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직도입 춘추전국시대 도래한다
천연가스 직도입 춘추전국시대 도래한다
  • 조남준 기자
  • 승인 2008.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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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 수출입 등록요건 … 도시가스사업자 명시
저장시설 현행 최소 10만kl보다 완화해 진입장벽 낮춰

국내 가스 산업에 새로운 지도가 그려지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 자가소비용 액화천연가스(LNG) 직도입이 시작되면서 한국가스공사의 독점공급체제가 무너졌다. 이어 지식경제부는 지난 3월 천연가스수출입업 주체를 ‘도시가스사업자’와 ‘자가소비용 직수입자’로 명시하고 도시가스업자와 자기소비용 수입업자의 등록요건 기준도 저장시설의 경우 현행 최소 10만kl보다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도시가스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일반 도시가스사업자는 물론 소규모 사업자까지 천연가스를 수입할 수 있는 길이 사실상 열리게 되는 것이다. 소위 LNG직도입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본지에서는 입법 예고된 도법 시행령 개정안을 살펴보고 LNG 직도입 확대가 미치는 영향 등을 조망해보고자 한다.

▲도법, 소규모 사업자 직도입 가능
 정부는 지난 2003년 한국가스공사를 분할매각하려던 민영화 계획이 중단되자 민영화를 대신한 경쟁도입의 일환으로 일부 민간 기업에 대해 직도입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현재 천연가스를 직도입할 수 있는 곳은 한국가스공사와 정부가 승인한 민간 기업체로 한정돼 있다. 정부가 자기소비용 물량으로 직도입을 허용한 민간기업은 포스코·K파워·GS칼텍스·GS파워·GS EPS·발전사 등이다. 소매업자인 도시가스사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경부가 지난 3월 입법예고한 LNG직도입과 관련한 내용을 담은 도시가스사업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에는 천연가스수출입업 주체를 ‘도시가스사업자’와 ‘자가소비용 직수입자’로 명시했다.

천연가스수출입업의 등록요건도 도시가스사업자의 경우 사업개시연도의 천연가스 내수판매계획량의 30일분에 해당하는 양을 저장할 수 있는 저장시설을 갖추도록 했다. 자가소비용 직도입자의 경우도 자가소비계획량의 30일분에 해당하는 양을 저장할 수 있는 저장시설을 갖추도록 하는 등 일원화했다.
과거 자가소비용 직도입자의 등록요건에는 10만㎘ LNG탱크를 갖추거나 임차하도록 했었으나 이번 개정안에는 소비계획량의 30일분에 해당하는 저장시설을 갖추도록 함으로써 저장시설도 현행 최소 10만kl보다 완화하는 등 직도입사업자의 진입장벽을 낮췄다. 이는 최근 LNG탱크의 대형화에 따라 잉여저장능력이 발생할 여지가 있으며 이 경우 효율성 증대를 위해 A사업자와 다른 B사업자가 공동으로 저장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즉 A사업자의 독점적 사용에서 용량기준을 도입해 일정한 경우 다수의 사용자간에 공동사용이 가능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가소비용으로 소량을 도입하는 사업자의 경우도 컨소시엄 등을 통해 사업에 참여하는 길이 열려 소규모 직도입사업자의 문호가 넓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당초 저장시설을 10만kl로 정한 것은 무분별한 직도입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한 달 간 10만kl의 저장시설을 갖춘 기업은 연간 55만톤 이상을 도입하는 대규모 기업이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30일 기준 9000kl의 저장시설을 갖춘 소규모 업체들도 연간 5만톤의 LNG를 도입할 수 있게 된다.
그 외 직도입부문의 경쟁체제를 조정하기 위한 가스공급시설 공동이용계획을 비롯한 배관시설이용 규정승인 절차도 신설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개정으로 소매사업자인 일반도시가스사도 등록 요건만 충족시킬 경우 얼마든지 직도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장참여 여건을 개방하는 등 향후 추진될 도·소매부문의 경쟁체제를 위한 관련법의 재정비로 평가되고 있다.

▲대형 에너지 기업·도시가스사 직도입 진출 예상
주택용 난방, 일반영업(식당 등), 산업용으로 이용되는 도시가스와 발전소 연료로 사용되는 LNG는 그동안 한국가스공사가 독점적으로 해외에서 수입해 각 지역의 도시가스회사와 발전소 등에 직접 공급해왔다.
하지만 지난 2004년 11월 당시 산업자원부가 남부ㆍ서부ㆍ동서ㆍ중부발전에 LNG 직도입 기회를 주면서 가스공사의 독점체제가 깨졌다. 정부는 일단 2008년 이후 필요물량 연간 약 600만톤에 대해 가스공사의 구매선과 발전자회사의 구매선 간 경제성, 안정성을 평가해 지난 2005년 3월 도입선을 한국가스공사로 결정했다.

여기에 포스코, K-Power, GS그룹 등 대형 에너지 소비 주체들을 중심으로 직도입이 진행되고 있다. LNG 직도입의 선두업체인 포스코는 자체 인수기지 설립과 배관망 공동이용을 통해 2005년 이후 자가소비물량을 직도입하고 있다.
민간발전사인 K-Power도 포스코의 인수기지의 공동 이용을 통해 직도입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계열사 소비물량의 직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GS그룹의 경우 GS칼텍스를 제외한 GS파워와 GS EPS의 직도입 추진이 여건 미비로 지연되고 있다.
발전자회사들의 경우도 지속적으로 직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현재 LNG 직도입은 민간 발전사 등 대규모 자가 소비자에 머물고 있지만 이번 도법시행령 개정으로 향후 대형 에너지 기업들의 진출 확대가 예상되며, 도시가스사 등으로 확대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LNG직도입 확대…바잉파워 최적화
LNG 직도입 확대는 국가 전체적으로 거대 LNG 수요를 기반으로 한 바잉파워(Buying Power)를 여러 경제 주체들이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가스도입단가를 낮추고 산유국과의 자원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는 의견이다.
특히 LNG 직도입으로 민간기업 및 각 발전사들은 동남아, 중동 등지의 천연가스 생산국과 직접 도입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됐다. 따라서 가격 및 도입기간 등을 직접 산유국과 협상할 수 있어 LNG 도입가를 상당부분 낮출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구매선이 쪼개지면 바잉파워가 줄어드는 게 보통이지만 도입물량이 워낙 많아 경쟁 체제로 전환했어도 바잉파워는 유지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구매선간 과당경쟁이 일어날 때 산유국들이 이를 악용해 가격을 올릴 위험성은 남아 있다는 게 문제다. 업계간 신뢰체계 구축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안정적인 가스판로 확보를 원하는 산유국들과 사업협력을 강화하며 에너지부문의 신규 사업 기회도 엿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일례로 SK와 GS칼텍스는 LNG 직도입을 계기로 메이저인 BP와 중동 산유국인 오만에서 투자 유치 등을 성공시키며 전력사업 확대의 기회로 이용하고 있다.
 
▲ 새로운 수익원 창출로 요금인상 압력 최소화해야
도법개정안에서 천연가스수출입업 등록요건으로 저장시설을 30일분으로 규정한 것은 직도입시장의 문호개방을 폭 넓게 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자칫 직도입 부문에 많은 사업자가 뛰어들 경우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시장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더구나 세계 LNG시장이 구매자시장에서 판매자시장으로 전환되면서 직도입 업체들의 원활한 물량 확보가 어려워지는 등 직도입 제도 자체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않된다는 지적이다. 
또한 도입부분에 대해서는 문호가 개방돼 있으나 판매부문에 대해서는 아직 법적 체계가 갖춰지지 않고 있다. 이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또 정부가 승인한 자가소비용 직수입자들에게만 한정됐던 천연가스 직도입이 일반 도시가스사업체들까지 확대 될 경우 일반도시가스사업자들도 자가소비용 직도입 사업자들처럼 한국가스공사의 배관시설을 공동으로 이용하게 요구하게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많은 사업자들이 직도입에 뛰어 들 경우 가스공사와 개별 도입선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과잉공급에 따른 자원낭비도 우려된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LNG 직도입 확대는 추가 저장탱크 건설 등 상당한 신규설비 투자에 대한 중복투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또 가스공사의 공급물량이 줄고 도시가스용과 발전용 도입선이 개별화되면서 가스요금인상도 우려된다. 기존 가스요금의 원가는 수요가 일정한 발전용 덕에 동고하저의 수요를 보이는 도시가스용은 상대적으로 싼 가격을 유지, 일반 소비자가 혜택을 누려왔다. 발전용 LNG는 현재 가스공사 국내 도입 물량의 약 40%에 달한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LNG 직도입 확대는 요금체계 변동을 가져오고 이는 도시가스 요금 인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결국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가스공사의 설비를 최대한 활용, 중복투자를 막는 동시에 가스공사가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어 요금인상 압력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자칫 과다투자로 공급과잉을 초래하고, 급격한 가스요금 인상 등도 불러올 우려가 있는 만큼 정부의 합리적인 규제 아래 공정경쟁의 경제·사회적 후생효과가 일어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공정한 시장경쟁을 유도하는 한편 적절한 규제로 경쟁의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 특히 경쟁 못지않게 협력도 중요하다는 게 가스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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