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주택보급사업 1차분 신청일 진풍경
태양광 주택보급사업 1차분 신청일 진풍경
  • 김화숙 기자
  • 승인 2005.04.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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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분양시장 방불
에관공, 전날 한정물량 동나자 예정번호표 배포

▲ 태양광 한 업체가 지난 25일 공단에서 개시된 태양광 주택 보급사업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태양광 보급사업 1차분 신청일인 지난 25일 에너지관리공단 별관 대강당은 새벽부터 태양광 업자들로 북새통을 이룰 것으로 생각했다. 이번 신청은 선착순 배분으로 한 업체당 50kW씩 12개 업체 정도밖에 물량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업체들간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오전 9시 신청 개시를 기다리며 꼬리에 꼬리를 문 행렬과 몇몇 업체들간의 순번을 놓고 실랑이도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기자가 도착한 오전 8시경 공단은 의외로 조용했다. 길다랗게 늘어진 줄도 없었으며 업체들간의 몸싸움도 없었다. 일부 업체들끼리 모여 공단에 대한 원망만 늘어놓고 있었다. 이미 게임이 끝났다는 것이었다. 예정 번호표가 전날인 일요일 오후 업체들에게 배분된 상태였으며 자연히 물량배분도 끝난 상태라고 했다.

업체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신청개시일은 25일이었지만 23일 토요일 밤 7시부터 몇몇 업체들이 담합해 공단에 몰려와 진을 쳤다는 것이었다. 일부는 아르바이트생까지 동원하는 등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도 벌어졌다고 한다. 지방에서 올라온 한 업체는 노상에서 잠을 자면서 이틀밤을 보냈다고 했고 또 어떤 업체는 몇 사람씩 교대로 돌아가면서 자리를 지켰다고 했다. 토요일 하루만 9개 업체가, 일요일 오후가 되니 무려 30여개 업체가 공단으로 몰려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입찰이던 신청이던 ‘선착순’이라는 타이틀이 붙게 되면 어느 정도 예상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뒤부터 벌어졌다.
이런 업체들의 행동을 참다못한 공단이 일요일 오후 5시경에 예정 번호표를 나눠줌으로써 문제가 커졌기 때문이다. 공단으로서는 어차피 25일 선착순 신청에서도 이들 업체들이 순서대로 번호표를 받아갈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미리 줘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결국 공단의 이러한 예단은 업체들에게는‘잔인한 추억(?)’만 남기는 꼴이 됐다.

토요일과 일요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른채 25일 새벽부터 서둘러 온 업체들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페어플레이 원칙에 전혀 안맞는다는 것이다. 한 업체은 몇 개월간 준비해 온 작업들이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며 회사에 가서 뭐라고 말해야 될 지 모르겠다고 하소연 하기도 했다.
공단은 업체들의 이런 불만에 공감하는 눈치다.

전자신청시스템 구축이 늦어지는 바람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6월쯤 완료되면 이같은 문제는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단이 조금만 더 빨리 시스템 구축에 서둘렀다면 이런 불미스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씁쓸함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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