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nrico Mattei의 죽음에서 생각되는 것
<칼럼> Enrico Mattei의 죽음에서 생각되는 것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1.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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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암살사건의 예를 들어보기로 하자.
우리는 아브라함 링컨의 암살사건을 단순히 미국 남부와 북부의 대결에서 빚어진, 말하자면 흑백 문제에서 빚어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예사이다. 사실이 그렇더라도 우리는 한 차원 더 높게 생각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링컨을 그 만큼 위대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링컨을 위인으로 숭앙하는 것이 현실이다.
링컨의 암살의 의미는 여러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링컨이 암살 당함으로서 위인으로 추앙 받는다는 점이고,
둘째는, 높은 자이기 때문에 암살 당했다는 점이다.
두 번째 인물은 케레스티누스 5세이다.
13세기말의 가톨릭 교회는 몹시 부패했던 것 같다. 추기경들은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농민출신으로 산 속 깊이 숨어있던 은둔자를 찾아내어 '당신이 교황이 되지 않으면 안되겠습니다'라고 제의하였다.
케레스티누스 5세가 즉위하게된 사연이다.
그러나 그는 교황이 된지 4개월 후에 더 견딜 수 없어 그 자리를 그만두고 돌아가 버렸다. 그는 권위와 행정의 지위가 견디기 어려웠다. 그 에게는 교황의 지위가 너무 세속적이며 범죄적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불행한 것은 다음 번에 즉위한 교황이 자객을 시켜 그를 암살해버렸다는 점이다.
케레스티누스 5세의 암살도 생각해 볼만하다.
첫째는 케레스티누스 5세가 암살 당함으로서 토인비 같은 대 역사학자가 회고하고, Time지가 20세기를 마감하며 20세기의 주요인물로 선정할 정도의 성인이 되었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가 영적으로 높은 자였기 때문에 암살 당했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예에서 추론할 수 있는 사실은 이 세상이 악마의 권세에 속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악마는 고결하게 높아진 자를, 영적으로 높아진 자를 두려워하며 죽음을 맞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신학자들이 다루어야 할 문제이므로 여기서 일단 숨을 돌리기로 하자.
우리의 문제는 석유산업임으로 석유산업에서 암살이 추측되는 영웅 Enrico Mattei 얘기로 방향을 틀자.
Enrico Mattei는 북부 이탈리아에서 경관의 아들로 태어났다. 품행이 좋지 않아 14세에 학교를 중퇴하고 가구회사에 입사하였다. 30세 때는 밀란에서 자신의 화학공장을 운영하기도 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그곳에서 기독교 민주당계의 지하당원 지도자로 활동하였다. 전후에는 통솔 능력과 정치 능력 덕분에 북부 이탈리아에 남아있던 AGIP의 경영을 맡게 되었다. 1953년 Mattei는 그의 야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여러 주의 탄화수소 회사들을 모아 하나의 법인인 ENI를 신설하였다.
Mattei는 곧 이탈리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사가 되었다.
Mattei의 최대의 목적은 ENI나 이탈리아가 앵글로-색슨 계열의 회사와는 별도로 해외 석유공급원을 갖는 것이었다. 그는 중동 원유에 대한 지분을 원하였다. 그 자신이 <카르텔>이라고 부른 석유 메이저들을 소리 높여 공격하였다. 다각적으로 공동사업으로 견고하게 결탁된 국제 석유자본을 야유적으로 <7인의 자매(Seven sisters)>라고 불렀다.
Mattei는 이란 국왕에게 접근했다. 이란 국왕과의 우여곡절을 겪은 타협 끝에 75대 25의 이익분배 계약을 이끌어냈다. 전통적으로 서구 회사들과의 중동의 석유의 이익 분배에 관한 계약의 비율은 50대 50이었으므로 이는 가히 혁명적인 일이라 할 수 있었다. 1962년 10월 27일 Mattei는 전용 제트기로 시실리를 출발했다. 동승한 유일한 다른 승객은 곧 있을 Mattei의 미국 여행을 예견하여 이탈리아 거부에 대한 표지기사를 취재하려 했던 Time지의 로마 지국장이었다. 그들의 목적지는 밀라노였으나 결코 갈 수 없었다. 비행기가 밀라노의 리네트 공항 활주로에 약 7마일 정도 못 미쳐서 엄청난 뇌우를 맞아 추락하였다.
많은 적을 가지고 있었던 이탈리아의 Mattei였기에 비행기 추락의 원인에 대해 많은 의혹이 제기되었다. 소련과의 석유거래 때문에 서방 정보기관이 그의 비행기를 파괴했다고 말했다는 사람도 있었고 또 알제리 독립에 대항하여 싸웠던 프랑스 비밀군사 조직이 알제리에서의 프랑스 역할과 식민주의에 대한 Mattei의 비판 때문에, 그리고 알제리 반군과의 내통에 대한 복수로 비행기를 폭파했으며, 그 목적은 AGIP이 알제리 독립을 지원하게 하는 것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여기에서 필자는 Mattei의 죽음을 암살로 보고 싶다. 그렇다면 Mattei의 죽음도 생각해 볼만하다.
첫째는 Mattei가 암살 당함으로서 그의 영웅적 행위는 더욱 부각되었다는 점이고, 둘째는 높은 인기로 세속적인 위치가 높은 자였기 때문에 암살되었다는 점이다.
당연히 그는 악마의 암살 대상자로서의 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그에 대해 추론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점은 그가 사업가로서 나아가 정치적 인물로서 생명을 걸었다는 점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추론할 수가 있는 것이다.
생명을 건 자만이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은 기지의 사실이다.
우리 석유산업에도 생명을 걸만한 용기를 가지고 사업역량을 펼칠 영웅의 출현을 기대할 수는 없을까?
한 걸음 더 나아가 생명을 내던지며 국난을 이끌어갈 시대적 영웅의 출현을 기대할 수 없을까?

이승재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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