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가스산업구조개편 그리고 견제와 균형
<칼럼> 가스산업구조개편 그리고 견제와 균형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1.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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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전에 보았던 도망자란 영화에서 인상깊은 대목이 있다. 아내를 죽였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도망중인 주인공을 집요한 형사가 쫓아가는 장면이다. 어떤 댐의 수로를 둘이서 쫓고 쫓기다가 어쩌다 보니 주인공이 총을 들고 형사가 두 손을 든 상황이 되었다. 주인공이 말한다. 나는 내 아내를 죽이지 않았다고. 억울하다고. 정황으로 보아서 내가 당신을 죽일 수도 있는 위치에 있는데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니까 믿어달라는 것이다.  이 때 형사의 말이 아주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 "상관없어(I don't care!)” 즉, 나는 법을 집행하는 형사이므로 당신이 유죄이든 무죄이든 그것은 상관없다. 나의 할 일은 피의자를 잡아가는 것이다. 유죄, 무죄는 법정에 가서 따지라는 것이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원리이다. 자기가 할 일 열심히 잘 하면 되는 것이지 남이 할 일을 간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이 중요한 운용원리이다. 입법, 행정, 사법 등 서로 다른 기관이 서로를 견제하고 그 가운데에 균형이 잡힌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다. 자기가 균형을 잡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균형은 서로 견제를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잡히게 마련이다.

 구조개편도 마찬가지이다. 본래 구조개편이란 것은 한 조직에서 이루어지던 의사결정을 여러 기관으로 분할하여 이 기관들 간의 경제거래의 균형으로 의사결정을 이루자는 것이 취지이다.
 시장도 그렇다. 시장에서 견제와 균형은 바로 경쟁원리와 이를 통한 시장균형의 원리 그 자체이다. 만약 힘의 균형이 제대로 잡히지 않게 되면 독과점현상이 나타나게 되고 소비자의 후생은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독과점을 규제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현재 진행중인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계획단계인 가스산업 구조개편은 많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전력산업의 경우 한전이 6개 발전자회사의 주식을 100% 소유하고 있어서 발전부문에서의 공정한 경쟁 그리고 송·배전을 보유한 한전이 그 발전자회사와 다른 발전사업자를 차별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한전이 발전자회사의 주식을 매각하는 민영화를 통해서 서서히 사라지게 되겠지만 그 과정에서 한전의 힘이 너무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전력시장의 운영과 발전부문의 민영화과정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정부가 면밀하게 감시하여야 할 것이다.

 그래도 전력산업의 경우는 분할과정에서 개별 기업이 어느 정도의 규모와 외형을 갖도록 하여서 분할을 전후하여 각 기관간의 협상력과 힘이 균형을 이루도록 배려하였다.
 그 결과 문제가 될 수 있는 사항이 사전에 정리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기능조정이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보자. 매순간 발전소의 전력공급 여부를 결정하고 전력계통의 흐름을 관장하는 계통운영(System Operation)의 권한을 송전부문을 갖고 있는 한전이 보유하는 것에 대해서 발전부문에서는 당당하게 이의를 제기하였다.
 공정한 발전설비의 운영에 핵심이 되는 사항인 만큼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의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계통운영의 기능은 보다 공정한 주체라고 할 수 있는 비영리법인인 한국전력거래소가 맡게 되었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유도된 것이다. 다 견제와 균형 덕분이었고 이는 대등한 규모로 한전의 사업영역을 분할하였기 때문에 가능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현 가스산업 구조개편 기본계획은 근본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 가스산업 구조개편 기본계획의 개요는 도입부문을 3개의 회사로 분리하고 이 중 하나를 가스공사에서 소유한다는 것이다.
 또한 인수 및 저장설비와 배관망도 모두 가스공사가 소유한다는 것이다. 결국 가스공사가 주요 설비를 다 갖고 도입계약의 일부만 다른 회사로 독립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런 자산도 없이 도입계약만 있는 회사는 외형도 크지 않고 직원도 많지 않을 것이다. 가스공사에 비하면 구멍가게에 지나지 않는 도입계약서만 갖고 있는 회사가 과연 거대한 가스공사 조직과 균형있는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인가? 누가 이 회사의 인수에 관심이 있겠는가? 이 과정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것인가? 적절한 견제를 가할 수 있을 것인가? 한마디로 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이는 구조개편의 한 방법이라기 보다는 구조개편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전력산업을 구조개편한다는 것이 한전을 분할한다는 것을 의미하듯이 가스산업을 구조개편한다는 것은 가스공사를 분할한다는 것이다. 구조개편을 통해서 가스공사의 발전을 논하는 것은 구조개편의 목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구조개편은 가스산업의 발전과 소비자의 후생을 증가시키자는 것이지 사업자의 이득을 증가시키자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스공사가 공기업이기 때문에 이러한 논의가 가능한 것이 아니겠는가? 한전은 장기적으로 송전부문을 제외하고 발전부문과 배전 및 판매부문이 여러 개의 개별회사로 분리될 것이다.
 한전의 구조개편 전문가들이 이 작업을 한전이라는 사업자의 이득을 생각하며 진행하였겠는가? 가스공사도 발전적으로 분할되어 우리나라 가스산업의 발전에 의미있는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
 한전이 그러했듯이 그 동안 가스산업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하였던 가스공사도 자신을 버리며 가스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말못하는 사장님들
“경제 돌아가는 꼴이 말이 아니다” 한 중견 건설업체 사장은 요즘 들어서 삶의 의미가 없다며 하소연 한다.
나아질 것이라던 경제는 밑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경제외환위기의 후유증은 앞으로 3∼5년 정도 더 걸려야 한다는 것 때문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몇 명 안되는 직원도 재택근무를 시켜야 하는 형편에 더 이상 회사의 존립도 위태로운 상황까지 내몰아 치자 이제는 의욕이 사라져버린 희색이다.
건설경기가 IMF 때보다 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정부는 좋아질 것이라고 말하고 경제상황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이른 바 3D업종이라는 건설업이나 공장 등에 취업을 하려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수출의 효자노릇을 하고 있는 한 신발공장 사장은 기자에 사람 좀 구해달라며 애원하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공장 문을 닫게될 위기에 놓였고 재정적 어려움으로 올해를 넘기기가 버거운 상태에 빠져있다.
입찰장에서는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 졌고 로비(?)를 하다 떨어진 업체는 발주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려는 몸부림까지 치고 있다.
“소송을 하면 뭘 합니까. 오히려 밥 먹는데 올가미만 씌우는 격이 될텐데....” 맥없는 소리만 낼 뿐 대책이 없다.
건설경기 부양책을 세워야 할 때이다. 과거 경제성장의 주춧돌 역할을 담당했던 건설업이 대기업의 死藏(사장)등의 이유로 내 몰아치는 작금의 사태를 마냥 두고 보는 것 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제 원동력을 담당해온 건설업을 지금에 와서는 미운 오리새끼로 정도로 본다면 경제의 근간을 이뤄온 뿌리가 흔들릴 것이라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제는 먹고 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살아가는 질적인 측면과 이에 더불어 합리적인 제도가 뒤따라야 한다.
그동안에 답습해온 과거의 깊은 골을 떼어내고 기업이 살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조성봉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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