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차 기후변화협약 부속기구회의 시사점과 우리 정부의 당면과제
제28차 기후변화협약 부속기구회의 시사점과 우리 정부의 당면과제
  • 한국에너지
  • 승인 2008.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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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식 환경관리공단 지구환경처
작년 말 제1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3)에서 발리로드맵(Bali action plan)이 채택됨으로써 우리나라 역시 2012년 이후 부터는 온실가스 의무감축 동참이 확실시됨에 따라 국내 경제에의 파급효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발리로드맵에 명기된 협상 기한은 2009년 12월이고, 총 8번의 회의만이 계획돼 있다. 즉, 내년 말이면 우리나라가 어떤 식으로 국제 의무감축에 동참해야 하며 어느 정도의 국내 사회, 경제적 부담을 받아들여야 하는지가 우선 결정된다.
지난 6월 2일부터 13일까지 2주간에 걸쳐 독일 본에서 개최된 기후변화협약 부속기구회의는 바로 그 협상이 이루어진 회의로 전 세계 189개 정부 대표단이 참여해 치열한 협상을 벌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외교통상부 정래권 기후변화대사를 수석대표로 한 중앙정부와 환경관리공단 등 산하 전문기관으로 구성된 대표단이 파견돼 협상에 참여했다. 회의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내년 말까지 1년 반이라는 짧은 시간 밖에 없다는 시간적 촉박함을 공유하며 사뭇 긴장되고 적극적인 분위기였다.

이번 회의에서는 2012년 이후 중장기 대응방안 마련을 위한 감축, 완화, 기술개발 및 이전, 재정지원, 비전수립, 신규 국제 기후변화대응기금 마련 제안, 산림전용 및 악화방지 노력 촉구 및 인센티브 제공 방안, 기존 교토메커니즘의 개정 필요성 및 개정 대상에 대한 논의 들이 진행됐다. 무엇보다 2012년 이후 기후변화협약 대응 체제에 대해 다양하고 구체적인 아이디어들이 제기됐으며, 아이디어별 우선순위를 도출해 차기회의(8월 말 아프리카 가나)부터 구체적으로 논의가 전개될 수 있도록 토대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
유럽공동체(EU)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모든 국가들이 동일하게 국가단위 정량적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할당받고 준수해야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유럽 입장에서 볼 때 온실가스를 다배출하면서도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이 달갑게 보일 리 만무하다. 일본은 업종별로 감축을 추진하는 접근 방식인 부문별 접근법(sectoral approach)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개발도상국들을 자연스럽게 동참시킬 수 있으며 일본의 감축부담을 덜 수 있는 전략적 방안이다. 물론 이에 대한 중국 등 개발도상국들의 입장은 차갑기만 하다.

금번 회의에서 2012년 이후 체제에 대해 가장 주목받은 제안은 한국 정부로부터 나왔는데 우리나라 수석대표는 제안 발표를 통해 2012년 이후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 동참 방안으로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한 방법을 소개하였으며, 전 세계 감축 노력 동참 활성화를 위해 선진국들의 감축 목표 강화(deeper cut)가 병행되어야 함을 역설하였다. 이는 2012년 이후에도 국가단위의 정량적 온실가스 감축목표(binding target)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정량적 감축목표 설정 방식 없이도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하여 그 이상의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개발도상국들은 물론 일본, 미국 등 유럽을 제외한 선진국들도 일부 지지를 표명하였는데 이는 내년 말까지 2012년 이후 교토체제에 대한 방안마련이 완료되야 하나 아직 마련되었거나 검토 진행 중인 구체적 방안이 부재함에 대한 부담과 자발적 동참(voluntary agreement)이라는 개발도상국들의 입장에 시기적절하게 부응하였다는 것이 그 이유가 아닐까 싶다.

여하튼 우리나라가 기후변화협약 회의에서 금번처럼 적극적인 제안을 통해 국제사회로부터 주목을 받은 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우리 정부가 할일은 국제사회로부터의 주목을 진전시켜 2012년 이후 기후변화협약 체제를 우리나라가 중심이 돼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는 금번 한국정부의 제안과 관련한 연구와 논의를 체계적으로 강화하고, 또 다른 아이디어를 개발해나가야 하며, 외부적으로는 보다 적극적인 협상 참여를 해야 할 것이다. 이제 더 이상의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대응정책은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음을 직시하고 협상을 주도해 나가는 정면승부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금번 회의는 이러한 의미에서 한국 정부의 협상 대표단이 자랑스러운 자리였으며, 환경관리공단이 그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 강한 책임감과 의무감을 갖게 된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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