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끌어온 방폐장 숙제
19년 끌어온 방폐장 숙제
  • 김경환 편집국장
  • 승인 2005.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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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풀어야 한다’

오는 11월2일은 이 나라 원전역사를 새로이 쓰는 날이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 부지선정이 민주성과 투명성을 확보한 주민의 동의를 묻는 투표로 정해지게 됐다.
19년간 끌어 온 묵은 방폐장 부지선정 숙제를 이번에는 풀어야 한다. 말 많았던 방폐장 부지선정 논란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정부는 유치 신청서를 낸 4개 지자체에 대해 오는 11월2일 주민투표 요구를 했다.
 경북 경주, 포항, 영덕, 전북 군산 등 4개 지자체지역이 신청서를 냈다. 이들 신청지역은 그동안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업내용과 유치효과에 대해 공청회와 찬반토론회, 자체 여론조사 등을 실시한 뒤 지방의회의 동의를 거쳤다.

경주시는 월성원전 인근인 양북면 봉길리 지역, 포항과 영덕은 각각 죽장면 상옥리와 축산면 상원리가 후보지이며 군산은 소룡동에 있는 비응도라는 섬을 예상부지로 제시했다.
정부의 이들 4개 지자체에 대한 주민투표 요구 공표로 방폐장 유치를 위한 4파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주민투표 발의와 투표 실시까지 4개 지자체는 본격적인 유치 경쟁에 돌입한 셈이다.
최종적으로 정부는 이들 4개 지자체 가운데 투표율 1/3 이상과 찬성율이 높은 곳을 방폐장 부지로 선정하게 된다. 

우리는 지난 86년 이후 모두 9차례나 시도했던 부지선정사업이 민주성과 투명성 결여로 지자체장과 주민의 동의 확보에 실패했던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그동안 방폐장 용지 선정 과정에서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증폭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그리고 주민 간 갈등이 확대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 불투명한 추진 과정과 지역 주민에 대한 설득 실패 등이 주 요인이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부지선정사업은 그동안의 경험과 교훈을 바탕으로 정책을 획기적으로 전환하여 추진기반을 조성하고 새로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한다.
특히 지난해 주민 갈등의 상징적 사건이었던 부안 사태에 비춰 보면 대화와 설득을 통한 해결이라는 새로운 선례를 만들 수 있기에 환영한다. 

현재까지는 그 어느 때보다 사업전망이 밝아 보이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추진하면서 중·저준위 분리와 사전부지 조사를 통한 안정성을 확보했다. 또 주민투표 도입, 사전부지선정위원회 구성과 운영 등 민주성과 투명성을 높였다.
무엇보다 경제성 측면에서 특별법 제정을 통한 지역주민의 수용성을 크게 제고했다. 특별법은 특별지원금, 반입수수료, 한수원 본사 이전 등 지역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주민투표법에 따르면 산자부장관이 주민투표를 요구해오면 자치단체장은 주민투표 요구사실을 공표한 뒤 30일 이내에 지방의회 의견 수렴을 해야 한다. 또 주민투표를 받아들일지 여부를 장관에게 통지하고 이후 7일 이내 주민투표를 발의토록 하고 있다.

유치신청을 낸 4개 지자체들은 이제 주민투표 결과인 찬성률만을 남기고 있다. 찬성률이 높은 지역을 최종 선택토록 하고 있다. 이제부터 경쟁 지자체들은 해당지역 찬성률을 높이기위해 본격적으로 유치활동을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결과에 따라선 지자체들이 인구 규모나 투표율 등의 다른 기준을 고려토록 요구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기준자체에 대한 시비나 결과에 대한 불복 가능성이 클 수도 있다. 정부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주민투표 과정에서 갈등과 반목이 불거질까 우려된다. 향후 지역 여론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또 인근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가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뿐만아니라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폭력집회, 단식 등 극단적인 반대활동이나 공정경쟁에 대한 지역에서의 불신 등의 문제들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는 부지선정사업 전체로 부정적 효과를 파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환경단체의 활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가장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유치신청 지역과 이웃한 지자체의 반대다. 이로 인해 유치신청 지역내 및 인접지역간의 갈등이 본격화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한 사례로 경주와 울산, 군산과 서천의 갈등이다. 한마디로 방폐장으로 인한 이득은 경주와 군산이 보고 직·간접적 환경 위험에 대한 부담은 울산시민과 서천군민들이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방폐장 유치신청 지역 주변에서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된 중·저준위 방폐장에 대해 전혀 근거없는 주장을 하며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안전성 검토가 끝났는데도 말이다.
유치신청 지자체들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만 처리하도록 돼 있는 방폐장은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데다 환경문제로부터도 자유롭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미 그에 대한 논란이 끝난 상황에서 새삼스럽게 지금 반대하고 나서는 인근 지자체들의 의도는 무엇이겠는가. 

이들 지자체의 반대 심리는 이렇다. 자기들도 한번 해보려고 기웃거리다가 포기했으면서 정작 이웃 지자체가 방폐장 가져올 경우 엄청난 재정적 지원을 받게 생겼으니까 어떻게 해서든 반대해서 나중에 자기들도 혜택을 얻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입장도 중간에서 난처하다고 한다. 정부도 필요하다면 중재에 나서겠지만 인접지역이라는 기준도 애매하고 지자체 사이의 문제에 누구를 편들 수도 없어 참으로 곤란한 상황이다.
정부가 이에 대해 인근 지역의 반대는 기본적으로 지자체들끼리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식으로 대처해서는 안된다. 

사정이 이렇다면 정부는 방폐장 부지선정사업을 매듭지으면서 사업 성격상 일정 수준의 갈등은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범 정부적 차원에서 이같은 인식을 공유해야한다. 무엇보다 유치지역 주민간이나 인근 지자체간 갈등을 최소로 줄여야 한다. 서천군, 울산시, 청송군 등 유치지역 인근 지자체에 대한 설득활동도 해야한다. 또 위법·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처하는 범정부차원의 대응 노력이 필수적이다.

환경단체 등 반대단체와의 대화도 필요하다. 전교조에 대해선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엄정한 복무지침을 내리는 한편 설득도 추진해야한다. 한농연도 농림부에서 농협과 농업기술센터를 활용, 설득에 나서야 한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주민투표일인 11월2일 이전까지는 부지안전성 평가 등 아직도 많은 과정이 남아 있다.

행자부와 선관위는 공정하고 원활한 주민투표 관리를 해야한다. 또 기획예산처는 주민투표 관련 경비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할 일이 또 있다. 과기부는 방폐장 시설에 대한 안정성 관련 홍보에 나서야하며 국정홍보처는 대국민 홍보를 할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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