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석유위기 극복 위해 석유개발융자제도 개선해
고유가·석유위기 극복 위해 석유개발융자제도 개선해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0.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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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가 급등할 때마다 타격을 당해 큰 손실을 입으며 뾰족한 대책 없이 진정되기만을 고대할 뿐이다. 우리나라의 대외 석유의존도는 세계 최고인 데 반해 석유안보태세(고유가 및 석유위기 대처능력)는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세계 6위인 하루 2백10만 배럴 이상으로 급증해온 소비량에 비례해 석유안보태세를 강화해야 하는 필수적 책무를 소홀히 해왔기 때문이다. 화재를 당하고서도 소방시설 설치를 미루다가 또 다시 화재를 당하는 형국이다.
전세계 유전들의 생산년수가 높아지면서 수요만큼 생산하려면 증산투자를 지속적으로 추가해나가야 하는 추세에 있다. 이에 더해 석유를 경제성 있게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는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석유수요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때문에 향후 유가는 다소 등락할 수는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상승추세를 따라 고유가시대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같은 구조 위에 최근 수요가 생산량을 초과하는 바람에 유가가 급등했다. 지역분쟁으로 인한 유가폭등은 일시적일 수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구조적인 유가상승은 언제쯤 그칠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에 더해 산유지역의 불안요소는 상존하고 있다.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머잖아 유가폭등과 공급부족을 동반하는 석유위기가 촉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취약한 대처능력으로 강도 높은 석유위기를 당한다면, 70년대의 석유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IMF위기 이상의 국난이 촉발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외 석유 의존도가 매우 높아진 데 더하여, 산업전반의 대외 의존도 또한 매우 높아져 여러 나라들이 어려움에 빠지게 되면 악영향이 우리에게 겹쳐서 닥쳐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산자부의 '석유안보태세 강화책'은 치명적인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그대로 나아가면 국난이 초래될 수 있다.
산자부의 강화책의 핵심은, (1) 절약, 저소비형 산업구조로의 개편, 대체에너지 개발·보급 등을 통해 석유소비를 줄여나가고, (2) 현재 29일분인 정부석유비축을 2006년까지 60일분으로 확충하며, (3) 92년이래 1.5%선에서 맴돌고 있는 석유자급률(자주개발공급률)을 2010년까지 10%선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위 강화책의 치명적인 문제점은 석유자급률에 있다.
비축에는 시설, 비축유, 증발손실, 관리 등에 많은 자금이 들고 고도의 위험도 따르므로, 위기시 초단기적으로 비상유를 공급할 수 있는 수준으로 국한하는 것이 최선책인 데, 현 정부비축은 충분치는 못하지만 필요한 기능을 그런대로 발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본다.
절약, 저소비형 산업구조로의 개편, 대체에너지 개발·보급을 통해 소비를 줄여나가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소비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정부가 절약운동을 펼치며 경험해온 바와 같이 10%를 줄이기도 쉽지 않다. 10%를 줄인다 해도 나머지 90%는 생존을 위한 필수량이다.
지구엔 인류가 수백년 이상 쓸 수 있는 석유가 다양한 형태로 매장돼 있다. 생산될 수 있는 량은 유가에 달렸다. 유가가 오름에 따라 생산될 수 있는 량도 늘어나게 된다. 언제나 석유를 경제성 있게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가 개발될 것인지, 인류는 언제까지 얼마나 석유에 의존하게 될 것인지 확실히 예측키 어려운 실정이다. 때문에, 경제성 있는 대체에너지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여 나가야 함은 물론이지만, 위기時 상당기간 지속되는 고유가 및 공급난의 충격을 흡수하고 필수량의 석유를 안정적이며 경제적으로 확보하며 고유가시대를 극복해나가기 위해선, 국내외 석유개발을 진취적으로 펼쳐서 자급률을 끌어올려야 한다.
자급률에 속하는 석유는, 비축에 비해 수십분의 일 수준의 비용으로 확보될 수 있어 높게는 수년분까지 확보될 수 있으며, 위기시 공급이 보장될 뿐만 아니라 유가급등만큼 이익을 얻게 돼 위기의 충격을 흡수하며, 평상시에도 경제적으로 확보돼 무역수지를 향상시키고 국가경제력을 강화하게 된다.
우리나라가 유가급등에 매우 취약한 근본이유가 바로 자급률이 낮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최소 15% 대부분 30% 이상의 자급률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당초 2001년까지 20%로 끌어올리기로 했던 정부의 자급률 목표는 지금 2010년까지 10%로 축소돼 있으며, 최소 수준인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정부지원금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는 석유공사 등의 주장 때문에 달성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이대로 방치된다면 국난이 초래될 수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상의 심각한 어려움은 기본적으로 석유개발융자제도(산자부 고시 제2000-26호)가 잘못 짜여져 잘못된 사업방식으로 유도하기 때문에 야기된 것이다.
현행 융자제도의 치명적인 허점은 개발원유확보율(개발원유확보량/투자비)을 묻지 않은 채 투자비만을 기준으로 정부자금을 지원하는 데 있다(예컨데, 투자비의 60%를 지원).
석유개발사업에 따라 개발원유확보율은 10배까지도 달라질 수 있는 데, 개발원유확보율이 높을수록 사업자의 편익은 반대로 취약해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개발원유확보율과 무관하게 정부자금을 지원 받을 수 있는 현행 융자제도 아래선, 사업자들은 자연히 개발원유확보율을 등한시하고 자신의 편익만을 우선하는 고비용방식(개발원유확보율이 낮은 방식)으로 전개하게 돼, 자급률은 제대로 제고되지 못한 채 정부지원금이 헛되이 쓰여지는 것이다.
따라서 자급률을 수배 더 효과적으로 제고하는 저비용방식(개발원유확보율이 높은 방식)으로 전환·유도하도록, 융자제도를 개발원유확보율 극대화방향으로 개선하면, 정부지원금을 대폭 확충할 수 없더라도, 자급률을 목표선으로 제고할 수 있게 되고, 석유안보태세를 필요한 수준으로 강화할 수 있게 되는 등 정부가 지난 20여년 고민해온 석유안보관련 당면난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게 돼, 다가오는 고유가시대와 석유위기에 대비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도 산자부와 석유공사는 어려움의 근본요인은 정부지원금을 대폭 확충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그릇된 답변을 지난 수년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되풀이하며, 필연적인 제도개선을 사익을 위해 회피함으로써 소중한 정부지원금이 허비되게 만들고 석유안보태세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시키며 국가와 국민을 위험에 처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다.
석유개발융자제도를 지체없이 개선해서 다가오는 고유가시대와 석유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수준으로 대처능력을 높여나가야 한다.


<이시우 (주)페트로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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