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정유 정유업계 세력 개편 카드 ‘주목’
인천정유 정유업계 세력 개편 카드 ‘주목’
  • 이성호 기자
  • 승인 2005.08.2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3년 파산 위기…법정관리·중국 특수로 회생 기회 잡아

▲ SK(주)가 매각에 난항을 겪어오던 인천정유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정유·석유화학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사진은 인천정유 공장 전경.
인천정유는
인천정유는 지난 1969년 UNION OIL사와 합작 투자로 설립됐다.
1970년 경인에너지개발주식회사에서 경인에너지주식회사로 상호를 변경하고 1971년부터 정유공장을 가동했다.

1994년 한화에너지로 회사명칭이 변경됐으며 1999년 현대정유가 정유업계 빅딜로 한화에너지의 정유부문을 인수하면서 회사명이 인천정유로 바뀌었다. 현대정유가 한화에너지를 인수할 당시 한화에너지프라자 등 판매망은 현대정유로 흡수되고 인천정유는 생산시설만 보유하게 됐다.
따라서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정유가 37% 지분을 소유하면서도 인천정유를 지원할 수 없는 여력이 없는 것을 두고 인수초기부터 시설은 포기하고 유통망은 흡수하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면서 비난이 일기도 했었다.
이에 따라 인천정유가 현대정유에 생산 전량을 공급하면 현대정유가 이를 주유소나 수출 등을 통해 판매하는 형태를 취해왔다.

인천정유의 지분은 대주주인 현대정유가 38.9%를 소유하고 있었다. 이처럼 인천정유는 경인에너지에서 한화에너지로 또 현대정유에 흡수돼 인천정유로 사업을 이끌어 오다가 지난 2001년 부도를 냈다.

부도 이유
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한빛은행에 돌아온 어음 5억원을 결제하지 못해 부도처리된 것이다.
인천정유의 부도는 ▲고유가 및 국내외 경기 둔화에 따른 석유제품 수입감소 ▲정제마진 악화 및 운영자금 소요 급증 ▲수입 자유화에 따른 경쟁심화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 등으로 현대정유 인수후 통합운영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 감소됐기 때문이다.

또한 환율급등에 따른 막대한 환차손 발생, 취약한 재무구조에 따른 과도한 금융비용 부담도 인천정유의 부실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인천정유는 현대종합상사를 통해 도입하던 원유공급이 중단되고 회사의 신용등급도 단계적으로 하락(BBB-→BB→B)상태에 빠져 국내 채권시장에서 단기자금조달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결국 유동성 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인천정유는 그동안 주채권 은행인 한빛은행 등에 대해 유동성 지원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으나 채권단으로부터 지원을 받는데 실패했다. 또한 대주주인 현대정유도 최근의 수익구조 악화로 인천정유를 지원할 여력이 없는 데다 무리한 지원시 동반부실화가 불가피한 실정이어서 인천정유의 유동성 확보를 위한 지원을 해줄 수 없는 입장이었다.

이 당시 인천정유의 자산은 2조3316억원, 부채 2조3664억원으로 임직원은 633명이었다.

혼란의 시대
채권단의 매각작업이 번번히 실패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2002년 현대정유는 인천정유와 거래 관계를 청산키로 했다. 원유제공을 중단하고 대리점공급계약의 해지를 통보한 것. 정유사중 별도의 판매망을 갖지 못한 인천정유는 현대정유에 인수된 이후 대리점 계약을 통해 현대정유의 직영 및 자영주유소 9백여개에 자사의 석유제품을 공급해왔으므로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어려움에 직면했던 인천정유는 스위스 비톨(Vitol) 사와 장기 원유 공급계약을 체결, 활로를 찾게 된다. 비톨사로부터 하루 10만배럴의 원유를 공급받아 안정적으로 공장 가동에 필요한 원유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것.
이에 인천정유를 인수를 위해 국내정유업체 등 10여개사가 인수의사를 표명했으나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국내·외 인수참여사들은 인천정유의 재무구조 부실과 설비노후화 등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인수에 난색을 표명했다.
그러나 국내 정유사들이 인천정유 매수에 참가한 것은 인천정유 인수를 통한 시너지효과보다는 실사작업을 통해 경쟁업체의 정보를 아무런 조건 없이 살펴보는 기회를 갖고 외국업체들의 국내정유사업 참여를 막는 방법으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즉 국내 정유사들은 인천정유가 경쟁사 및 외국기업에 인수됐을 경우 시장에서의 지위약화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회생의 시대
2003년 파산위기에 몰렸던 인천정유는 법정관리로 회생의 기회를 잡고 중국 특수로 인해 다시금 주목받게 된다.
드디어 2004년 5월 중국의 시노켐과 인천정유의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시노켐은 인천정유 인수를 위해 인수액 6500억원, 100% 유상증자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인천지법은 양해각서 체결시 인수금액의 5%, 최종 계약시 10%의 이행보증금을 납입할 것과 생산설비와 사업장을 중국으로 이전하지 않는다는 것 등을 매각조건으로 내걸었다.
중국 정부는 중국 3대 국영석유회사 중 하나인 시노켐에게 인천정유 인수를 최종 승인한 것으로 알려져 이에 시노켐은 인천정유 인수비용으로 5억6000만 달러를 지불할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그러나 2005년 1월 인천정유 매각은 결국 무산됐다. 인천정유 인수 금액으로 시노켐측이 제시한 6851억원을 채권단이 거부하면서 인천정유 매각이 부결된 것.
인천정유 매각을 위한 최종 채권자 집회에서 정리담보권자와 주주는 찬성했지만 씨티그룹 계열사로 알려진 블루투 유동화전문 유한회사 등 최대 채권자가 반대하면서 인천정유 매각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대체로 설비가 낡은 점이 단점으로 지적돼온 인천정유는 하루 27만5000배럴의 정제능력과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에 160개 주유소망 및 지난해 정제마진 상승 등으로 인해 2004년 1180억원 순익을 올린점을 무기로 다시 매각에 나섰다.
2005년 7월 인천정유 재입찰에 국내 정유 3사와 STX, 그리고 씨티그룹과 씨노켐 등 12개사가 참가했다. 
특히 인천정유는 정유와 석유화학업계의 세력재편을 교두보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인천정유를 누가 인수하는 든 정유 및 석유화학업계에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 날 것이기 때문이다.
인천정유는 올해 정유업계의 세력 개편용 카드로 부상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