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개혁
연구소 개혁
  • 남부섭 발행인
  • 승인 2008.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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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R&D정책이 얼마나 비효율적인가. 경제력이 세계 10위권인 만큼 웬만한 나라의 학계에서는 한국의 R&D에 대해 잘 알고 있다.
5년 전 외국의 연구소를 방문하는 중에 R&D 체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 나라에서는 기초연구, 상업화연구를 철저히 분리하여 상업화연구과제는 기업이 주도하고 기초연구는 연구소에서 맡는 분리 정책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상업화연구과제는 성과에 대해 검증, 책임이 엄격하게 뒤따른다는 것이다.
끝으로 한국의 R&D에 대해 아느냐고 물었더니 “잘 알고 있다”면서 웃었다.
한국의 R&D 정책이 웃음거리가 되고 있구나 싶어 더 이상 말을 삼갔다.

정권 인수위 때부터 연구소 개혁이 세간에 오르내리더니 지경부가 작업에 들어간 모양이다. 한두 달 후면 윤곽이 드러날 것 같다.
기본적으로 국내 연구소가 물론 잘하는 곳도 있지만 연구소의 본질을 망각하고 있는 곳도 있다. 에너지전문 기술 연구소가 소재분야에 뛰어드는가 하면 수소사업단에서 해야 할 일을 연료전지 사업단에서 한다던가 하는 중복 문제다.
과제선정을 하고 예산만 따오면 에너지 연구소가 농업연구도 할 수 있는 곳이 우리 실정이다.

정부가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수소연구 과제는 무려 5개 부처에서 나누어 진행하고 있다. 농업연구소, 해양연구소 등등 이고리, 저고리를 걸어 예산을 나누어 가져간다. 호주를 다녀온 한 인사는 예를 들어 식물성 바이오 에너지를 연구한다면 식물을 재배하는 분야, 이것을 연료화 하는 분야 등 관련된 분야가 모여 공동 연구를 하면서 효율을 높이는 연구체계를 설명했다. 우리는 이와는 정반대이다. 예산을 가져가서 모두가 하나에서 열까지 다하려고 든다. 돈 때문이다. 기술, 과학의 경쟁력은 오늘날 국가 경쟁력의 핵심요소이다. 우리나라는 아주 드물게 세계적인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과제는 이미 해외에서 상용화된 것을 기술 도입하는 형태를 연구과제 형태로 변질시켜 연구비를 만들어 낸다. 기업이 기술을 도입하면서 연구소가 서류작성을 해주는 복덕방에 불과한 것이 비일비재하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번 했던 연구 과제를 이름만 바꾸어 연구비를 타내는 행태도 없지 않다.
지경부만 해도 R&D 예산이 2조원이 넘는다. 국가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정부는 투자를 확대 하지만 성과가 무엇이냐 정부 스스로 자책하는 목소리를 들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최근 들어 기업의 연구 과제를 하는 한교수는 위에서 말한 것이 옛날이야기가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그만큼 딴 세상도 있다.

지경부가 연구소를 개혁하겠다고 나섰으니 결과를 기다려봐야겠지만 연구소마다 중복된 연구과제는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 이에 앞서 관리가 나누어져 있는 연구소의 관리체계를 일원화하고 유사한 기능을 가진 것을 통폐합해야 한다. 과제 선정도 계약형 과제로 전환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철저히 사후 평가, 책임이 따르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업화연구와 기본연구과제의 분리를 철저히 해서 연구소는 연구소답게 새로운 무엇을 찾아 낼 수 있도록 체계화해야 한다. 연구소에서 모두 상용화연구에만 매달리니 장기연구과제는 죽어버린 상태이다.
연구소의 개혁은 국가 경쟁력의 근본이다. 결과를 기대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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