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교토 체제 위기이자 기회다
포스트 교토 체제 위기이자 기회다
  • 최호 기자
  • 승인 2008.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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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압력·구속력 … 환경-경제 체제 큰 틀
탄소배출권 거래 핵심역할 … 탄소시장 2010년 1500억 달러 전망

한국의 1990~2004년 사이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은 연평균 4.7%로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이에 따라 2012년 이후 포스트 교토체제 하에서 에너지 다소비국 중 하나인 한국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의무 부과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발전, 석유화학, 철강 등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우리 기업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포스트 교토체제가 우리 기업에게 부담만 되는 것은 아니다. 탄소거래시장과 청정개발체제(CDM), CCS사업 등 온실가스 감축사업이 우리 기업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탄소거래시장 … 매년 20% 성장

교토 의정서 발효로 탄생 세계 탄소거래시장은 매년 20%의 급격한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권의 가격도 갈수록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은행 전망에 따르면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은 지난해 600억달러(약 56조7000억원)에서 2010년엔 1500억달러로 늘어나고, 발리로드맵에 따라 2013년부터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본격 참여할 경우 2020년 미국에서만 1조 달러의 시장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탄소시장규모가 2005~2006누적치로 1억 달러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새롭게 추진된 프로젝트를 감안하면 지난해 말까지 누적 시장규모는 1억3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포스트 교토체제 하에서 우리나라에 1995년 대비 5%의 감축 의무가 부여될 경우 연간 49억달러의 온실가스 감축비용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 따라 2013년 이후 전개될 ‘포스트 교토체제’에서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TS)가 핵심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포스트 교토체제에서도 ETS가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것이란 전망에 따라 각국은 탄소배출권 거래소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기업들도 탄소시장을 매개로 기후 변화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기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CDM 사업 … UN에 1029건 등록

2005년 교토의정서 발효와 함께 시작된 CDM(청정개발체제)사업의 경우 지난 4월 28일 기준 전 세계적으로 1029건이 UN에 등록되어 있다.
이를 통해 현재 연간 2억999만9000톤(이산화탄소 환산)의 크레딧(CDM사업으로부터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권)을 확보한 상태이다. 지난해 12월 말 1억8700만톤 대비 12.3% 증가한 규모다.
UN에 의하면 현재 2100건 이상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이러한 크레딧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CDM사업은 프로젝트의 디자인으로부터 정부승인, 등록, 자금조달, 검증 및 인증, 크레딧 발생 및 거래의 과정을 거치며, 각 과정에서 다양한 파생사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발굴 및 디자인 분야에서는 화학기업 등 자체적으로 프로젝트가 개발 가능한 기업들은 물론 이들과 네트워크를 지닌 상사, 금융기관 등의 참여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에서도 LG상사, 삼성물산 등이 CDM사업 참여를 선언한 상태다. 자금조달 분야에서는 개도국의 사업 지원을 위한 공적 기관들의 활동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투자 목적의 민간 금융기관 참여가 활발하다.
이외에도 CDM사업의 프로세스 전반에 대해 자문 또는 특정 기능을 대행해주는 컨설팅, 검증 및 인증, 배출권 거래 중개 등 각종 서비스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기회가 창출되고 있다.


   ‘이산화탄소 회수·저장’(CCS)

세계 각국은CDM(청정개발체제)사업과 함께 ‘이산화탄소 회수·저장(CCS:Carbon Capture and Storage)’사업도 온난화대책의 중요한 수단으로 추진하고 있다.
CCS는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붙잡아 땅속이나 바다 등에 묻는 기술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체 감축량의 20% 정도가 CCS기술에 의해 처리될 것으로 전망한다.
CCS 공정은 공장 등의 배기가스로부터 CO₂를 분리·회수하는 방법, CO₂를 땅속(지중)에 묻는 방법 등 두 가지로 구성된다.
 ‘분리·회수’하는 방법은 대량의 CO₂를 효율적으로 회수하기 때문에 배출량이 많은 발전소나 제철소 등의 시설에서 선택하고 있다. 알칼리액에 의한 화학 흡수나 알코올에 의한 물리 흡수 등 여러 가지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CO₂를 지중에 묻는 공정은 CO₂를 가스 혹은 액화해 지중에 주입하는 것이다. 지중에 CO₂를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은 지구 전체에서 1조톤(이산화탄소 환산) 이상이라고 추정된다. 장소로는 주로 고갈된 유전·가스전 등이 선택되지만, 대수층(지하수로 채워져 있는 지층)에 주입해 CO₂를 고압의 지하수에 녹여 내는 방법도 유망시 되고 있다.
캐나다와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정부와 기업들은 1990년대부터 CCS기술 연구개발에 착수해 현재 일부 상용화 단계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국가와 기업들은 CCS기술을 선점해 온실가스 감축에 대응하고 개도국으로의 기술 수출 등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잡으려고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캐나다 중남부 대평원의 유전지대 웨이번에서 진행되고 있는 CCS 프로젝트는 가장 앞선 단계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CCS(이산화탄소 포집ㆍ저장)기술 수준은 CO2 포집 시험플랜트 운영단계로 선진국 대비 70% 수준이다.
한국은 2002년에야 정부가 이산화탄소 저감 및 처리기술개발 프런티어 사업단을 연간 예산 100억원 규모로 출범시켰다. 이산화탄소 저장분야 연구는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상태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은 주요 이산화탄소 배출원인 화력발전소를 중심으로 시험설비단계의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배출권확보에 기업성패 달려 있다

포스트 교토의정서 체제는 우리 기업들에게는 상당한 위협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새로운 사업의 기회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트 교토 체제가 향후 지속적 규제 압력과 구속력을 지니는 환경-경제 체제의 큰 틀로 작용할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에너지 생산 비용 증가, 세제 강화 등 에너지 단가 상승분은 대부분 기업들의 몫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정유, 철강, 시멘트, 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에 많은 부담이 지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온실가스 배출권을 충분히 확보하는 기업들은 배출권 확보만으로도 많은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온실가스 배출권의 가치 상승과 함께 배출권을 사고 팔수 있는 탄소 시장이 미래 황금시장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의 기업들은 기후변화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만들려는 경쟁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특히 골드만삭스ㆍ메릴린치ㆍ모건스탠리 등 유수의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으로 창출된 시장인 탄소시장에 수십억달러, 수백억달러 투자를 선언하면서 미래 황금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각종 신기술을 개발해 이를 중국, 인도 등 대규모 배출국에 적용시켜 이익을 올리려는 기업들도 급증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은 자체적인 에너지 소비 감축 노력과 독점적 기술 확보는 물론, 배출권 거래 등을 십분 활용하며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세계 탄소시장의 규모가 앞으로 석유시장보다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탄소시장이 세계 각국의 금융과 기술의 치열한 각축장이 돼가고 있는 만큼 국내 금융권과 기업들도 충분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국내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 동참할 수 있게 홍보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기업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CCS 기술 중 이산화탄소를 바다 속 지층에 저장하는 설비기술은 우리나라의 해양플랜트 설비 기술역량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고 있다며 이산화탄소의 특성에 따른 추가로 필요한 기술만 공급되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국내에선 가장 유망한 이산화탄소 저장장소로 동해가스전을 거론했다. 유전처럼 가스전도 안전하게 이산화탄소를 격리 시킬 수 있는 지층적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해양연구원은 동해 가스전의 경우 1억~2억톤가량 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 발해만 일대 가스전도 주목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포스트 교토 체제를 어떻게 대응하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개별 국가의 경제성장 과 기업들의 운명이 승자냐 패자냐로 결정되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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