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Oil Man의 철학(哲學)
<칼럼> Oil Man의 철학(哲學)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1.03.1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뽄세 데 레온은 1460년 스페인의 띠에라 데 깜뽀스 빨렌시아에서 태어나 1521년 아바나에서 죽었다. 아라공 궁전의 문서에 의하면 그는 1493년 콜롬부스의 제2차 신세계 탐험대의 대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9년 후에 그는 니꼴라스 데 오반도의 밑에서 서인도 제도를 탐험, 1508년에 푸에르토리코를 발견하여 식민지를 건설했다.
그후에 그는 하는 일없이 이사벨라 여왕의 궁전에서 빈둥거렸다. 여왕의 신하들은 그런 그를 조롱했다. “뽄세 데 레온이 한 일이 도대체 뭐야?”라는 것이었다. 레온은 좀 무신경한 편이었지만 하도 남의 말을 듣다보니 신경과민이 되었다. 자기도 여왕을 위해 무슨 공적을 세워야 할 것 같았다.
그때 문득 그에게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콜롬부스를 따라 아메리카에 갔을 때 어느 인디언에게서 들은 이야기였다. 대륙의 바다를 노저어 가 어디 어디에 가면 `젊음의 샘(the Fountain of Youth)'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 샘물을 마시는 사람은 젊어진다는 얘기였다. 마침내 레온은 그 `젊음의 샘'을 찾아 나선다. 탐험대를 조직해서 긴 항해 끝에 아메리카 대륙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다 그는 결국 `젊음의 샘'을 찾지 못했으나 지상낙원을 하나 발견했다. 그 낙원이 지금의 플로리다이다.
이 이야기를 두고 필자는 두 가지 측면을 생각해 본다. 단순히 하도 남의 말을 듣다보니 레온도 여왕을 위해 무슨 공적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인가? 아니면 무슨 개인적 동기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중요한 것은 봉건 군주시대의 인간이건, 최첨단 과학이 강조되는 현대의 인간이건 인간의 본질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본질을 파고들면 필연적으로 개인적으로 밖에 될 수 없다고 가정하는 것이고, 그러므로서 뽄세 데 레온이 `젊음의 샘'을 찾아나선 동기는 결국 극히 개인적인 동기에서였을 것이라고 필자는 추측해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개인적 동기란 무엇일까?
필자가 살아오면서 느끼는 것은 남성은 일상사로서 충족될 수 없고, 항시 무엇인가를 추구하려 든다는 것이다. 요컨대 남성은 추구하는 것이 있다. 뽄세 데 레온은 무엇을 추구했을까? 내가 추측하건대 그는 꿈의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의 꿈에 `젊음의 샘'이 형상화됐고, 그는 언제나 `젊음의 샘'이 있는 그곳의 꿈을 꾸며 살았을 것이다. 그리해서 마침내는 하찮은 인간들의 충동질이 동기가 되어 결국은 그 꿈의 실체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말하자면 남성의 추구 성향이 발동되는 것이다. 이런 논조는 아주 몽상적인 것으로 들릴지 모르나 세계 역사를 뒤바꿀 수 있었던 커다란 동기가 그런 데 숨어 있다.
15세기에 서구에서 시작된 대탐험도 역시 그러한 동기에서였을 것이다. 일설에는 그 당시 남성들은 바이블(Bible)에서 꿈의 대상을 발견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들의 대탐험의 동기가, 말하자면 아메리카 신대륙 발견 탐험의 동기가 에덴동산을 찾으려는 것으로부터, 장로 존의 꿈의 나라, 바빌론 유수에서 돌아오지 않고 사라진 10지족을 추적해보려는 것 등등 여러 가지 성경적 사실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 남성들의 꿈의 추구는 대탐험 시대 이후로도 면면히 이어져 왔다. 아메리카 서부 개척시대에도 그랬다. 수많은 남성들이 금광을 찾아 허구한 날을 방랑하는가 하면, 드레이크의 석유발견 이후로는 이 `검은 황금' 즉, 석유를 찾으려는 oil man들이 아메리카 전역을 휩쓸고 다녔다.
이상을 지향하는 행동은 철학적인 것이다.
Oil man들의 고집스런 꿈의 추구는 일관성이 있었고, 이상을 찾는 것이었고, 거기다 석유탐사의 한 특징인 도박성이라는 어떤 마력적인 성질까지 곁들인 것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어떤 줄거리, 즉 철학을 산출해냈던 것이다. 현대에 들어서 첨단과학이 석유개발에 동원되므로서 oil man들의 본질이 극히 산문적으로 희석된 것으로 여겨질지 모르나 석유탐사는 미국 서부 개척시대나 다를 바 없고 그 성격도 변하지 않았다.
5억 배럴 이상의 유전인 giant가 서부 개척시대 oil man들에게 꿈에도 상상못할 횡재를 안겨주었듯이 오늘날의 oil man들도 온갖 신고 끝에 giant를 발견하고, 그 동안의 든 돈을 벌충하고도 엄청난 부를 누리게 되는 것이다.
고로 oil man의 철학은 아직도 살아 있다.
Oil man을 교육하는 대학에서의 첫 강의는 이 `oil man의 철학'에 대한 강의로부터 시작된다.
그렇다면 oil man의 철학은 무엇인가?
`Oil man이란 말처럼 마성을 지닌 말도 없다'고 전 미국석유지질학회 부회장 B. W. Beebe는 말했다. 그는 oil man이 기술적 능력, 낙관적 철학, 불굴의 의지, 판단력, 직관력을 지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또한 약간의 마성을 지녀야 한다고 덧붙이고 있다. 우리는 보통 오묘하기 짝이 없는, 우리의 능력 한계 밖의 일을 신비스럽게 생각한다. 말하자면 마성의 영역으로 미루어버리는 것이다. Beebe가 석유탐사를 신비스럽게 또는 마력적으로 생각하는 배경에는 석유라는 것이 오묘하기 짝이 없고 우리의 능력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그는 석유의 발견이 천재의 순간적인 영감에 의해서가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말을 잊지 않고 있다. 요컨대 석유발견이란 1%의 영감과 99%의 땀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석유산업이라는 위험부담 산업을 이끌어가는 oil man의 전형적인 성격은 무엇일까?
우선 그는 헌신적이어야 한다. 그에게는 석유탐사가 생계수단이 아니라 생 그 자체이어야 한다. 석유탐사란 작업 자체에 대해 비정상적일 정도로 관심을 가져야 하고 또한 매료되어야 한다. 사실 석유산업에 종사해본 사람들은 석유탐사란 것이 그 실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미묘하고, 자극적이며, 결과적으로 막대한 보상을 가져온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 것이다.
결국 oil man이란 엘리트이며, 개척자이며, 용기 있는 사람이며, 모험가이다. 그는 역사상 존재했던 선대의 개척자들처럼 낙관적이며, 자질이 풍부하고, 호기심 많고, 창의적이며, 끈기 있고, 선도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는 석유발견을 미리 마음 속에 떠올릴 정도로 생생하면서도 합리적인 상상력을 지녀야 한다. 이에 덧붙여 그는 경이적인 기억력과 언뜻 보면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자료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예리한 감각을 지녀야 한다. 또한 그에게는 세일즈맨쉽도 무시될 수 없는 요소이다. 왜냐하면 oil man이란 끊임없이 자신과 자신의 아이디어를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말로나 글로 자신을 나타내는 데 능숙해야 하며 명확해야 한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스태미나가 있어야 한다. 단위시간당 최대의 아이디어를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추진력이 있어야 하고,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을 집중된 정신 속에서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가 피해야 할 적은 단 두 가지, 독단과 편견이다. 석유산업이란 페가수스와 같은 상상력을 요구하면서도 독단과 편견이라는 이카루스적 실패를 경고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철학에 살고, 이러한 철학에 죽는 oil man들이 우리 나라에도 다수 있다.
2000년 9월 현재 우리 나라에는 전문적 석유개발 기술인력만 해도 124명에 이른다. 이들은 고도의 석유개발 노하우(know how)를 보유한 핵심멤버들을 말함이고, 그 외의 범위가 넓은 석유산업 종사자들이 상당 수준에 이르는 것이다.
이 꿈의 사람들이 국내에서, 해외에서 간난신고를 겪으며 `검은 황금'의 횡재와 조우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oil man이란 이상을 추구하고, 한층 높은 철학에 사는 사람들인 것이다.

<이승재 칼럼리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