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인상 공익성 먼저 생각하라
전기요금인상 공익성 먼저 생각하라
  • 김경환 편집국장
  • 승인 2005.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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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검토 중이다. 또 한전도 인상논리를 밝혔다.
한전은 석유 등 연료비 상승부담 등을 들어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으나 오히려 고유가에 따른 실제 부담이 예상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한전의 인상 논리를 놓고 타당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 당국간 협의에서 요금 인상이 결정될 경우 저환율-고유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과 국민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정부가 밝히는 첫째 이유는 전력설비 투자에 필요한 재원 확보다. 2017년까지 발전설비 129기 규모인 3820만㎾를 설치하려면 연간 8조원 총 100조원에 이르는 재원을 확보해야 하지만, 현행 요금으로는 매년 6조~7조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국제유가, 석탄 등 연료비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도 주요 요인으로 꼽는다. 정부는 이와관련 전기요금을 인상하여 고유가 시대를 맞아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겠다는 목적도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입장에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이 많다.

한전은 올 1분기에서 1조11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는 등 최근 대규모 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이와관련 증권업계에서는 연료비 증가에 따른 비용 부담도 환율하락으로 상당히 상쇄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전력수요 증가세가 꺾이는 추세를 고려할 때 중장기 전력설비 공급계획이 적정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국민이 전기료 인상의 타당성을 쉽게 인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연료비 부담도 진짜 심각한지도 의문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지난 6월말 이후 내놓은 한국전력의 분기 영업현황과 실적을 분석한 대부분 보고서들은 한전의 연료비 부담이 오히려 예상보다 줄면서 올 2ㆍ4분기 영업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유류발전 비중이 크지 않은데다 그나마 감소추세이고 석탄 도입가는 예상보다 낮은 평균 4.1% 상승에 그쳐 부담이 우려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고유가로 한전의 실적악화가 우려되던 지난 6월30일 공개된 우리투자증권의 보고서에 따르면 석유 및 액화천연가스(LNG)를 이용한 한전의 전력생산 비중이 1997년 30%에서 올해는 19%로 낮아지고 있다. 반면 석탄은 같은 기간 32%에서 40%까지 높아지고 있다. 석탄 장기도입가격도 예상보다 낮은 평균 4.1% 상승에 그치고 있다.

또 이들 보고서는 원ㆍ달러의 연평균 환율이 1% 하락하면 한전의 영업이익은 1.5%나 느는데 비해 국제유가와 석탄가격이 1% 상승하면 영업이익은 각각 0.3%와 0.6% 감소한다고 추정했다. 예상보다 낮은 석탄도입가와 환율하락이 고유가의 악영향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주장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전의 2ㆍ4분기 연료비를 지난해 동기대비 7.4% 증가한 1조7395억원으로 추정했다. 같은 기간 전력 판매량도 7.0%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연료비 부담이 크게 경감됐다는 지적이다.

또 이 보고서는 3ㆍ4분기에는 환율 하락으로 연료비 부담이 더 큰 폭으로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다른 인상 사유는 한전의 적정 투자보수율의 확보문제이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실제 심각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적정 투자보수율(투자 대비 수익률) 확보차원에서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따져본 결과 올해에는 요금인상 타당성이 없어 인상이 내년으로 미뤄질 것이라는 분석결과도 나와있다.
지난 2004년 한전의 실적 투자보수율은 5.6%(자회사 포함)로 예상했던 적정 투자보수율 6.2%보다 크게 낮지 않다.

대한투자신탁의 보고서는 올해중 변경될 총괄원가 산정방식을 고려하면 2004년 총괄원가는 23조6486억원으로 예상돼 2004년 전기판매수입 23조2448억원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2006년에나 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한전의 자료에 따르면 적정 투자보수율과 실적 투자보수율의 차이는 1997년 각각 14.3%, 3.2%씩으로 11%포인트 이상 벌어졌으나 2004년에는 각각 6.5%, 6.6%로 역전되기도 하는 등 격차가 꾸준히 축소돼 왔다.

사실 한전은 그동안 외국의 동종 기업과 달리 저렴한 에너지의 안정 공급이라는 공익 목적에 초점을 맞춰 왔다.
하지만 최근 산자부와 한전가 전기요금을 올리려는 의도는 실제 부담 증가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상장기업으로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동안 한전은 주주가치 제고보다는 저렴한 에너지의 안정 공급에만 초점이 맞춰져 초과이익이 주주가 아닌 국민에게 귀속돼 왔다. 이런 점에서 한전은 전기요금 산정기준 변경을 통해 공익성보다 기업성에 초점을 맞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정부는 전기료를 올리지 않을 수 없는 배경을 국민에게 소상히 밝혀야 한다. 전기요금 인상을 위해 실시한 전문기관의 용역결과부터 공개해야 마땅하다. 정부 부처간 협의 중인 요금조정안도 마찬가지다. 쉬쉬하며 감출 일이 아니다. 그래서 국민이 전기료 인상의 불가피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불가피하게 전기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면 그 인상폭은 적절히 조정할 것을 요구한다. 전기료 조정과 함께 전기요금의 저가정책에 대해서도 깊이 검토할 것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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