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원자력과 NGO의 관계
<칼럼> 원자력과 NGO의 관계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1.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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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6월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공모한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부지 유치공모가 유산되고 금년 6월말까지로 기한을 연장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기한연장에도 불구하고 공모신청에 대한 전망을 매우 비관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NGO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 나라의 경우 원자력분야에서의 정부와 NGO간 정책 갈등은 매우 심각하고 협상의 여지가 불투명해 보인다. 정부는 원전을 계속 확대한다는 정책방침을 고수하고, NGO는 추가적인 원전건설을 반대하고 대체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자력정책의 목표에 대하여 양자간에 극단적인 대립을 보이고 있다.
그간 원자력정책에서의 NGO는 정부정책에 대하여 비판과 감시기능을 수행하였으며 때로는 여론형성과 주민홍보 및 교육기능도 수행하였다. 그러나 NGO의 보편적 기능으로 볼 수 있는 합리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하거나 정책집행의 협력자 또는 정부와 주민간의 조정역할 등은 수행하지 못하였다. 또한 정부는 1980년대 후반까지는 원자력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무시한 채 하향적인 정책추진으로 오히려 NGO의 운동역량을 증대시켰다고 볼 수 있다. 1990년대에 들어와 정부는 원자력정책의 절차적 합리성을 높여나갔으나 정책에 대한 이해관계집단간의 사회적 합의의 부족, 정부불신 등의 원인으로 딜레마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정부는 보다 바람직하고 집행가능성이 높은 원자력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NGO와의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다른 어느 정책 못지 않게 원자력정책에서는 사회적 여론과 이해관계집단의 사전 동의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므로 정부는 NGO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정책의 집행가능성과 사회적 수용성을 높여나가야 한다.
그런데 원자력관련 정부(산업체)의 NGO에 대한 인식과는 대조적으로 환경공무원들의 환경NGO 활동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즉 NGO의 정책참여 역시 매우 바람직하다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NGO의 정책참여를 통해 행정의 민주화 및 정책의 불완전성을 보완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정책과정에 대한 NGO 참여의 필요성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은 환경NGO의 정보수집이나 전문적 연구능력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현재 환경NGO와 정부간의 상호교류는 매우 소극적이고 간접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는데, 그 이유는 NGO의 정책참여가 자문위원회나 공청회 등 간접적인 참여방식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렇듯 원자력분야에서도 앞으로는 NGO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접고 NGO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활발한 정보교류와 정책결정과정에의 참여를 제고시켜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필자는 원자력관련 정부와 NGO의 생산적인 협력관계의 구축을 위해 휴먼웨어(humanware) 차원에서 신뢰를, 하드웨어(hardware) 차원에서 협력기구를, 소프트웨어(software) 차원에서 의사소통의 활성화에 관한 정책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협력관계의 구축을 위해 NGO와의 신뢰회복을 도모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상대를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상대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주는 우호적인 태도가 선행되어야 한다. 서로의 최종적인 목적이 국가발전과 국리민복에 있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 한다면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합리적, 객관적 수단을 모색하는 과정에서의 시각 차는 조정되어질 수 있다.
이처럼 신뢰회복을 위한 전략의 1단계는 원자력관련 공무원, 산업체 종사자, 연구원 등이 원자력관련 NGO 임원들과 개인적 만남을 통해 자연스럽게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2단계로는 개인적 만남을 바탕으로 원전정책을 포함한 에너지환경차원의 연구회나 학회창립을 유도할 수 있다. 물론 공동연구, 세미나, 토론회 등은 비교적 중립적·학구적·합리적인 정책대안 유도가 가능한 교수 또는 언론사에서 주관하도록 한다. 이는 마치 동양화에서 구름을 물들여 달을 드러내 보이는 홍운탁월(烘雲托月)의 기법을 원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신뢰구축을 바탕으로 정부와 NGO간의 협력을 위한 정책협의회 등을 설치하는 방안이다. 물론 상호신뢰의 정도, 공통관심사항 및 정책방향 등 제반 여건에 따라 협력기구의 성격이나 운영방법이 달라질 것이다. 현재 상태에서 우선 가능한 방법으로 그 동안 첨예하게 대립했던 원자력안전에 관한 사안을 중심으로 기술적인 측면에서 접근하여 협의할 수 있는 전문가협의기구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협의회는 정부, 시민단체, 학계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국가의 에너지문제를 다각적인 측면에서 연구하고 이를 정책에 건의하는 기구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상호간의 협력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정책협의회에서 수행한 연구결과를 신뢰하고 정부의 정책에 적극 반영하여야 한다.
셋째, 신뢰와 협력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상호간에 의사소통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현재는 원자력에 대한 NGO의 입장이 매우 부정적이므로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는 부정기적인 만남의 기회(공동연구, 세미나, 토론회, 원전 방문)를 통한 의사소통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초기단계에서는 국민이나 주민이 참석하지 않는 비공개로 추진하여 서로 허심탄회하게 각자의 주장을 설명하고 심도있게 토론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토론창구를 통해 장기적으로 의사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토론·협의 등의 결과에 대하여 승리·패배의 인식을 불식하여야 한다. 이러한 토론은 최근에 많이 보급된 인터넷을 활용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마치 사이버국회가 운영되듯이 사이버에너지정책협의회를 구성하여 서로에게 감동과 감화를 줄 수 있는 지란지교(芝蘭之交)의 장을 펼칠 수 있다. 특히 면대면 토론보다는 사이버공간상의 접촉은 절제된 글을 통해 서로의 의중을 탐색하고 반추해 볼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점에서 상호이해를 촉진할 수 있다.

<이창기 교수 /대전대 에너지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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