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C에 ‘에너지 안보위원회’ 설치를
NSC에 ‘에너지 안보위원회’ 설치를
  • 김경환 편집국장
  • 승인 2005.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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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카자흐스탄을 연결하는 송유관이 완공됐다고 한다.
베이징의 에너지분야 관련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송유관은 양국 국경을 잇는 1단계 약 1000km의 공사로 건설 비용은 약 7억달러라고 한다. 이 송유관의 직경은 813mm로 연간 2000만톤의 원유가 공급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중국이 죽기살기로 나서 자원확보 경쟁에 끼어든 이래 중앙아시아에서 건져낸 첫 성과이다.
중앙아시아는 치열한 에너지 전쟁터이다.
제2의 중동이라고 하는 카스피해 연안국들. 석유 매장량만 해도 중동 전체의 3분의 1이고 그 밖에 천연가스·우라늄·구리·망간 등 주요 자원이 엄청나게 묻혀 있단다. 

이중 가장 주목받는 나라는 카자흐스탄이다. 전체 인구는 1600만 명 밖에 안 되지만 땅은 남한의 26배나 된다. 본격적인 유전 개발과 함께 개방정책으로 5년째 10% 수준 경제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올해 예상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400달러란다.

카자흐스탄은 자원 잠재대국이다. 특히 석유 부국이다. 석유 메이저들이 일찌감치 석유를 캐내고 있다.
동쪽 국경을 맞댄 중국이 카자흐스탄의 석유를 놔둘리 없다.

최근에는 페트로카자흐스탄이란 석유 회사를 무려 42억 달러에 사들여 세계를 경악케 했다. 인도는 36억 달러를 써냈다가 떨어졌다.
중국은 부족한 에너지를 메워줄 공급원으로 카자흐스탄이 안성맞춤이라고 판단, 이미 국경을 넘는 파이프라인까지 완성했다.

이처럼 중국이 자원부국인 카자흐스탄을 석유저장고로 독점하고 있는데 우리는 어떠한가.
최근 에너지안보 전문가인 국방연구원 김재두 박사가 이코노믹리뷰와의 인터뷰를 통해 말한 우리의 에너지정책을 보면 우리정부의 시야가 얼마나 좁은가를 알 수 있다.

인터뷰의 요지는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 최고 집권자가 자원 외교의 전면에 나서 구 소련인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유전 확보에 사활을 걸며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는 반면, 우리 정부는 위기의 심각성조차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정부의 대처에 대해 “지나치게 안이하다”며 “에너지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지적한 사례는 충격적이다. 중국은 지난해 아프리카의 한 국가와 배럴당 27∼28달러 가량에 원유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당시로서는 국제 시세에 비해 3∼4달러 가량 더 비싼 가격이었다. 당시 국내에서 이웃나라들이 원유 확보에 적극 나서는데, 우리 정부는 왜 앉아만 있냐는 비난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바가지 썼다”는 답변을 했다. “우리가 23달러에 사오니 중국이 엄청나게 바가지를 썼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6개월 가량 지나니 유가가 가파르게 오른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김 박사는 “우리 정부가 불과 수개월 후를 내다볼 안목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反證)이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정부가 이제야 자원외교에 나선 것은 늦어도 한참 늦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IMF 이전에 중앙아시아에 들어갔었다면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렸을 것이라는 게 그의 예견이다.

김 박사는 “이제 게임은 끝났다. 아제르바이젠은 영국의 BP와 백년계약을 했다. 벌써 11년 전이다”라면서 중앙아시아에서의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기는 늦은 감이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석유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길은 어디에 있는가.

김 박사는 아프리카로 가야 한다고 단언했다. 사우디의 원유 고갈과 왕정 붕괴 시나리오를 언급했다. 또 이같은 상황이 되면 유가가 엄청 올라갈 것이라고 예언했다.
우리는 이제 노선을 정해야 한다. 구소련 국가들도 안되고 중동도 물건너 갔다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우리나라가 이제 사활을 걸 곳은 아프리카 밖에는 없다”는 것이 김 박사의 주장이다.
김 박사는 “아프리카도 이미 미국·중국·일본이 각축을 벌이고 있지만 우리가 뛰어들어서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을 흘리고 하면 얻어먹을 것이 있다”고 호소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유전개발 참여는 잘한 일이다.
과거 동자부 시절에 박정희 대통령이 가끔 산자부 장관을 C 급지에 대사로 보낸 적이 있다. A 급지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아프리카에서는 나이지리아가 A 급지다.

그런데 산자부에서 잔뼈가 굵은 에너지 전문가인 김동원 전 자원정책실장을 대사로 보냈다. 김 대사는 이곳으로 가서 지난 8월말 예상매장량 10억배럴 이상 심해광구를 두개 확보했다. 관료 생활 대부분을 에너지 부문에서 일한 전문가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본다. 

사실 김 대사의 에너지 전문가 식견은 이번 유전개발에 큰 힘을 발휘했다. 그는 유전과 전력개발을 한 카드로 활용했다.
최근 한준호 한전사장은 한 학회 정책토론회에서 나이지리아 유전개발이 한전의 225만㎾급 발전소 건설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음을 밝혔다.

나이지리아에서 유망광구를 따낸 데는 한전의 전력공급 약속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한 사장의 표현대로 “경쟁에 나선 해외 메이저 업체들은 ‘사기’라고 항의할 정도였다”고 한다. 
한 사장은 “PPA(Power Purchase Agreement)를 통해 경제성만 보장되면 225만㎾급 LNG발전소를 현지에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PPA는 장기적으로 일정량의 전력을 무조건 사주기로 약속하는 것이다.

그는 또 “나이지리아 대통령이 한전의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가 안되면 유전도 거둬들일 수 있다”고 말해 발전소 프로젝트가 좌초하면 나이지리아 유전개발 사업도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음을 언급했다. 
그렇다면 나이지리아 유전개발은 김 대사의 에너지전문가다운 식견과 한전 발전소 프로젝트, 석유공사 ‘3위일체’ 작품이다.

아프리카 유전개발은 이렇게 해야한다는 해답을 준 것이다. 해외유전개발관련 에너지안보는 석유공사나 대기업의 역할만으로는 안된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해야할 일이 있다.

해외유전개발과 관련된 에너지 안보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NSC에 에너지 안보위원회를 두고 에너지 안보 전문가를 참여시켜야 한다.
일부에서는 국가에너지위원회를 거론하고 있지만 해답은 아니다. 에너지기본법이 제정되고 국가에너지위원회가 일을 한다해도 여러 부처에 민간부문까지 참여하니 이들의 이기주의로 제 기능을 다할지 의문이다.

정부는 국제 협상무대에서 국익 확보를 위한 제대로 된 정책부터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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