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민영화의 문제점
한중 민영화의 문제점
  • 한국에너지
  • 승인 1999.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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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열린 한국중공업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한국중공업의 민영화가 한중의 기술경쟁력 약화를 초래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한국표준형원전 건설에 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국민회의 박광태의원은 한중이 민영화 될 경우 ABB-CE나 GE와 체결한 기술도입계약의 해지로 인해 한국표준형원전 건설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우리는 박의원의 주장이 현실적으로 우려할 만한 수준인지 여부를 떠나 원전의 발전설비 기술의 경쟁력 확보가 장기적으로 한국표준형 원전의 발전을 견인한다는 보다 근본적인 측면에서 박의원의 문제제기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표준형 원전은 그동안 외국기술에 의존했던 국내 원전사업의 자립을 이룩하고 나가서는 원전수출의 길을 닦는다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추진하는 국가사업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원전의 핵심설비 기술을 가지고 있는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은 핵심설비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의 선진설비사들과의 기술제휴 내지는 기술도입으로 기술자립의 바탕을 닦아야 한다는 것으로 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또한 기술제휴나 기술도입이 우리의 완전한 기술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1∼2년의 짧은 시간으로는 부족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래서 원전설비 기술의 도입은 어떠한 요인에도 구애받지 않고 원칙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추진돼야 하는 핵심사업이다.

한중의 민영화 과정에서 바로 이러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그 문제는 단순히 한중의 민영화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국내 원전사업의 百年大計를 그르칠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있다.

한중은 현재 GE와 T/G 및 가스터빈 기술도입계약을, ABB-CE와 NSSS 및 보일러 기술계약을 체결하고 있는데 계약종료 조항에 따르면 한중이 계약을 맺고 있는 GE나 ABB-CE의 경쟁사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통제를 받을 경우 기술제휴선의 일방적 통보에 의해 계약이 종료될 수 있게 돼 있다.

현재 한중 민영화와 관련 GE나 ABB-CE사는 한중의 경영권 획득에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결국 GE나 ABB-CE와 직간접적으로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가 한중을 인수할 경우 기술제휴 계약이 해지될 우려가 있다.

그럴 경우 한중은 GE나 ABB-CE로부터 추가기술지원을 받을 수 없어 향후 기술개발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고 이는 한국표준형원전 건설에 막대한 지장을 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궁여지책으로 대체기술을 도입한다해도 기술수준의 후퇴는 불 보듯한 일이고 그동안 투자한 기술개발비용이 공중으로 날아가버리는 결과를 생각치 않을 수 없다.

대체기술을 도입한다해도 이를 위한 엄청난 비용을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돼 고질직인 중복투자의 비효율성을 다시 한번 경험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비용손실도 손실이거니와 더욱 중요한 것은 앞서 언급했듯이 발전설비 기술의 후퇴가 한국표준형원전 건설과 나아가서는 원전기술의 자립화를 뒤쳐지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발전설비 일원화와 한중의 민영화를 단순한 인수경쟁업체간의 쟁탈전쯤으로 보거나 인수설비 가격의 높고 낮음을 가지고 왈가왈부 하는 작금의 모습은 문제의 핵심을 보지 못하는 단견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중이 어느 업체로 넘어가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해당기업에게는 중요한 관심사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민영화 과정에서 흔들릴 수 도 있는 발전설비 기술의 자립은 국가적인 차원의 문제로 그 중요성에 있어 비교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한중 민영화가 가져올 수 있는 문제점이 무엇이고 이것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시각의 대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한중의 민영화가 발전설비의 중복투자를 해소하고 효율적인 체제를 가져가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면 이 과정에서 적은 것을 얻고 큰 것을 잃어버리는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않도록 정부당국과 관련업계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을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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