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복지제도 정비 필요하다
에너지복지제도 정비 필요하다
  • 한국에너지
  • 승인 2007.07.2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기요금을 체납하더라도 최소한의 전기는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전기공급약관을 변경했다. 변경된 약관은 전기요금을 내지 못하는 가구라도 전기공급이 완전히 끊기지 않아 제한적으로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한국전력은 전기요금을 체납하더라도 전기를 끊는 대신 형광등 2개와 25형 TV 1대, 150ℓ 냉장고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전기를 공급해야 한다.
또 인공호흡기 등 생명유지장치를 사용하는 장애인 가구에는 매월 300㎾h∼600㎾h를 사용할 경우 전기요금 기준액을 지금보다 한 단계 낮춰 완화된 누진제를 적용토록 했다. 사회적 약자의 최소 전기사용권이 명문화된 것이다.

정부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한 이러한 제도를 만들고 내달부터 시행한다고 하니 환영의 뜻을 표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아직 에너지 빈곤층 즉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에너지 복지제도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알다시피 국내에는 가구소득의 10% 이상을 에너지 비용으로 쓰는‘에너지 빈곤층’이 전체의 8%인 130여만 가구에 이른다.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에너지조차 이용하지 못하는 계층이 많다는 얘기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저소득층일수록 더 비싼 에너지를 쓴다는 점이다. 저소득층은 대부분 난방과 취사를 값비싼 등유와 LPG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은 비싼 에너지원을, 부자는 싼 에너지원을 쓰는 이상한 에너지사용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석유류도 쓸 형편이 안 되는 저소득층의 대용품이 연탄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탄값 마저 오른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전기, 석유, 연탄 같은 에너지원은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생존 조건이다.
서민 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복지대책 가운데 우선순위가 가장 앞서야 하는 분야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은 서민 보호라는 개념이 없었다.
선진국은 10년 전부터 에너지를 국민의 기본권과 생존권으로 간주하고 소득보조와 시설지원에 나서고 있는데도 우리는 아직 걸음마 수준인 것이다. 
그나마 정부는 에너지 빈곤층 해소를 위해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펴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탓에 기대한 만큼의 효과가 나지 않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 복지 사회 안전망에는 사각지대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2005년 복지부가 단전ㆍ단수 및 가스 공급 중단과 요금 체납 가구 등에 대해 조사한 결과, 수급 신청 4만7309가구 가운데 7.5%만이 수급 기준이 충족돼 광열비를 받았다. 나머지 92.5%는 에너지 지원을 받고 싶지만 자격이 안 됐다는 얘기이다.
광열비를 지원받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중 전기요금을 체납하거나 단전 유예 조치 이후 이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지난해말 정유사와 도시가스회사들이 120억원을 출연해 한국에너지재단을 출범시켰다. 에너지 빈곤층 지원을 위해서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의 에너지 복지는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예산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한국에너지재단이 난방시설 개선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공사비가 90만원에 한정돼 있어 실제로 혜택을 받는 가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제는 에너지 빈곤층이 골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에너지 복지 제도를 정비해야 할 때다. 이를 통해 복지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에너지 빈곤층을 찾아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정부가 에너지 빈곤층 지원을 전담한다는 것은 예산 확보 등 무리가 있는 만큼 세제 지원 등을 통한 에너지 공급자와 민간에 대한 참여를 적극 유도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또 사회적 형평성을 고려한 에너지 가격 구조를 정비하는 것은 물론 에너지원별로 서로 다른 지원 제도를 통합 관리하는 전담기관이 필요하다.
이는 모든 국민들이 소득에 관계없이 건강하고 안정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에너지를 공급받을 ‘에너지 기본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