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수요관리’ 제대로 하자
‘에너지 수요관리’ 제대로 하자
  • 한국에너지
  • 승인 2005.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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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박사 한국전기연구원

요즘 들어 연일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전력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7월 말 들어 최대전력이 5370만 kw로 전년도 최고치를 250만 kw나 훌쩍 뛰어넘었다.

이는 작년 대비 5%의 증가로 아직도 우리나라 전력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7월말부터 휴가철에 접어들면서 부하관리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지만 폭염이 지속된다면 언제 또 최대전력을 갱신할지 모른다.

전력수요가 많아지면서 과도한 전력사용으로 인해 여기저기서 국지적인 정전도 빈발하고 있다.
정전에 따른 불편함을 알고는 있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전에 대해 잊고 살고 있다.

요즘 들어 정전도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설사 정전이라 한들 잠시면 복구되기 때문이다. 조그만 아파트 단지에서 몇 시간 정도 지속되는 정전이 뉴스꺼리가 될 정도이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풍족한 전력공급의 실상을 반증하는 것이라 하겠다.

풍요로운 공급 탓인지는 몰라도 우리의 전력 소비량 또한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거나 오히려 능가하고 있다.
이제는 공급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전력 과소비’의 문제를 걱정할 때다. 우리사회에 에너지 낭비의 허점은 도처에 산재해 있다.

아직도 비중이 높은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 효율이 낮은 낙후된 공정, 상업부문의 과도한 냉난방 관행, 비탄력적인 에너지가격구조 등이 비근한 예이다.
생산 활동 및 기기의 보급 확대나 전기에너지의 편리성으로 인해 전력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추세라 하겠다.

그러나 제대로 관리하고 기기의 효율기준이나 사용규칙을 통해 적정소비를 유도한다면 전력소비를 줄일 수 있는 여지는 많다. 수요관리를 통해 전력사용의 효율성과 경제성을 제고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수요관리는 전력수급의 안정에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여름철 산업체의 휴가시기 조정이나 월 피크전력 삭감에 따른 전기요금 절감을 통해 일시적으로 피크수요를 줄이는 방법이 수요관리의 근간이었다.

최근 들어 에너지와 피크를 동시에 그리고 지속적으로 줄이는 고효율기기가 도입되고 있으나 아직 보급규모나 절감효과가 크지 않은 실정이다.
이제는 수요관리를 피크관리에서 벗어나 국가차원의 에너지 관리와 환경문제의 대응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수요관리 프로그램 개발은 부하관리와 에너지절약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와 같은 요금을 통한 부하관리는 쉽게 단기적인 효과를 볼 수 있으나 지속적인 효과를 보장하기 어렵다.

이에 반해 고효율기기의 보급이나 에너지 수요관리는 단기적인 효과는 어렵지만 꾸준히 추진해간다면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다.

수요관리는 우선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이 가능하다는 점과 기존의 고효율기술이나 제어기술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전력수요관리는 에너지 분야에서 기법이나 모델이 가장 앞서 있으며 평가검증 규칙과 절차가 이미 확립되어있다.

따라서 프로그램의 설계만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국가적 편익은 물론 소비자의 이익도 동시에 달성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수요관리는 투자에 대한 타당성 소비자의 참여가 활발하여 정책수단으로서의 우선순위가 높다.
이를 위해서는 수요관리투자효과나 성과를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관리할 수 있는 수요관리의 관리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관리시스템은 단순히 예산을 집행하고 정해진 물량의 기기를 보급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검증되고 확인 가능한 방법을 통해 프로그램이 설계되고 사전 타당성이 평가되고 사후 시행성과를 검증할 수 있는 체계적이고 투명한 시스템을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요, 비용, 기술, 시장 등 기반이 되는 데이터의 축적과 분석이 선행되어야 하며 분석을 위한 정교한 틀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제는 수요관리 투자규모나 막연한 효과보다는 수요관리의 효과적인 관리와 구체적이고 정량적인 시행성과가 제시되어야 한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일환으로 수요관리의 주체가 전력회사에서 정부로 전환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행체제나 방법은 아직도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자칫 잘못하면 수요관리프로그램이 국가적 자원배분의 정당성보다는 시행자에 대한 단순 지원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제는 수요관리 목표 투자규모 시행방법과 절차 등에 대해 제대로 짚어보아야 한다. 정부의 지원과 역할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에서 새롭게 정립되어야 한다.
최근 들어 수요관리사업의 타당성이나 시행성과의 검증을 위한 기반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는 이를 실제로 활용하고 발전시켜 나가야할 때이다. 특히 앞으로의 수요관리는 지금과 같은 포괄적 일반적 프로그램에서 수용가 특성이나 사용용도에 따라 특화되는 세분화된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가 에너지수급이나 전력수급계획에 있어 수요관리 효과의 신뢰성의 제고는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분석방법과 툴을 개발하고 수요관리 프로그램의 개발이나 평가와 같은 전문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객관성과 전문성을 갖춘 평가지원기능이 필요하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에너지의 현실은 낙관적이지 않다. 검증되지도 않은 어정쩡한 계획보다는 조금은 귀찮지만 실효성 있는 대안을 찾아야한다.
강제적인 수단이나 구호에 호소하는 것은 일시적일뿐이다.

그럴듯한 대책도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이 작용하지 않는다면 성과를 보기 어렵다. 규제를 통한 절약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비상시 대책이지 근본적인 문제해결책은 아니다.
예측가능하고 성과가 검증될 수 있는 지속가능하고 체계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 이제는 수요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에너지정책의 실효성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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