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가스 한국행 노선확보 시급
시베리아 가스 한국행 노선확보 시급
  • 김경환 편집국장
  • 승인 2005.11.2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한·러, 러·일 정상회담의 큰 이슈는 에너지 확보와 협력이었다.
한·러 정상회담에선 사할린 원유수송을 위한 남북한과 러시아의 합작 가능성이 제시됐다. 또 러·일 정상회담에선 시베리아 송유관을 통한 일본의 원유확보를 둘러싼 러시아와 일본의 팽팽한 신경전이 드러났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은 한발 물러선 모양새이지만 러시아로부터 에너지공급을 이미 확약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은 태평양측과 중국쪽 루트의 분기점이 되는 스코로보로디노까지 1단계 송유관 공사를 우선 건설하고 다칭까지의 지선을 연결한다는 약속을 러시아로부터 받아놓았다. 

가스도 확보하고 있다. 러시아 야쿠츠크 지역의 차얀다 가스전에서 나오는 가스를 1단계 송유관와 연결된 중국지선으로 함께 끌어들인다는 중·러 가스협력을 가시화하고 있다.
일본은 중·러 밀착관계에 밀렸지만 송유·가스관 건설과 동시베리아 유전개발을 위한 투자를 한다는 조건으로 사실상 러시아로부터 에너지공급 약속을 받아냈다. 하지만 우리는 중국과 일본에 밀리고 있다.

한·러 정상회담을 통해 채택된 ‘한·러 경제·통상 협력을 위한 행동계획’에서 극동시베리아 유전·가스 공동개발과 동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 사업에 대한 협력을 구체화하기로 했지만 러시아의 원유과 가스를 공급받는 송유관과 가스관 지선 확보와 가스협력 협정 체결을 비롯 에너지 관련, 어떤 구체적인 협정도 명시화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으로 가시화된 한·러 가스협력협정 체결이 한·러 정상회담에서 보류된 점은 우리의 에너지확보 외교에 이상징후를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

러시아는 에너지부문에서 우리와의 협력범위를 좁히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시베리아 송유관은 극동 페레보즈나야를 종착점으로 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곳에 원유저장기지를 건설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태평양측과 중국쪽 루트의 분기점이 되는 스코로보로디노까지 1단계 송유관을 우선 건설하고 스코로보로디노에서 중국 다칭까지 지선을 딴다는 최종입장을 확인했다.
러시아로부터 에너지공급 노선을 확보하는 남은 길은 가스관을 끌어오는 길이다. 하지만 가스 확보도 시베리아보다는 사할린으로 몰리는 모양새이다. 러시아는 이마저도 남북협력을 끼워넣으려 한다는 사실이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한·러 가스협력협정 체결 보류 원인도 바로 이러한 러시아의 한국에 대한 가스공급 전략이라는 사실이다. 러시아 언론은 최근 “가스협정 서명직전 북한을 가스협력 사업에 끼워 넣으려는 러측 제안에 한국이 반대하여 체결이 보류되었다”고 보도했다.
이를 국내 언론이 인용보도했고 산자부는 가스협정과 관련된 러시아측과의 논의과정에서 ‘북한’ 문제는 언급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러시아 외무부는 한러 정상회담에서 가스협력협정 체결을 비롯 에너지 관련, 어떤 구체적인 협정도 서명되지 못한 점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한국간 양자협력, 남북러 3자간 협력 방식이 모두 가스분야 협력에서 원칙적인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해 가스협력체결 보류 원인으로 ‘북한’ 문제가 개입된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러한 러시아 외교부의 입장은 산자부가 가스협력 협정을 논의하면서 “러시아측 협정(안)의 몇가지 사항에 관한 양국간 이견”이라고 밝힌 점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다.
물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문 형식이 많은 양자간 협정 체결을 예정한 것은 아니었다.
초점은 큰 틀에서 경제협력을 위한 포괄적인 원칙들을 담은 경제통상협력 공동행동 계획을 만드는데 있었다는 점에서 가스협력협정 같은 구체적인 협정에 서명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한·러 가스협력협정 체결이 보류된 진짜 원인은 러시아가 시베리아 가스보다는 사할린 가스를 한국에 공급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정부는 이번 가스협력협정 체결로 이르쿠츠크의 코빅타 가스전을 포함한 러시아 동시베리아와 극동지역의 천연가스가 한국으로 올 수 있는지 여부를 확정지으려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가스협정 체결이 보류되면서 한국이 지난 10여년 동안 공들여온 코빅타 가스 도입 성사 여부를 현재로선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러시아 정부는 코빅타 가스관 노선 선정 문제를 러·중, 러·일 동시베리아 송유관 노선 결정처럼 정치적으로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애초 지난해 말까지 단일가스수송망(UGSS)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었다. 단일가스망은 서시베리아의 기존 단일가스공급망과는 달리 동시베리아와 극동지역의 모든 가스전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다. 가스전은 독립적으로 개발했다가 시장수요에 따라 개발하고 추후에 통합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정부의 시베리아 원유과 가스개발 실무그룹인 ‘동시베리아위원회’는 새로운 전략을 마련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코빅타 가스전을 대부분 국내 수요로 돌리는 대신, 아직 예측매장량만 있는 야쿠츠크의 차얀다 가스전 등과 사할린 대륙붕 가스는 수출용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빅타에서 생산되는 가스를 우선 국내 수요에 충당한 뒤 나머지를 서쪽으로 내보내고, 이를 야쿠츠크 지역의 차얀다 가스전에서 나오는 가스와 함께 중국에 수출한다는 것이 러시아의 전략이다.
이는 러시아가 이미 중국의 서부국경을 통해 중국의 서기동수 노선에 연결하는 가스파이프라인과 동시베리아에서 중국으로 연결하는 파이프라인 건설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끝냈다고 밝힌데서 입증되고 있다.

무엇보다 분명한 점은 러시아가 코빅타와 차얀다에서 한국을 배제하고 사할린 가스를 북한을 통과하는 가스관을 건설,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러시아 입장이 이번 한·러 정상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의 발언으로 드러났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같은 러시아의 복잡한 계산을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 남은 선택은 시베리아 가스를 한국으로 돌리는 외교 노력이다. 사할린 가스는 남북한이 함께 공유하더라도 에너지안보를 위해서라도 시베리아 가스를 확보해야 한다.

정부는 한·러 가스협력협정이 보류된 상황에 대해 러시아 전략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순서이다. 시베리아 가스의 한국행을 위한 최종 노선은 우리의 에너지안보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정부는 시베리아 가스를 확보하기 위해선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등 최고위층의 정치적 결정을 끌어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정상외교 등 외교적 노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