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있는 자들의 전기료 체납
힘있는 자들의 전기료 체납
  • 김보현 기자
  • 승인 2005.09.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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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단전으로 인해 꽃다운 한 소녀가 죽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이 사건은 에너지소외 계층에 대한 국가 차원의 배려가 절실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일이었고 한편으로는 우리사회의 쓰라린 현실의 단면이었다.

하지만 지난 27일 열린 한전 국정감사에서는 이와 정반대의 세상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 있었다.
검찰과 경찰, 군부대, 구청 등 소위 ‘힘 있는’ 기관들이 거액의 전기료를 체납했다는 것.
김기현 한라당 의원은 “서울 서초 경찰서가 두 달째 2677만원을 체납했고 서울 서부지검도 역시 두달 째 2169만원을 연체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 군부대와 구청, 소방서 등 상당수 공공기관들이 전기료를 밥먹듯이 체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대통령 경호실도 624만원의 전기요금 납부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이같은 기관들이 업무 소홀로 인해 실수로 한 달정도 연체할 수는 있지만 몇 달씩이나 연체를 하는 것은 실수로 볼 수 없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따져 물었다.

한준호 사장 역시 “업무를 꼼꼼히 챙기지 못해 발생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어물쩡 답변을 했다.
물론 그 기관들이 고의로 전기요금을 내지 않고 버틴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매달 수 십억에서 수 백억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기관이 고작 몇 천 만원을 체납했다는 것은 체납했다는 사실을 떠나 그들이 가진 위치에 대한 이해 부족과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증거라는 점이다.

사실 전기료 등 공공요금은 예산항목에 월 단위로 엄연히 책정돼 있을 뿐더러 만일 일부 과사용했더라도 수개월씩 수 천 만원의 전기료를 체납하는 것은 도저히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 못할 일이다.

‘본보기’라는 말이 있다.
공공기관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의 본보기가 돼야 한다.
또 그들의 연체에 따른 가산금이 결국 그들을 먹여 살려주는 국민 부담이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주길 바란다.

한전도 다양한 대책이 요구된다.
전기료를 연체한 공공기관은 한전 홈페이지에 의무적으로 공시하고 공공기관의 전기요금은 인터넷을 통해 자동결제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힘있는 기관이 전기료쯤이야 하는 권위주의 내지는 버티기 의식을 가지고 있는 한 우리나라에서의 에너지기본권에 대한 인식 제고는 먼나라의 얘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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