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칼럼> 경쟁시대 에너지로서 가스의 역할
<에너지칼럼> 경쟁시대 에너지로서 가스의 역할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1.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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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 13이 성황리에 끝났다. 참으로 시의적절한 시기에 서울에서 개최된 행사다. 이 시점에서 앞으로 가스가 우리 에너지산업에서 맡을 역할을 조망해 보고 이에 따라 에너지산업의 경쟁도입과 구조개편의 의미를 다시 짚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가스는 깨끗하고 환경친화적인 연료이기 때문에 앞으로 그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은 다소 진부하기는 하지만 어김없는 사실이다. 또한 소득탄력성이 큰 연료이다. 앞으로 국민소득의 증가추세에 따라 가스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가스를 이용한 발전기술의 생산성 향상은 놀라워서 최근 복합화력(combined cycle) 발전설비의 경우 열효율이 70%를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가스발전소는 공기가 짧아 단기간에 건설을 완료할 수 있으므로 건설과 투자비가 저렴하다.
 특히 분산화된 전원이 확산되어 가고 있는 선진국에서는 소형 가스발전설비의 보급이 늘어나고 앞으로는 가정에서도 이를 설치하여 도시가스를 통하여 전력을 자가발전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바로 발전용 연료 가운데 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남을 말해 주는 것이다.
서울을 둘러싼 수도권에는 2,000만 이상의 인구와 주요 산업의 기반이 자리잡고 있어서 전력수요의 상당부분을 이곳에서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발전단지는 수도권의 남쪽에 위치해 있다. 원전이 위치한 영광, 고리, 월성, 울진 그리고 석탄발전소가 위치한 하동, 삼천리, 태안, 당진 등이 남쪽에 있으며 대규모 석유발전소인 울산, 호남화력 등도 남쪽에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는 전력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수송된다. 이에 따라 전력수요가 증가하면 북으로 가는 송전선에 전력이 몰리는 혼잡현상(congestion)이 나타나게 된다. 전력을 보내고 싶어도 고속도로인 송전선이 막히므로 문제가 되는 것이다. 물론 한전에서는 765kV와 같은 대용량 송전선을 건설하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앞으로 이같은 구조적인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송전선 건설에 대한 환경단체와 지역주민의 반대가 커지고 있고 수도권의 과밀현상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도권 지역의 발전설비는 남쪽에 위치한 발전설비에 비하여 발전비용이 높아도 전력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수익성이 올라가게 된다. 그러나 수도권이 어떤 지역인가? 여기에 발전소를 건설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원자력발전소를 수도권에 짓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석탄화력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가스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최근 수도권에 지어진 발전소는 모두 가스발전소이다. 평택, 분당, 일산, 안양, 부천, 서인천 등이 복합화력방식으로 지어진 수도권의 가스발전소이고 앞으로도 발전시장의 진입제한이 실질적으로 사라지게 됨에 따라 인천앞바다 매립지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가스발전소의 건설이 활발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송전서비스와 가스발전은 서로 대체관계에 있다. 송전망의 확충에 큰 비용이 들 때에는 차라리 수요처 근처에 가스발전소를 짓는 것이 경제적이다. 일례로 미국의 가장 큰 전력풀인 펜실베니아-뉴저지-메릴랜드 전력풀(PJM Power Pool)에서는 전력이 주로 서부에서 동부로 흐른다. 펜실베니아주 서부와 웨스트버지니아주의 석탄산지에 위치한 석탄발전소에서 전력이 생산되어 동부 해안지역의 대도시인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워싱턴DC 등으로 전력이 수송되는데 여기서도 전력수요가 높아질 때에는 어김없이 송전선에 혼잡이 나타나게 된다. 이에 따라 동부 해안지역에는 최근 가스발전소의 건설이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에너지산업에 경쟁체제가 도입되면서 가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게 된다. 지금까지 규제체제하의 에너지산업에서는 발전설비 건설의 위험을 정부가 떠안아서 이를 투자보수율로 회수할 수 있게끔 해 준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러한 위험을 사업자가 지게 되고 결국은 시장에서 흡수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향후 에너지산업에서 위험관리(risk management)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그런데 가스발전소는 가장 단기간에 건설을 마칠 수 있어서 변화하는 경제환경에 순발력 있게 적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으로 에너지 분야에서는 명확한 사업구분이 사라질 것이다. 발전사업, 도시가스사업, 정유사업, 지역난방사업을 한 사업자가 동시에 할 수 있게 된다. 이를 두고 혹자는 과거에 에너지산업이 사자 우리, 코끼리 우리, 호랑이 우리, 원숭이 우리 등으로 구분되었던 동물원이었다면 구조개편 이후 이러한 우리 사이의 벽과 철망이 사라진 사파리가 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에너지사업체는 정유시설, 도시가스망, 지역난방설비, 발전소 등 다양한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보유함으로써 경제여건과 환경문제 그리고 에너지소비구조 변화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여 장기적으로 최적의 수익성을 올릴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주요 에너지설비에서 가장 공통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연료가 가스이다. 즉, 가스를 통하여 발전을 할 수 있고 지역난방을 공급할 수 있으며 도시가스사업을 할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가스는 위험관리의 핵심적인 위치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경쟁체제하에서 가스가 갖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의미있는 에너지산업의 경쟁도입과 민영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가스의 자유로운 도입과 사용이 보장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보다 획기적이고 전향적인 가스산업의 구조개편과 경쟁도입 방안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조성봉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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