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고유가 외교' 얻은게 없다
부시 '고유가 외교' 얻은게 없다
  • 이성호 기자
  • 승인 2005.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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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의 '고유가잡기 외교'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25일 세계 최대 원유생산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질적 통치자인 압둘라 왕세자를 텍사스 크로포드 목장으로 초대, 고유가 해소를 위해 사우디가 즉각적인 증산같은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압둘라 왕세자는 기존에 발표된 중장기적 증산계획만을 되풀이 했을 뿐 부시가 원하는 해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와 관련, 와코비아증권 애널리스트 제이슨 첸케는 "이번 두 사람의 회동으로 원유시장에서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스티브 해들리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은 이날 회담이 끝난 뒤 "부시 대통령이 압둘라 왕세자에게 고유가 억제를 위해 노력해줄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또 유가안정을 위한 '기본틀'에도 합의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사우디측 반응은 시큰둥했다. 압둘라의 핵심측근인 압델 알 주바이르 외교보좌관은 "부시 대통령이 압둘라 왕세자에게 산유량을 늘리라는 요청은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압둘라 왕세자가 부시와의 회동에서 소비국의 정유난, 헤지펀드 투기, 소비국 규제, 이라크전 이후 본격화된 '공포 프리미엄' 등을 조목조목 따졌음을 시사했다.

압둘라 왕세자는 이 자리에서 모두 500억달러를 투입, 현재 950만배럴인 하루 생산량을 2010년까지 1250만 배럴로 늘리고 2020년에는 1500만 배럴로 늘릴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유가가 적어도 배럴당 50달러 이하로 떨어지기를 바라는 부시 대통령은 각별한 호의를 과시하기 위해 압둘라 왕세자를 개인목장으로까지 초대해 '증산압력'을 넣었으나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압둘라의 거부로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도 갖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중질유(WTI) 6월물이 전일대비 배럴당 82센트 하락한 54.57달러에 마감됐으나 '부시-압둘라 회동효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WTI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50% 급등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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