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 장관자리…
지식경제부 장관자리…
  • 남부섭 발행인
  • 승인 2008.07.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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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전 지식경제부 이윤호 장관이 지하철에서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펼치는 사진이 언론에 보도 됐다. 이 사진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3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오일쇼크가 일어났을 때와 다름없는 모습이다.
과거에 오일쇼크는 지역적 상황이 오일쇼크를 불러왔다. 그러나 지금은 구조적으로 일어나는 문제이다.

고유가에 대한 대응 방법이 과거와는 달라야 한다. 게다가 과거 오일쇼크 때는 원자재 가격의 폭등이 수반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유류가격보다 산업 원자재 가격의 폭등이 더 문제다. 일반 국민들은 고유가, 생활물가로 어렵고 산업체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앉으면 물가에 대한 이야기뿐이다. 에너지 업계에서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계약 해지가 비일비재하다. 경이적으로 상반기에 300억 매출을 올렸지만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기업도 있다.
요즈음 잘 나간다는 에너지 업계가 이러 할진데 다른 산업분야는 물어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 아니겠는가.

시중에는 포항제철의 철판이 없다고 한다. 20% 이상 비싸게 들여오는 중국산으로 둔갑시켜 팔기 때문이란다. 시장의 원리는 품귀현상이 일어나면 유통업체만 이득을 보게 돼있고 생산자, 소비자는 골탕을 먹게 된다.
에너지 문제와 산업을 책임지고 있는 지경부 장관은 지금 신이 아니고서는 폭풍처럼 밀려오는 어려움을 해결할 수 없는 국면에 있다.

지경부가 내놓는 에너지 대책을 보면 안이하기 그지없다.
옛날에 하던 방식에서 새로울 게 하나도 없다. 적어도 지금 지경부 장관이라면 ‘어떻게 하면 우리의 에너지 소비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까’ 하는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적어도 그런 방안을 내놓겠다고 해야 한다.

우리의 현실을 보자. 아파트 단지를 개발하는데 소형·임대주택을 많이 지으면 집값이 내려간다고 아우성이다. 풍력, 태양광이나 소수력 발전소를 짓겠다고 하면 뭔가 고리를 걸어 돈을 뜯어  내려는 집단이 달려든다. 강남 도곡동에 유명한 아파트는 한 달에 전기료만 150만원을 낸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 가구 평균 가족 수가 4명도 안되는 나라에서 40~50평 아파트가 아니면 행세를 못한다. 길거리 굴러다니는 차는 중형, 대형차를 넘어 이제는 외제차가 아니면 어깨에 힘을 줄 수 없다. 좀 있다 싶으면 외제차는 신분을 보여주는 필수품이다. 이 어려운 시기에 명품이 많이 팔리는 것이 문제라고 하니 TV 토론에서 “부자가 돈을 써야 경제가 돌아간다”고 왜곡하고 있다.

정부의 지표를 신뢰하기도 어렵지만 20년 동안 에너지 원단위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장관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삼성전자는 더 나은 제품이 타사에서 나오면 기술팀 퇴근이 없다고 한다.

만약 내가 장관이라고 하면 우리사회의 에너지 소비구조를 확 바꿀 수 있는 대책을 내놓기 전까지는 직원들을 퇴근 시키지 않겠다. 소비 성향을 바꾸지 않으면 자원난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 장관이 가야 할 자리에는 의당 가야겠지만 얼굴마담 노릇을 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가능한 최선의 정책을 만들어 내기 위해 잠 못 이루는 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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