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석유시장, 원유난 이어 정유위기
세계석유시장, 원유난 이어 정유위기
  • 김경환 기자
  • 승인 2005.04.0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시아월스트리트저널 우려 점증 보도
전세계가 원유 확보에 부심해온 상황에서 이제는 정유설비 부족이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고 전문가들이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원유 수요가 유황 성분이 적은 고급유에 집중돼온 반면 생산은 전체 원유의 30% 가량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라면서 따라서 관심이 저급유 쪽으로도 쏠리면서 정유설비 확대 및 업그레이드 필요성이 전례없이 강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보도에서 아시아의 정유설비 부족이 특히 심각하다면서 이것이 세계 석유시장에 새로운 불안 요소로 등장할 수 있음을 우려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5일 워싱턴에서 공개한 국제금융안정보고서에서 석유시장 문제를 언급하면서 원유공급 자체를 늘리는 것보다 고급유 수급 불균형 확대와정유 여력이 달리는 현실이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가 전한 보고서는 전세계 원유 공급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생산량을 더 늘리더라도 저급유 쪽에 집중될 수 밖에 없음이 현실이라면서 이는 정유설비 확대와 업그레이드가 그만큼 시급하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지난 20~25년간 정유산업에 대한 투자가 극히 저조했다"고 꼬집었다.

앨런 그린스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입에서도 정유산업 낙후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그린스펀 의장은 5일 미 텍사스주 샌앤토니오에서 열린 전미유화정유업협회 총회에 보낸 위성중계 연설에서 유가 향방을 언급하면서 "전세계의 정유 능력이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급유 공급이 갈수록 늘어나는데 반해정유산업이 낙후돼있는 점을 "크게 우려한다"고 강조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특정국을 거명하지 않았으나 "석유 부문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는 나라들이 특히 (정유산업에 대한) 투자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사우디 아라비아와 쿠웨이트를 비롯한 중동 산유국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도 정유부문 업그레이드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음을 사우디 석유산업 고위 관계자가 지난 5일 밝혔다.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사우디 아람코의 할리드 알-부아이나이 부사장은 BBC에 사우디 얀부 석유단지에 40억~50억달러를 투입해 하루 40만 배럴 규모의 정유소를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해외합작 2개사를 향후 1년 안에 찾을 것이라면서 이들이 합쳐서 30%의 지분을 갖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합작 정유회사에서 생산되는 고급 휘발유는 주로 미국에 공급하며 저유황 디젤유는 유럽에 선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프타는 아시아에 중점 공급할 계획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조직인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지난해 10월 보고서를 내고 특히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향후 30년간 유조선 건조와 송유관 건설, 그리고 정유설비 확충에 약 6700억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로열더치 셸의 다운스트림 담당 롭 루츠 사장은 블룸버그에 저급유 공급이 갈수록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유설비 낙후가 문제라면서 특히 "극동의 경우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정유 설비가 `매우 단순'해 업그레이드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 5일자는 아시아의 정유산업 낙후가 심각하다면서 현재가동중인 역내 200여 정유소가 90% 정도 돌아가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이 신문은 아시아가 지난 1995-2002년 사이 전세계에서 증설된 정유소의 60% 가량을 차지했으나 석유 수요가 워낙 빠르게 늘어나 갈수록 정유난이 심각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도 정유설비 부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하원 에너지상업위원회는 지난해 통과되지 못한 에너지법안을 재심리하는 청문회를 지난 5일 시작했다. 에너지법안에는 석유회사들이 낙후된 정유 설비를 쉽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이른바 정유설비 개선특구를 설치하는 내용도 포함돼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지난 5일자로 전했다.

미에너지부는 특구를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에 설치하면 고용도 개선되는 이중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에너지법안 통과를 추진해온 공화당은 미국이 산유국임에도 불구하고 정유설비부족으로 휘발유 수입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임을 강조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