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수첩> 발목잡는 늑장행정
<에너지수첩> 발목잡는 늑장행정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1.05.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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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지쳐서 포기했다. 세월아, 네월아 참 잘도 흘러가는구나!”
가스안전기기 제조업체 한 임원의 말이다. 무엇인가를 무척이나 기다리다 목이 빠져 더 이상 기다림의 의미조차 무색케 할 정도의 한탄 섞인 분위기다.
99년 11월 가스안전공사와 안전기기 제조업체들은 가스누출경보차단장치 제조기술기준개정건을 놓고 간담회를 열어 업계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듬해 3월 개정안을 공포하겠다 했지만 무리수였다. 단지 기술기준 개정안이 단독으로 입법처리 되는 것이 아니기에. 그 후 6월, 가을쯤, 연말엔.....결국 해를 넘기고 말았다.
그동안 업계는 어떠했는가. 공사의 말만 믿고 업그레이드 된 기술기준에 맞춰 안전기기의 제품을 새로 만들었다. 경보기의 금형을 새로 파고 특수 재료를 이용하는 등 더 많은 투자를 했다. 그러나 개정된 기술기준이 공포되지 않아 투자비만 추가되고 업계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투자한 만큼 높은 단가로 판매하면 되지 않느냐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안전기기는 가스안전공사나 소방검정공사의 필증을 득하기만 하면 소비자는 품질의 질을 따지지 않는다. 무조건 싼 제품만 찾게된다.
결국 기술기준에 맞춰 제품을 제조한 업체는 높은 제조단가로 손해만 보고 있다. 언젠가는 기술기준이 공포되겠지 되겠지 하면서.... 그동안 안전공사와 산자부는 무엇하고 있었나. 물론 내부협의, 심사, 심의, 검토 등등 많은 단계의 과정을 거쳐 입법예고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러나 너무 오래 끈다는 느낌이 든다. 다행히도 이달 말쯤 산자부가 기술기준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달말쯤 기술기준을 공포한다는 소식을 한 가스기기 제조업체에 전해주자 “하긴 한데요?”라는 기대반 포기반 섞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정부나 공기관을 업계가 믿고 따를 수 있도록 신뢰감을 심어주어야 한다. 정부의 한마디 ‘말(語)정책’으로 업계는 행동으로 쓰러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말 한마디로 천냥빚은 못 갚더라도 말 한마디로 상처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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