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인상 요인 비중이 다르다
유가인상 요인 비중이 다르다
  • 한국에너지
  • 승인 2006.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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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재 두 박사
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유가가 80달러대에 육박하는 상황에 도달했다. 다행히 이스라엘의 레바논 헤즈볼라 공격이 중동 전면전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진정되면서 급등세는 멈춘 형국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유가 인상 요인에 대해 인식을 새로이 할 필요가 있다.

통상 유가가 오를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인상 원인이 나온다. 수요 공급 차원에서의 잉여 생산 능력 부족, 지정학적 긴장 요인, 정제시설 부족, 허리케인 같은 기후 문제, 투기 자본, 미국의 재고량 등이 이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상 요인은 같은 차원에 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요인인가? 그냥 습관적으로 외국의 전문기관이 분석한 요인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점은 없는 것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아도 각 전문 기관의 내부 판단용 자료와 공개적으로 내보내는 자료가 같다고 볼 수는 없다.

현 상황에서의 유가 인상은 에너지 안보가 패권경쟁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거시적 조망이 수반되지 않으면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 석유시장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엑슨 모빌 같은 초대형 회사도 보유 물량 기준으로 줄을 세우면 세계 12위에 불과하다. 앞줄에 선 기업들은 모두 국유기업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시장의 논리에 기반한 기업 차원의 시장판이 이제는 국가전략이 충돌하는 동맹 재편과 패권 경쟁의 장으로 변질되어 간다는 것이다.

기업이 아니라 국가의 안보 전략 추이에 따라 시장이 큰 영향을 받고 투기자본 역시 이를 읽고 움직이기 시작한지 오래다. 거시적인 그림은 보지 못한 채 시시콜콜한 숫자 몇 개를 들이대며 “시장은 정직하다”는 둥 과거의 시각으로 잣대를 들이대면 어김없이 낭패를 보기 마련이다.
2005년 말 유가 예측을 전문으로 하는 회의석상에서 “2006년 유가는 이란 요인이 좌지우지할 정도로 절대적 비중을 가지며 50달러대 유가를 그리워 할 정도로 인상될 소지가 다분하다. 그러므로 현재 가격(50달러대)이 내리길 기다리지 말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많은 양을 조기에 확보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한 기억이 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고 정책에 반영된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 달에 50∼60억 달러 이상을 오일 수입에 쏟아 붙는 국가가 정확한 유가 예측을 위해 투자하는 노력은 놀라울 정도로 미미하다.

지정학적 충돌 요인이라는 표현은 틀린 말은 아니지만 부정확한 이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이란 요인도 따지고 보면 초강대국 미국이 자신들의 지위를 위협한다고 지목한 악의 축(Axis of Evil) 국가들이 중국,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과 손잡고 반미 오일 축(Axis of Oil)을 결성해 대응하는 갈등의 한 과정일 뿐이다.

고유가가 오래 갈 것이라는 전망은 에너지 시장의 수요 공급 구조가 본질적으로 불안정하다는 점과 더불어 에너지 동맹 재편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점에 기인한다. 매년 ‘에너지 안보 정세 : 분석과 전망 (가칭)’같은 거시적 분석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져서 정확한 예측과 적절한 대응이 제도화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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