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환율상승 `속수무책'
정유사 환율상승 `속수무책'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1.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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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환차손 하루 13~18억 손실… 정책적 수급 절실

요즘 정유회사 재정팀 분위기는 거의 초상집 같다.
원·달러 환율의 단기 급등으로 환차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SK(주)는 회사가 하루 평균 결제하는 원유 수입대금은 1천5백만∼2천만달러로 하루에 환율이 달러당 10원 오르내리면 2억원 안팎이 왔다 갔다 한다.
원유는 보통 도입한 지 3개월 후에 결제하므로 요즘 이 회사가 결제하는 대금은 환율이 1,260원 안팎이었던 올해 초에 도입한 부분이다.
최근 환율이 당시보다 90원 안팎 올랐으므로 이 회사는 환율상승으로만 연초에 비해 하루 13억∼18억원 정도를 더 쓰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환차손을 줄이기 위한 리스크 관리는 엄두도 못낸 채 속수무책으로 ‘앉아서 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은 하지만 수입대금 결제기한을 앞당기는 초보적인 수준 외에 별다른 대책은 없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달러 또는 선물 옵션을 통한 리스크 관리도 생각할 수 있지만 자칫 환율을 잘못 예측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며 “여기에 회사의 운명을 걸기보다는 환차손을 제품가격에 적절히 반영하는 것이 업계의 관행”이라고 전했다.
환율 급등락에 따른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기법들은 선진국에서 이미 보편화돼 있지만 우리는 기법 자체가 위험하다는 이유로 그냥 앉아서 당한다는 얘기다.
위험회피 기법이 우리 기업에 위험한 이유는 한마디로 그럴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금융기관들도 선물 등에 손댔다가 큰코다치는데 기업들이 무슨 실력으로 나서겠느냐”고 말했다.
금융시장 탓으로 돌리고 제품값에 반영하면 되는데 왜 ‘모험’을 하느냐는 얘기다.
항공기 도입에 따른 달러 부채 때문에 환차손 부담이 큰 항공업계나 덩치 큰 공기업도 리스크 관리에는 ‘눈뜬 장님’이나 마찬가지다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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