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신재생E 추경예산, 임기응변식 정책 전락 우려
이슈분석 신재생E 추경예산, 임기응변식 정책 전락 우려
  • 남수정 기자
  • 승인 2008.07.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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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승인·적격업체 선정 등 숙제 산더미
사용법 교육·A/S 대책 마련 병행해야
올해 추가경정예산안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부문 편성이 현실을 도외시한 임기응변식 고유가 대응정책의 일환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총 3000억원 규모의 이번 추경예산안은 ▲R&D 500억원 ▲태양광주택 100억원 ▲발전차액지원 250억원 ▲지방보급사업 1400억원 ▲융자지원 750억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지방보급사업으로 배정된 지열 500억원, 소형풍력 250억원에 대한 부분에서 ‘예산 소진도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경부에 따르면 이번 지열 냉난방시스템 보급은 파프리카, 화훼 등 시설농가를 대상으로 고유가 대책의 일환으로 하반기에 집중 추진될 예정이다. 500억원의 예산은 수평형·밀폐형(수직형 기준)의 경우 약 150가구에 보급할 수 있는 규모. 일반보급사업 300억원까지 합하면 지열에 투입되는 예산만 800억원이다. 올해 지열 예산 70억원에 비하면 10배가 넘는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 지열업계 사정에 밝은 한 전문가는 “이번이 지열업계에는 기회이자 위기가 될 수 있다”며 “여러 현실적인 문제가 있지만 우선 이 물량을 업계가 감당할 수 있는지, 예산 소진이 가능한지 걱정이 앞선다”고 털어놨다.

시설농가에 지열시스템을 시공하려면 침수의 위험이 적은 저지대를 피해야 하며, 작물을 심어놓은 경우 수평형은 수확 이후에나 공사가 가능하다. 밀폐형의 경우 외부에 충분한 여유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 비닐하우스는 촘촘하게 설치돼 있다. 또한 본인이 소유한 설비에만 지원이 가능해 부지나 하우스를 임대해 농사를 짓는 가구의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같은 조건들을 만족시키는 수요처를 찾아 난방비 부담이 늘어나는 겨울이 오기 전 공사를 끝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수요처 확보 다음 단계는 더 어렵다. 지방보급사업으로 실시됨에 따라 지방의회의 예산승인과 입찰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사업비의 60%를 지원하고 나머지 40%는 지자체 예산과 자부담으로 절반씩 부담해야 한다. 문제는 지방의회 개회와 심의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다 다양한 이해관계와 맞물려 통과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입찰과 관련 한 지열 전문가는 “보통 선두업체들이 물량을 확보해 하청을 주기도 하는데 이번엔 워낙 물량이 많아 하청업체도 입찰에 뛰어들어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게다가 저가입찰로 인한 부실시공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지난해부터 관련 제도를 강화하는 등 부실시공을 막고, 업체의 역량을 키워왔던 노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축적한 시공능력 덕분에 이번 ‘기회’가 지열시장 도약의 발판이 될 수도 있고, 시공능력이 부족한 일부 업체들이 ‘일단 수주부터 하고 보자’는 식으로 사업에 뛰어들 경우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특히 내년에 지열예산이 책정될 가능성이 낮아 업체의 한탕주의가 기승을 부릴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경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은 실적이 있는 기업만 응찰할 수 있도록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2008년 6월 현재 신재생에너지전문기업 가운데 지열업체는 총 426개사. 이중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일반보급사업 참여 등 시공실적을 보유한 업체는 80여 곳에 이른다. 시공실적이 전혀 없는 업체가 80%를 넘고, 실적보유 업체 역량도 편차가 커 우량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은 20개사 정도다. 

이같은 고비를 무사히 넘긴다 해도 사후관리 문제가 남아있다. 지열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낮은 농가에서 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히트펌프를 수리하는 곳을 찾기 힘든 실정이다. 신재생에너지센터 관계자는 “관리소홀이나 침수 등으로 고장이 발생할 경우 농가가 입는 피해는 엄청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겨울부터 발생할 A/S 수요에 대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유가 대책으로 지열이 주목받고 있는 상황을 매우 환영한다. 지열시장은 초기 정부주도에서 규제강화 등을 통해 기업의 기술력이 높아진 성숙단계로 와있다. 이번 사업의 좋은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업계 스스로의 노력과 정부의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열과 함께 도서지역의 소형풍력 보급사업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100kW급 풍력발전기 보급에 250억원을 투입한다는 정부의 계획이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것이다. 국산 풍력발전기 개발은 750kW, 1.5MW 등 중대형 발전기 위주로 진행돼 왔으며, 소형풍력의 경우 잦은 고장 등으로 업체들이 사업을 포기한 상황이다. 한진산업이 100kW급 제품 개발 막바지 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수입 풍력발전기를 들여와 설치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어 풍력 업계 및 전문가들로부터 임기응변식 정책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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