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제품 유통시장 뜯어고치겠다”
“석유제품 유통시장 뜯어고치겠다”
  • 변국영 기자
  • 승인 2008.03.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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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시장 진입 완화·복수폴 확대 유통구조 개혁 카드 꺼내
정유·주유소업계 ‘반시장적’ 비판… 현실화 가능성 미지수
정부가 석유제품의 가격 인하와 관련 유류세 인하 같은 단편적인 방법과는 차원이 다른 유통구조 개혁이라는 칼을 마침내 뽑아들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5일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생활필수품 점검 및 대응계획’을 발표하면서 석유제품의 시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카드를 꺼냈다.
핵심내용은 ▲석유제품에 대한 할당관세 인하 ▲주유소의 복수폴제도 실질적 확대 ▲대형할인점의 유통시장 참여로 집약할 수 있다.

정부는 휘발유·등유·경유·중유 등 4개 석유제품에 붙는 할당관세를 3%에서 1%로 낮추기로 했다. 수입 석유제품의 가격이 국내 가격보다 높아 직접적인 수입증대 효과는 미미하나 국내 정유사들에 대한 석유제품 가격인하 압박효과는 상당할 것이라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대형할인점으로 하여금 유통시장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유통구조에 대변화를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대형할인점 등이 자기상표로 유통시장에 참여해 국내 정유제품과 수입제품 중 낮은 가격 제품을 고르게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대형마트 주유소의 출현이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기자 브리핑에서 “신규사업자의 주유소 시장 진입을 활성화하기 위해 상표표시 규제의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임 국장은 “상표표시 규제가 완화되면 할인점 등도 자신의 브랜드를 걸고 주유 사업을 할 수 있다”며 “실제로 모 할인점 업체와 접촉한 결과 주유 사업 계획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물량확보와 입지조건 등의 이유로 민간업체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할지 불투명해 실질적 효과를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대형마트가 자기 상표로 유통시장에 참여토록 함으로써 시장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전국의 유통망을 장악한 대형마트들로 하여금 주유소 시장에 뛰어들게 해 석유제품시장 경쟁을 강화함으로써 가격인하 압력을 가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복수폴의 실질적 확대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고 있다. 정부는 주유소의 정유사 상표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배타적 공급계약제의 타당성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금은 배타적 공급계약이 허용돼 있어 하나의 주유소에서 여러 정유사의 제품을 판매하는 복수상표제 운용이 실질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한 개의 주유소에서 여러 정유사의 제품을 판매할 경우 석유제품 유통시장이 4개 메이저 정유사의 공급자 위주 시장에서 개별 주유소 등 유통사 위주 시장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이같은 정부의 방침은 과점형태의 정유시장과 석유 유통시장을 한꺼번에 개혁하겠다는 것으로 현실화 될 경우 시장파급 효과는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계획이 현실화 될 지는 미지수다. 지식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부처와의 협의 과정에서 현실적 한계와 관련업계의 반발 등이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 예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계획 확정과정에서 관련부처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지만 ‘물가안정’이라는 논리로 기획재정부가 밀어붙였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정유업계와 주유소업계는 공식적인 반응을 자제하고 진행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실효성이 없는 반시장적 정책이라는 것이 기본인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업계의 과점체계를 깨고 가격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는 알지만 할당관세 인하는 실질적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주유소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주유소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할인점이 주유소 사업을 하면 영세 주유소 사업자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대기업 위주의 정부정책에 주유소 사업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닌데 석유제품 유통시장을 이런 식으로 개방하면 앞으로 영세사업자는 고사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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