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영필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장(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
우수한 인재 유치하려면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먼저 마련돼야
인터뷰-박영필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장(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
우수한 인재 유치하려면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먼저 마련돼야
  • 남수정 기자
  • 승인 2008.05.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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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는 국내외 산·학·연·관 분야 2000여명의 신재생에너지 전문가들이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태양광, 태양열, 풍력, 폐기물, 바이오 등 11개 분야 에너지원에 대한 기술개발과 정부정책 수립에 기여하고 있다. 2대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장을 맡고 있는 연세대 박영필 교수가 지난 2006년 8월 회장에 선출된 지도 벌써 2년, 어느새 임기가 끝날 무렵이 됐다. 5월의 햇살이 가득한 연세대 교정에서 만난 박영필 회장은 신재생에너지와 기후변화, 그 속에서의 자신의 삶의 변화에 대해 얘기했다.  

- 기계과 교수가 신재생에너지학회장을 맡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 솔직히 처음 회장을 맡게 될 때만 해도 나는 신재생에너지와는 관계가 없는 사람이었다. 회장직을 맡게 된 것은 이희범 전 산자부 장관이 현직에 있을 때였다. 이 장관은 당시 서울대 이장무 교수와 나를 만나 신재생에너지를 객관적 시각에서 볼 수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제안을 했다. 초대 회장을 이장무 총장이 맡고, 내가 그 뒤를 잇게 된 것이다.
지난 4년간 학회에 관심을 가지고, 또 회장을 맡게 되면서 나도 이제는 신재생에너지에 한 발 걸쳐 놓은 상황이 됐다. 에너지가 실은 가장 중요한 것인데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초등학교 아니 그 전에서부터 가정에서 에너지의 중요성에 대해 교육을 시켜야 한다. 유가가 120불대인데 불가사의하게도 나라가 굴러가고 있다. 정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외국에서 공부할 때나 가끔 해외출장을 가보면 겨울에 실내에서 반팔을 입고 생활하는 사람은 한국밖에 없는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힘이 들 땐 택시를 타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이러면 안된다는 생각에 힘들어도 지하철을 탄다. 학회장 하면서 이렇게 변할 줄 나도 몰랐다.

- 기후변화센터 이사로 참여하게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는지.
▲ 나부터 생활 속에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차에 기후변화센터의 구성원이 됐다. 생각해보면 소비습관이 문제다. 일본은 대학 교양수업에서 ‘예절’을 가르치는데 독일, 일본과의 차이가 이런데서 나오는 것인가.
소나타를 한 10년 정도 몰고 다니다가 더 좋은 고급 승용차로 바꿨다. 그랬더니 학과 게시판에 학생들의 글들이 올라오더라. 그런데 그 글들이 내 예상 밖의 내용이었다. 기계과의 원로교수인데 솔직히 그동안 낡고 오래된 소나타를 타고 다니는 모습이 부끄러웠다는 것이었다. 수업시간에 혼을 내긴 했지만 이게 우리 현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검절약이 일종의 무능으로 비춰지는 세태말이다.
이제는 에너지절약이 단순한 근검절약이 아닌 지구환경을 지키고 나와 주변사람들을 지키는 것이기에 이 부분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한 때가 왔다.

- 산업이 발전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학문이 한 발 앞서 발전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학술논문의 수준을 높이고 활성화하려면 필요한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 사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것과 비슷한 얘기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삼성,엘지를 보면 대학에 엄청난 지원을 한다. 엄청난 시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가 있기 때문에 대학원생들도 전공을 선택하고 활발하게 연구를 한다. 그런데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는 이런 것들이 어렵다. 현재 핸드폰 속의 카메라를 연구 중인데 요즘 대학에서의 연구란 바로 ‘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책적으로 밀어주는 것은 의미가 없다. 대학원생 20명이 있는데 졸업 후 어디로 갈 것인지, 보낼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이 현실이다. 
신재생에너지는 기술은 완성됐는데 사회적 여건에 의해 이용 개발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정부가 지원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 원론적인 질문이긴 하지만 왜 신재생에너지인가.
▲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에너지절약, 그리고 다른 에너지원을 찾는 것이다. 특히 필요한 에너지를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쓰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와 비슷한 자연환경을 가진 유럽이나 일본 등은 벌써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우리 산업의 큰 돌파구가 될 것이다. 풍력 태양광을 보라. 미국, 유럽이 그 쪽으로 가고 있는데 손을 놓고 있을 것인가.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조선이 주요 산업이지만 다음은 신재생에너지다. 풍력도 여러 회사가 현재 부품 생산해서 수출하고 있지 않나.
에너지언론의 역할도 크다. 지열의 경우 온실가스를 줄이고 난방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지만 지역주민이 반대하는 상황이다. 신재생에너지를 바르게 알리는 역할이 필요하다.

- 현 신재생에너지 R&D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R’ 대 ‘D’ 를 2대 8 정도로 가져가야 한다. 한국은 ’D’에 월등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충분히 가능하다. 포항공대에 특성화대학원이 생겼는데 일 년에 15~20명 정도 인력을 배출한다. 대학이 상징적으로 하는 것이다. 연세대도 연료전지를 하고 있는데 마켓이 있어야 일반 대학에서도 뛰어든다. 아직 학문적 레벨을 논하기에는 ‘리서치’가 제대로 이뤄지긴 어렵고, ‘디벨롭먼트’ 단계다.

- 마지막으로 임기를 마무리하면서 드는 소회는.
전체 2000여명 회원 중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200여명 정도 되고, 학술대회 때  400~450명 정도가 온다. 우선 학회가 좀 더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회가 협회, 연구소 등과 관계를 맺고 관련 예산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낮은 것이 사실이다. 새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육성에 대한 의지가 높다고 믿고 있다. 앞으로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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