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공무원들에게 국민을 주인으로 모시고 머슴처럼 일하라고 했다고 한다.
예닐곱 되는 사내를 머슴으로 들였다. 아침이면 주인이 깨워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논밭 갈고 거름내고 씨 뿌리는 것도 주인이 일일이 시켜야 했다.
때 맞춰 논밭 갈고 씨 뿌려야 하는 게 농사다. 어린 머슴이 무엇을 알겠는가.
우리의 공무원은 심하게 말하면 이런 머슴이나 다를 바 없다.
기본 업무이외에 누가 시키지 않으면 일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것이 공무원 자신들의 무사안일에서 비롯된 그들만의 문제인가.
10여년 전 독일 가스회사에 들렀더니 사장 옆방에 40대 초반의 후임 사장이 2년째 사장 수업을 하고 있었다.
사장 자리에 앉기 위해서 4~5년간 사장 수업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자주 만나는 독일 정부의 에너지국장은 10년이 넘는데도 그 자리에 앉아있다.
한국에 올 때는 꼭 필자를 만나보고 가는데 꽤 정이 많이 들었다.
그 사람 왈, 한국은 올 때마다 사람이 바뀌어 업무를 하는데 애로사항이 많다는 것이다.
10년 이상 에너지국장이 그 자리에 앉아있다는 것은 우리는 상상도 못 할일이다.
그들은 국장이 수평인사 이동이 없고 국장 밑에 과장이 4~5명 있지만 국장이 승진하거나 퇴임하지 않는 이상 그 자리에 오를 수 없다.
운이 좋으면 국장이 자리에 10년 이상 남아 있을 수도 있지만 운이 나쁘면 과장도 할 수 없다.
공무원으로 들어가서 국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에너지 문제를 수십년 다루었으니 전 세계의 에너지문제를 한 줄에 꿰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누가 일을 시키지 않아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눈에 보이는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고 때가 되면 논밭 갈아 씨를 뿌리는 머슴인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한 자리에 길어야 2년, 보통 1년이면 다른 자리로 보내지거나 갈려고 인사 운동을 한다.
승진, 보직이 지상 명령인 공무원 세계에서 그들의 머리 속에 국민을 안중에 두라는 것은 말로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보편적으로 어떤 행정 업무도 2~3년은 걸려야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다.
때가 되면 씨를 뿌릴 줄 아는 머슴이 공무원 세계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부처의 몸집을 키워 놓았으니 더욱 선 머슴이 기승을 부릴 것 같다.
기업은 만사를 제치고 수익을 창출하면 되지만 공무원은 법과 제도에 따라 움직여진다.
부처를 통폐합하는 것은 저차원의 정책이다. 그것으로 머슴처럼 하라고 될 일이 아니다.
일등 머슴이 될 수 있도록 행정 내부를 바꾸어야 한다.
표면적인 하드웨어 보다는 내면적인 소프트웨어의 개혁이 이루어져야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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