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대통령궁 바로 앞에 발전소가
핀란드 대통령궁 바로 앞에 발전소가
  • 남부섭 발행인
  • 승인 2008.03.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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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이름의 발전소는 당인리 발전소이다. 1935년 10월 31일 준공됐으니 73년의 세월이 흘렀다. 지금은 서울화력이라고 부르고 있는 이 발전소를 15년 전 찾은 기억이 있다. 폐수를 정화해서 물고기를 기르고 있는 장면이 새삼스럽게 기억에 떠오른다. 일제치하에 건설된 당인리 발전소는 당시 한양에 전력을 공급할 최적지였을 것이다.
한국중부발전은 유서 깊은 이 발전소를 지하에 문화발전소로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지역 마포주민들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떠나라고 하는 것 같다. 에너지 산업의 역사적 현장이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는 것이다.

전력생산은 소비지에서 가까운 곳일수록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국가는 서울의 특수한 환경 때문에 최근접 지역에 발전소를 건설해 전력을 공급하는 방안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당인리 발전소가 국가의 주요기관에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소라고 하고 있지만 서울에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소는 울진, 태안 등 원거리에서 온다. 서울 인근에 있는 발전소로서는 서울 시민들이 사용 할 수 있는 전력은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하물며 전시 또는 비상시에는 서울은 암흑의 도시가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을 최대한 막기 위해 지하 30~40미터에 지중선을 매설하는 등 국가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서울의 전력공급은 비상시 안전수준에 이르지 못한다. 당인리 발전소의 전력공급 비율이 서울의 3.2%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원자력 10기보다도 더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핀란드는 산 좋고 물 많은 나라이다. 수도인 헬싱키에는 대통령궁 바로 앞에 석탄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다. 10년전 이곳을 방문했을 때 관계자들은 발전소에 주민들의 민원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핀란드의 역사를 보면 인구 500만의 소국으로서 전란의 역사를 숱하게 지닌 국가이다. 지금은 세계최고의 복지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비상시를 대비하는 그들의 이면적 준비는 이러한 곳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어떤가. 몇 년 전 영종도에 석탄발전소를 건설하는 계획이 중도 하차되었다. 국가에서는 석탄발전소를 건설하고 싶어서 추진했겠나. 비용이나 시간면에서 가스나 석유 발전소를 짓는 것이 훨씬 손쉽다. 원전이나 석탄발전소를 많이 건설 해온 정책에 힘입어 고유가 시대에도 우리국민은 전력요금을 더 내지 않고 있다는 것쯤은 알아야 한다. 에너지는 평상시에는 아무런 생각없이 사용하고 있지만 비상시에는 가장 핵심적인 전력물자이다.

국가의 기본인 안보는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다. 마포 주민들은 당인리 발전소를 갖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 국내 최초의 발전소라는 이름에 최초의 지중발전소를 갖게 된다. 앞으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줄을 이을 것이다. 빼곡이 들어찬 아파트로 주변 환경이 훼손되는 것보다 훨씬 그 지역에 유리할 것이다. 당인리발전소는 훌륭한 문화자산이다. 당신들의 문화유산을 활용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오히려 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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