광 발전, 지열냉난방 시스템 등을 설치해 에너지를 직접 만들어 쓰는 이 아파트를 선택했다. 단지에 들어서니 풍력발전기로 가동되는 가로등을 비롯해 주거동, 피트니스센터, 유치원 등 건물 옥상과 모서리에 설치된 작고 귀여운 소형 풍력발전기가 눈에 띈다. 바람이 약할 때도 잘 돌아가는데다 진동, 소음까지 없어 신기하다. 이렇게 단지 곳곳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다 보니 아파트 관리비도 다른 아파트보다 적게 낸다고 한다.  

▲ (위)국내최초로 수직축 풍력발전기 상용화에 성공한 금풍에너지 임직원들이 화이팅을 외치며 본격적인 시장 진출 각오를 다지고 있다.
(아래 왼쪽)경기도 시흥시 오이도공원에 설치된 가로등용 풍력발전기.
(아래 오른쪽)대림산업의 에코3리터 하우스에 설치된 금풍에너지의 풍력발전기.
대형 풍력발전기 위주의 국내 풍력발전 보급시장에 한 중소기업이 일으키고 있는 바람이 심상치 않다. 강원도, 제주도처럼 바람이 센 일부 지역에서만 가능한 줄 알았던 풍력발전이 도심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2003년부터 조금씩 불어오기 시작한 바람은 이제 한반도 전체로 불어닥칠 조짐이다. 그 중심에는 소형 풍력발전기 개발에 올인하고 있는 금풍에너지(대표 박선경)가 있다. 사실 금풍에너지는 기술개발 과제와 함께 수직축과 소형 풍력발전기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는 3가지 미션을 안고 있다. 첫 번째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두, 세 번째 미션은 자연스럽게 풀릴 수 있다. ‘풍력발전기도 가전제품처럼 집집마다 한 대씩 설치할 날이 온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금풍홀릭’을 만나러 지난 15일 정읍에 위치한 생산공장을 찾았다.

‘변화무쌍’ 한국 바람
“우리나라의 바람은 풍향, 풍속이 엄청나게 자주 변한다. 국내 풍력산업이 어려운 이유는 바로 ‘바람’ 때문이다. 대형 풍력발전기는 유럽과 같이 일정한 편서풍이 부는 지역에 적합하다” 금풍에너지 이성환 이사가 말하는 한국 바람의 특징이다.
그의 얘기처럼 한국의 바람은 한마디로 ‘변화무쌍’하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데다 여름이면 북태평양 고기압에 의한 태풍의 영향권내에 든다. 국토의 70%는 산간지역이라 바람의 방향도 수시로 바뀌고 짧고 순간적인 돌풍도 많다. 금풍에너지가 ‘한국형’ 바람에 적합한 풍력발전기 개발에 뛰어든 첫 번째 이유다. 

결론은 수직축 풍력발전기 개발
세계적으로 초기 풍력발전기 개발은 수직축과 수평축이 함께 진행됐다. 그 과정에서 효율을 중시한 수평축이 선택을 받게 됐고, 수칙축은 한동안 외면을 당했다. 하지만 수평축 풍력발전기 용량이 점차 대형화하면서 안전성, 소음 문제로 인해 발전단지는 산, 해안, 바다 등에 조성돼 사람들의 생활 공간에서는 점차 멀어지게 된다. 이와 함께 풍속이 약하고, 풍향 변동이 심한 바람도 이용할 수 있는 수직축 발전기 개발 움직임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금풍에너지 관계자는 “사업시작 당시만 해도 수직축 제품은 세계적으로 제품화 된 것이 거의 없었지만, 현재 20~30개 정도의 제품이 나와있다”며 “금풍의 국산 수직축 풍력발전기 개발이 조금이라도 늦어졌다면 대형풍력시장처럼 수입제품을 들여올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바람에도 높은 출력을 낼 수 있는 풍력발전기 타입은 과연 무엇인가‘
금풍에너지는 2003년부터 끈질기게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시작했다. 국내외 기술 및 시장동향을 조사하면서 주목하게 된 것이 바로 ’수직축 소형 풍력발전기‘.
낮은 생산단가와 안정적인 발전이 가능한 수직형에 국내 풍황에 맞는 항력타입과 양력타입의 발전기를 결합해 풍속이 낮을 때도 높을 때도 발전이 가능한 제품이 금풍에너지가 찾던 정답이었다. 특히 설치장소의 제약이 적고, 건물 옥상이나 모서리 등 도시 곳곳에 다양한 형태로 설치가 가능한 것도 이 제품이 가진 매력 중 하나다.

이성환 이사는 “풍력발전기의 핵심인 터빈, 구조체, 발전기, 컨트롤러를 자체 개발하는데 성공했다”며 “시제품을 제작해 항공우주연구원에서의 풍동테스트는 물론 차량에 싣고 다니면서 필드테스트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는 “최적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원천기술만 있으면 다양한 응용기술 개발이 가능해 건물, 지역, 바람의 특성 등 주변환경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풍에너지가 현재 개발한 제품은 200W, 500W 용량의 수직축 풍력발전시스템. 기둥에 부착하거나 건물에 설치할 수 있는 4가지 모델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5~10kW 등 다양한 용량의 제품군 출시를 준비 중이다. 특히 풍력발전기마다 고유 ID를 부여해 각각의 컨트롤러에서 제공되는 정보를 모니터링 할 수 있으며, 실시간 원격제어도 가능하다.
금풍에너지 관계자는 “컨트롤러가 풍력발전기의 핵심”이라며 “터빈이 최적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제어하고, 모니터링, 원격제어, 운전성능 확인 등 모든 것을 가능케 한다”고 설명했다.
 
대림산업, e-편한세상에 도입 검토
금풍에너지는 3년여의 기술 및 제품개발 과정을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순수하게 자체적으로 해냈다. 이같은 노력이 최근 들어 결실을 맺고 있다. 대림산업이 지난 4일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건립한 주거환경연구센터 ‘에코 3리터 하우스’에 금풍에너지의 제품이 설치된 것이다.
기존 아파트가 연평균 ㎡당 17.5리터의 연료를 사용하는데 비해 이 시범주택은 3리터만으로도 냉난방이 가능하다. 여기에는 풍력발전을 비롯해 태양광발전, 자연채광시스템, 고성능창호, 슈퍼단열재, 지열냉난방시스템, 고효율 콘덴싱보일러, 빗물 활용시스템, LED 조명 등이 설치돼 건물에 필요한 에너지를 대폭 줄였다.

대림산업은 올해부터 분양하는 아파트에 이같은 에너지절감 건축기법을 적용할 예정이다. 지난 4월 분양한 울산 유곡 e-편한세상을 시작으로 앞으로 대림산업에서 분양하는 모든 확장형 아파트가 에너지절약형 건물로 지어진다. 또한 2012년까지 ‘에코 3리터 하우스’ 실용기술을 개발해 ‘e-편한세상’ 아파트에 적용할 계획이다.

대림산업은 이번 시범주택의 옥상에 1기, 기둥에 2기 등 총 3기의 제품을 설치해 성능을 평가한 뒤 앞으로 아파트 건물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실무 부서에서도 아파트 적용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금풍에너지의 수직축 풍력발전기는 건물 모서리 부분에 적층형으로 설치할 수 있어 건물 미관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전력생산이 가능하다. 도시에서도 집집마다 풍력발전기를 들여놓을 것이란 금풍에너지의 주장이 현실이 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국내외 시장서 러브콜 잇따라
지난 5월 대구에서 열린 그린에너지엑스포에 참가해 제품을 선보인 금풍에너지는 국내외 바이어들로부터 잇따른 제품 구입문의가 쇄도하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일본의 한 신축건물에도 제품이 설치될 예정이며, 지자체 공무원, 건설업계, 가로등 생산업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성환 이사는 “그린에너지엑스포에서 만난 외국 바이어들이 높은 관심을 보여 이후에도 제품 공급에 관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오히려 더 관심을 보여 그동안의 고생이 헛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풍에너지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성능인증을 의뢰했다. 품질에 자신이 있는 만큼 본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준비 중이다.
이 이사는 “우선 국내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뒤 독립전원 수요가 많은 몽골, 중국 등 해외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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