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협약 한국도 예외 없다
기후변화 협약 한국도 예외 없다
  • 최호 기자
  • 승인 2008.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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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감축의무 부과 압력 거세질 듯
‘포스트 교토 체제’ 대응 시나리오 준비해야

온실가스 배출을 통제하기 위한 전 지구적 협약인 교토의정서가 2012년 부로 만료되고 ‘발리로드맵’으로 대체되면서 ‘포스트 교토’체제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교토 의정서는 1997년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의 제3차 당사국 총회가 채택한 온실가스 감축의 국제적 합의다. 의무 대상국들은 2008∼2012년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균 5.2% 감축해야 한다. 한국은 의무 대상국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는 2012년 부로 교토 체제가 마무리되고 발리로드맵이 채택됨에 따라 국내 기업들에게도 기후변화협약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발리로드맵은 일부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부여했던 교토의정서보다 보다 강력한 새로운 협약서다. 당사국들은 2년간의 협상을 거친 뒤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 총회에서 의무감축량을 최종 결정한다. 한국도 의무감축 국가로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들도 2013년 이후 포스트 교토 체제에 대비해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할 때가 됐다.  


   포스트교토 발등의 불

포스트 교토란 선진 38개국을 대상으로 평균 5.2%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기위해 2005년 2월에 발효돼 2012년에 끝나는 교토체제에 이어 2013년부터 새롭게 적용되는 기후변화 국제협력체제다. 
교토의정서가 끝나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의 세계 환경 규율을 담게 될 포스트 교토의정서 내용을 2009년 말까지 확정하기 위해 기후변화 다자간 협상포럼, G8(주요 8개국)ㆍ국제에너지기구, 아시아태평양 7개국 파트너십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한 논의에 분주하다.
한국을 포함한 선발 개도국으로 감축의무 대상 국가를 확대할 것인가, 현재 감축대상국인 38개국에 대한 추가 감축목표 설정 여부 등이 쟁점이다. 그동안 개발도상국으로 인정받아 강제 감축 의무를 면제받았던 한국도 의무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포스트 교토의정서 체제하에서 한국과 한국 기업의 경영 환경은 판이하게 달라지게 된다.
우선 국가 단위, 기업 단위로 이산화탄소 배출 할당량이 정해지면 이를 준수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감축 목표치에 못 미친다면 이산화탄소 배출권 시장에서 돈을 주고 살 수밖에 없다.
산업 패러다임에도 지대한 영향이 예상된다. 즉, 세계 경제 패러다임이 신재생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저탄소 사회로 급속도로 전환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친환경 정책을 기반으로 성장을 지속하는 국가·기업군과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탈락하는 국가·기업군으로 명암이 갈리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포스트교토체제 예상 시나리오

내년 12월 27일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포스트 교토 의정서가 타결될 전망이다. 포스트 교토 의정서가 타결되면 각국에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의무를 부과하게 된다.
온실가스 감축 의무 수준은 교토의정서보다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포스트 교토 체제에서는 현재 교토 협약에 불참하면서 포스트 교토 협약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미국도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정서를 받아들이라는 유럽·일본 등 세계 각국의 압력이 높은 데다, 이 같은 요구를 마냥 외면할 경우 미국기업들이 전 세계에서 따돌림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트 교토 의정서가 타결되면 한국도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경우 한국은 2012년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5년에 비해 20% 줄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 절감 기준시점이 1995년으로 정해지게 되면 우리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부담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커진다.
따라서 철강, 석유화학, 발전 등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회사들은 온실가스 감축 장치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못할 경우 탄소 배출권 거래소에서 탄소 배출권을 사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톤당 40달러 수준은 무려 140억 달러(한화 약 13조원)에 이르는 비용이다. 이 비용을 아무 대가없이 지출한다는 것은 국가는 물론 기업에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적절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각국의 포스트 교토체제 대응 움직임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세계 각국은 포스트 교토 체제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 포스트 교토 체제가 개별 국가의 경제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 어떻게 대응하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포스트 교토 체제의 승자와 패자 운명이 결정된다는 의미다.
특히 포스트 교토의정서 체제에 대비하는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의 발 빠른 대응은 놀라울 정도다. 영국은 지난해 기후변화법을 제정해 올 상반기 국회를 통과할 전망이다.
지금까지의 기후변화 관련 법안 중 가장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즉, 205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60% 줄이고, 2020년까지는 26~32%를 감축키로 명시했다. 정부에서 목표치를 세우게 되면 각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의무도 지금보다 훨씬 더 늘어나게 된다. 힐러리 벤(Benn) 영국 환경부 장관은 “기후 변화가 날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어 선진국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현재 수준에 비해 80% 줄여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일본은 교토의정서에 정해진 온실가스 배출량 삭감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내년부터 기존의 대규모 공장, 사무실 이외에 편의점·학교 등에 대해서도 배출량 삭감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국 정부도 오는 7월 G8 정상회담 이전에 기후변화 체제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하기 위해 부처 간 회의를 거듭하고 있다. 대책에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자발적 의지 표명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사회에 비구속적·자율적 감축 천명
탄소시장 규모 확대· CDM사업 상호인증제 출범해야


우리나라에서도 포스트 교토에 대비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관건은 청정기술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청정기술 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이를 제값을 받고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체제가 강화 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수송부문과 가정 등의 비중이 40%에 달하는 실정을 감안하면 기업의 노력만으론 부족하다. 따라서 정부는 물론 산업계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 일 수 있는 자구 노력에 더 힘써야 하고 기후 친화적 성장전략을 짜는 등 국가 전체적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포스트 교토 협상에서 우리의 입장이 비구속적, 자율적 감축이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분명히 천명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한 전문가는 “유럽 배출권거래소의 경우 국가나 기업별로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를 정해 놓고 이를 지키지 못할 때 시장에서 배출권을 사도록 강제하는 구속적 배출거래방식(cap & trade)을 시행했으나 탄소 가격형성에 실패했다”며“결론적으로 기술 개발과 연계되지 않고 시장 메커니즘에만 의존하는 형태는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CDM을 통해 확보한 배출권의 실효성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유럽연합(EU)은 최근 2012년 이후 체제’(포스트 교토체제)에서 구속적 감축 방식이 채택되지 않으면 2013년 이전에 승인된 것과 최빈국의 배출권만을 인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감축 의무국으로 지정되면 2013년 이전에 한국에서 추진된 CDM사업의 인정 여부는 포스트 교토 협상 결과에 따라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또 2012년까지 러시아와 동유럽 국가가 확보할 ‘여유 배출권’(hot air)도 탄소시장의 잠재적 위협 요인이다.  여유 배출권은 경기침체로 인해 자연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하면서 생긴 배출권을 의미한다. 이 배출권이 탄소시장에 유입되면 배출권 공급 과다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탄소시장 거래를 통해 실익을 거두려면 이러한 여건을 고려해 우선 2013년 이전에 충분한 시장 규모를 갖춰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국내 CDM사업이 다른 국가에서 인증 받도록 상호인증제도 출범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보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혁신적인 온실가스 저감기술 등을 갖추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향후 2년간 감내 가능한 수준의 합리적인 감축체제가 구축되도록 외교력을 집중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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