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에너지 전쟁중
세계는 에너지 전쟁중
  • 한국에너지
  • 승인 2005.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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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OPEC 무력화 움직임 시동

러시아도 옛 소련권과 가스공급 갈등
중-인 협력, 중남미 석유정책도 큰 변수


내년에도 에너지 수급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안정적인 석유와 천연가스 확보를 위한 전세계의 `에너지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이 예전처럼 `고분고분하지 않은'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무력화시키려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러시아도 에너지 대국으로 본격 부상하기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앞서 민영화된 에너지 산업에 대한 국가 통제를 대폭 강화한데 이어 거물급 서방 인사를 영입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옛 소련권 공화국들에 그간 적용해온 천연가스 할인요금제를 내년부터 폐지하려는데 대해 우크라이나가 완강히 저항해 역내의 새로운 불안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또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중남미 에너지 정책통합 움직임도 미국의 견제에 관계없이 차근차근 진행돼 현지 진출한 서방 메이저들의 영향력이 현저히 약화되고 있다.

아시아 쪽에서는 중국과 인도의 해외 에너지원 공동확보 노력이 확대되고 있으며 OPEC 2위 원유.천연가스 매장국인 이란도 `미국 극복'이란 측면을 겸해 멀리는 중남미까지 포함해 주변국들과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미국대로 에너지 자급 자족이라는 측면에서 알래스카 유전 개발을 놓고 이를 적극 추진해온 백악관-공화당과 이를 저지하려는 민주당과 환경단체들간의 지루한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다음은 전세계의 에너지 전쟁 상황을 간추린 것이다. 
◇ 러시아, 서방인사 헤드헌팅 본격화
푸틴 대통령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서독 총리를 `북유럽가스관' 컨소시엄의 회장격인 감독위원회 의장으로 영입했다. 이 컨소시엄은 러시아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공급하기 위해 러시아의 가즈프롬이 지분의 51%를 갖고 나머지는 독일측이 확보해 설립됐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EU)과 독일에서는 지난달 22일 총리직에서 갓 물러난 슈뢰더가 `러시아를 위해 일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비판이 거세다. 심지어 `슈뢰더가 돈에 팔려갔다'는 비판까지 나오자 본인이 발끈해 제소할 것임을 경고하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는 슈뢰더가 권좌에 있을 때 적극 지원해온 것이라는 점에서도 비판론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조짐이다.
푸틴은 여세를 몰아 조지 부시 대통령 1기 때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도널드 에번스에게 러시아 국영석유회사 로스네프티의 회장직을 제의했으나 본인이 거절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20일 보도했다. 저널은 앞서 에번스가 푸틴의 제의를 거절하도록 촉구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저널에 따르면 로즈네프티는 내년에 서방에 기업을 공개할 계획이다. 또 가즈프롬도 새롭게 개발하려는 러시아 거대 유전 스톡크먼 프로젝트를 위해 서방 메이저들과 협상하고 있다.
저널은 푸틴이 자신에게 도전한 유코스 회장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를 제거한 것을 계기로 지난 90년대 민영화된 러시아 석유산업을 다시 국유화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면서 그 결과 현재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30% 가량을 크렘린이 직접 통제하는 상황이 됐음을 상기시켰다.

모스크바 소재 알파 뱅크의 크리스 웨퍼 수석애널리스트는 AP에 "러시아 석유산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면서 서방의 거물급 인사에 대한 크렘린의 헤드헌팅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천연가스 전쟁'
러시아가 옛 소련권 공화국들에 천연가스를 특별 가격에 공급해온 것을 내년부터 폐지한다고 발표한 후 특히 우크라이나가 정면 도전해 양국간에 새로운 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
양국은 갈등 해소를 위해 19일 모스크바에서 총리 회동까지 가졌으나 결국 이견을 좁히는데 실패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예정대로 단행한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의 빅토르 유센코 대통령은 20일 러시아의 경고를 `협박'이라고 거듭 일축하면서 "그들이 천연가스 공급을 결코 끊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반박했다. 러시아는 가격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천연가스 공급을 끊겠다고 경고해왔다.

가즈프롬은 우크라이나에 대해 그간 천연가스를 1천㎥당 50달러에 공급해온 것을 내년부터 220-230달러로 대폭 인상할 것임을 앞서 통보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인상하더라도 단계적으로 완만하게 하도록 요구해왔다.
로이터는 푸틴이 유센코의 친서방 노선에 쐐기를 박으려는 정치적 의도도 짙게 깔려있다고 분석했다. 왜냐하면 같은 옛 소련권 공화국인 벨로루시에 대해서는 이전 가격으로 계속 천연가스를 공급키로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유센코는 러시아가 끝내 천연가스 공급을 끊을 경우 러시아 주둔군 철수 요구와 함께 우크라이나 흑해항구에 있는 러시아 함대에 대한 임차료도 지금의 연간 9천800만달러에서 25억달러로 대폭 인상하겠다고 경고했다. 또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으로 가는 러시아 가스관에 대한 수수료도 크게 올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 미국, OPEC 무력화 시동
미국은 최근들어 OPEC가 전같지 않은데 대한 불만을 보여왔다. 특히 그간 변함없이 친미 노선을 취해온 OPEC 핵심 회원국인 사우디 와 쿠웨이트가 석유 정책에서 전례없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태도가 확연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백악관의 이런 태도는 석유시장이 미-사우디-쿠웨이트 정책 연대에 대해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과도 때를 같이한다.

과거 같았으면 백악관과 사우디 왕가가 모임을 갖고 `석유수급 안정화를 위해 노력키로 했다'는 성명을 내면 유가가 떨어졌으나 이제는 상황이 급변했다.
한 예로 지난 4월 25일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의 개인 목장으로 사우디 실권자인 압둘라 왕세자를 초청해 회담했으나 유가는 꿈적하지도 않았다. 한마디로 약발이 떨어진 것이다.

당시 부시는 오히려 사우디로부터 고유가 책임이 헤지펀드 투기와 소비국의 규제와 정유설비 부족에서 촉발됐다는 항변을 들어야했다. 더욱이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공포 프리미엄'도 큰 몫을 하고 있다는, 부시로서는 극히 불쾌한 지적까지 덧붙여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 민주당의 프랭크 로텐버그 상원의원(뉴저지)은 지난 12일 백악관에 보낸 공개편지에서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OPEC를 무력화시키라"고 주문하기까지 했다. OPEC의 산유쿼터가 WTO 규정에 위배된다는 논리를 근거로 제시했다.

미 의회 일각의 OPEC 무력화 움직임은 OPEC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가 WTO의 149번째 회원국으로 갓 가입한 직후 나온 점도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사우디가 향후 WTO와 OPEC간에서 `양다리 걸치기'를 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 미국내 알래스카 유전개발 논란 가열
부시가 1기 집권 때부터 초점을 맞춰오던 프로젝트로 2기 들어 강하게 밀어붙여 현재 의회에서 밀고 당기는 막바지 입법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상원은 알래스카 생태보존지역 석유 시추를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한 내년도 예산안을 이미 통과시켰다. 그러나 하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하원은 논란 끝에 알래스카 부분을 빼는 수정안으로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단 2표차로 통과돼 논란이 그만큼 치열했음을 뒷받침했다.
이에 따라 상.하원은 올해안에 알래스카 시추 문제를 조정해야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성탄절.연말 휴회 이전에 타협되지 못할 경우 회기 때문에 자동 폐기되는 급박한 상황이다.
백악관과 공화당은 민주당 이탈표를 적극 로비중이나 환경단체들도 강력히 견제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전망이 불투명하다. 더욱이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알래스카 유전 개발에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백악관과 공화당은 알래스카 유전을 개발할 경우 하루 100만배럴의 원유수입 대체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만큼 중동 원유에 대한 의존을 낮출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민주당과 환경단체들은 미국의 자동차 연비를 높이는 것만으로도 그만큼의 분량을 대체할 수 있다면서 공화당의 아킬레스건인 친기업 입법이라는 쪽에 비판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편 알래스카내 지자체들은 엑손모빌과 BP 등 석유메이저가 인수합병과 지분획득 등 교묘한 수단을 동원해 알래스카의 에너지 자원을 독점하고 있다면서 양사를 반독점법 위반혐의로 제소해 새로운 불씨가 되고 있다.

알래스카 지자체들의 이같은 공동움직임은 약 35조입방피트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노스슬로프 지역 개발 주도권 다툼과 직결돼있어 법정공방의 귀추가 주목된다. 
◇ 베네수엘라, 탈미 에너지 정책 본격화
차베스 대통령이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미국을 털어내기 위한 중남미 에너지 정책 결속을 적극 실행하고 있다. 또 그간 수출 원유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 의존해오던 것도 중국 등과 협력하는 등 수출선 다변화도 본격화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베네수엘라에 진출해있는 서방 메이저 길들이기도 한창이다. 대표적으로 서방 메이저들이 체결하고 있는 산유 계약을 새롭게하도록 의무화했다.
즉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와 반드시 합작하도록 한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대부분 석유회사들은 OPEC 창립 멤버로 중남미 유일의 회원국인 베네수엘라의 전략적 위상 등을 감안해 울며겨자 먹기로 차베스의 조치를 수용했다.

유일하게 버티고 있는 메이저는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의 엑손 모빌이다. 베네수엘라 당국에 의해 연말까지 확답하라는 최후통첩을 받은 엑손 모빌측은 20일 "베네수엘라에서 계속 비즈니스를 해야할지를 현재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상황에 따라서는 철수가 가능하다는 암시이기도 하다.

차베스는 서방 메이저들이 그간 베네수엘라에서 '땅짚고 헤엄치기' 비즈니스를 하면서 이익의 합당한 부분을 당연히 베네수엘라측에 로열티로 내야했다고 강조했다. 이제부터는 철저히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차베스는 이와 함께 중남미의 '맏형' 격인 브라질과 주축이 돼 중남미 에너지 공동체 건설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16일 두나라 정상이 참석해 브라질 북동부 페르남부코주(州) 레시페시(市)에서 열린 25억달러 규모의 합작 정유공장 기공식이 대표적인 예다. 오는 2010년 가동되면 하루 20만배럴의 중유를 생산할 계획이다.

차베스는 이밖에도 중남미를 종단하는 대규모 천연가스관 설치를 브라질과 함께 적극 추진중이다.

◇ 인도-중국, 해외 에너지원 개발협력 확대
인도의 S.C. 트리파티 석유장관은 20일 인도와 중국이 해외 석유자원 개발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면서 캐나다가 갖고 있던 시리아 원유.천연가스 자산을 성공적으로 인수했음을 상기시켰다.
그는 로이터에 "이것이 향후 인도-중국 에너지 협력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면서 "더 많은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는 인도가 석유 수요의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또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중국도 산유국이기는 하지만 자급에는 태부족임을 덧붙였다.
트리파티는 인도와 중국이 에너지원 확보에서 경쟁해봐야 결코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점을 강조했다. 인도는 현재 카자흐스탄과 앙골라 및 에콰도르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의 여러 지역에서 석유 확보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인도 석유부 관리는 "그렇다고해서 마냥 두나라가 해외 에너지원 확보에서 공조한다는 얘기는 아니다"라면서 "서로의 여건이 충족돼야만 한다"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깨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 이란, 중동 에너지 대국 꿈 불태워
이란은 미국의 핵시비를 견제하는 효과를 겸해 중동의 새로운 에너지 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후 이란은 더욱 발빠르게 움직여왔다.
이와 관련해 인도 석유부 관리는 20일 이란측이 지난 6월 체결한 액화천연가스(LNG) 장기공급계약이 차질없이 이행될 것임을 확인했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오는 2009년말부터 25년간 매년 500만t의 LNG를 공급하는 내용이다.

또 앙숙이던 인도와 파키스탄의 관계가 개선되기 시작한 것과 관련해 모두 70억달러가 투입돼 2007년 가동될 양국간 송유관 건설에도 이란이 깊게 개입돼있다. 미국이 견제했으나 프로젝트 실행을 막지는 못했다.
이란은 20일 아제르바이잔과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는 협정도 체결했다. 이를 위해 초강경 반미 노선을 보여온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현지를 방문했다.

그런가하면 일본은 미국의 끈질긴 견제에도 불구하고 대단위 이란 유전개발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해 이란의 입지를 뒷받침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미국의 대이란 `옥죄기'가 강화되면 될수록 이란의 에너지 대국화 야심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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