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에너지소비증가율 ‘제로’를 선언하라
2010년 에너지소비증가율 ‘제로’를 선언하라
  • 김경환 편집국장
  • 승인 2005.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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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100달러시대가 이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젠 설마하며 비웃을 수 없는 전망이다.
석유수급을 낙관하고 유가전망에 긍정적인 IEA(국제에너지기구)마저도 에너지 위기를 경고하고 나섰다.

이처럼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면서 고유가가 국내 경제에 인플레이션을 몰고올 가능성이 높으니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이런 경고와 우려에 대해 정부도 이만 저만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중남미 순방을 마치고 이달 말 대통령주재 에너지대책회의를 직접 주재한다.
국회도 비상이다. 국정감사일정을 보니 예년같으면 에너지관련 공기관을 서너개 묶어 하루에 처리하던 관례와 달리 기관별로 하루 일정을 잡아놓고 있다.

특히 예산이나 추진사업 성격상 규모가 작은 에너지관리공단에 대해 국회에서 하루종일 국정감사를 하겠다고 하니 에너지절약대책이 발등에 불인 듯하다.
최근 석유전문가 회의에서도 석유수급상황에 대한 긍정론자든 부정론자든 “유가가 100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견해는 더이상 무리한 전망은 아니다”라는 결론에 동의하면서 최근 국제유가가 21세기 첫 오일 쇼크의 서막이라는데 의견을 함께했다고 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석유생산량이 부존량의 절반에 이른 캠벨의 피크이론에 대해 심각한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부정적 전문가들은 이미 피크를 넘었다고 했고 긍정적 전문가들조차 피크에 다다르기 이전 곡선상에 점을 찍기를 주저했다고 한다.

이들 긍정적 전문가들은 유가상승세는 대세이고 2050년까지 현재의 석유생산량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물론 전제조건은 달았다고 한다. 전제조건이란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를 창출해야한다는 점이다. 이는 석유수급의 긍정적 시각과 의견을 내놓고 있는 IEA와 거의 같은 의견이다.

석유전문가그룹은 최근의 유가 상승 원인으로 원유 공급능력 및 정제능력 부족을 꼽았다.
또 유가를 끌어올릴 돌발 변수로 ▲이라크 석유산업에 대한 공격(발생 가능성 50%) ▲나이지리아 석유 노동자들의 소동(30%) ▲사우디아라비아내 테러(10%) 등 9가지 사례를 제시했다.

이들 전문가들이 석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고 예상했다면 국제유가 세 자릿수는 더 이상 무리한 전망은 아니다. 이러한 돌발 변수가 현실화될 경우 유가의 추가 상승할 가능성은 높다.

전문가그룹은 최근 유가 상승의 원인으로 원유 공급능력의 부족과 정제능력의 부족을 지적하고 있다. 
원유의 경우 1980년대에도 수백만 배럴의 여분의 생산능력을 갖고 있었던 사우디 아라비아가 지금은 보유능력의 거의 100%를 생산하고 있는데서 보듯 간헐적 부족사태를 보충해줄 만한 공급 능력이 없다는 것.

미국 남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촉발하기는 했지만 문제의 근원은 훨씬 더 깊은 곳에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수요가 급증한 상태에서 공급측면이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과 함께 1973년 오일쇼크 상황도 많이 닮았다는 것이다. 

IEA의 에너지위기 경고도 같은 맥락이다. IEA가 지난 2일 하루 200만 배럴 씩 한달간 총 6000만 배럴의 비축유를 긴급 방출키로 결정한 것은 전세계가 에너지 위기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
IEA의 방출량은 쿠웨이트의 일일 생산량과 맞먹는 수치이다. 제1차 오일쇼크를 계기로 1974년 창설된 IEA가 비축유 방출을 결정하기는 91년 걸프전에 이어 두번째이다.

국제유가 상황은 이제 전인미답의 지대로 접어들었다.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의 올 평균가격은 배럴당 50∼55달러 이상을 유지할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현재와 같은 고유가 상황은 적어도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밖에 달리 해석이 안된다.

이번 고유가는 영향은 석유에만 국한되지 않고 경제개발에 사용되는 모든 에너지원과 원자재의 가격 상승으로 확대될 것이므로 그 영향을 보다 심각하게 관찰해야 한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원는 “두바이유가 60달러로 오르면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50억달러 밑으로 떨어지고, 물가 상승률은 4%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두바이유가 80달러까지 치솟을 경우 무역수지는 30억∼40억달러 적자로 반전되고, 물가 상승률은 5%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했다.
결론적으로 기업들이 현재의 유가 인상으로 인한 비용 부담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고유가가 지속되면 유가 상승분이 생산비용에 전가돼 비용상승 인플레이션에 대한 압력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산업계의 우려는 이제 현실이다. 두바이유가 70∼80달러를 기록하면 물가 상승이 본격화되고, 인플레이션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에너지대책회의를 주재할 만큼 상황이 간단치 않다. 하지만 왠지 미덥지 않다.

이제 까지 대책회의가 그렇듯이 각 부처와 관계기관에 “절약할 수 있지. 그럼 해봐”라는 일방적 통보로 마무리될 듯하기에 미덥지 않다.
우리의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세계 평균 소비량의 2.8배에 달해 에너지 다소비국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1차 에너지 총소비량은 2억1720만TOE로 세계 총소비량의 2.1%를 점유하여 세계 10위 수준이다. 

정부는 당장 국내에 미치는 단기적인 영향에만 집착해 국가 에너지 정책을 수립한다면 에너지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발전을 저해 하는 제약조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는 고유가 상황에서 국가 에너지정책을 기본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이제는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 기조를 장기적인 안목에서 수립해야 한다는 뜻이 담긴 ‘에너지선언’을 발표해야 한다. 바로 ‘2010년 에너지사용증가율 제로’를 선언하는 것이다.
이래야 국가에너지원단위 개선을 목표로 한 에너지절약효율강화정책이 바로 설 수 있다.
이는 수송부문 에너지사용량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며 에너지관련 세제를 가다듬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하다.
또한 화석연료사용을 줄이는데 따른 새로운 에너지원개발을 위한 투자재원마련에 따른 예산 등 자원배분의 효율화를 도출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들은 먼저 고급인력 양성과 R&D 증대, 산업 지원 확대 등을 포함한 에너지 분야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장기 계획 수립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것이 진정 근본적으로 에너지 위기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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