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사의표명
예견된 사의표명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3.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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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식 산자부 장관이 지난 12일 위도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사업에 혼선을 가져온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주무부서 장관으로서 엄청난 갈등을 초래한 점에 대해 책임을 지는 모습은 당연한 것이고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있어야 할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윤 장관의 사의 표명은 이러한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책임있는 공직자의 모습으로 보이기에는 그의 사퇴가 너무 예견된 일이었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부족했다.
사실 최근 현정부의 부분적인 개각이 본격적으로 거론되면서 윤 장관은 일순위로 얘기가 됐다.
물론 이유는 원전수거물 관리센터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서도 주무장관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형성됐다.
여기에 윤 장관의 총선 출마설까지 거론되면서 사실 윤 장관의 사퇴는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지난 10일 윤 장관은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발표를 하고 12일 사퇴를 표명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진정으로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한다기보다는 시의적절하게 모양새를 갖췄다는 일부의 비아냥을 불러오고 있다.
부안 사태가 극으로 치달을 때 과연 장관이 책임있는 행동을 보여줬는지 멀지 않은 과거를 생각하게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윤 장관은 위도 주민에 대한 현금보상 발언과 관련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어쩌면 부안 사태는 장관으로서도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난제였던 것도 사실이다.
結者解之. 자신의 재임시절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새로운 대책을 발표하고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인가.
물론 이러한 책임감(?) 있는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러나 주무장관이 모두 예상할 수 있는 시기에 짜여진 각본처럼 옷을 벗는 모습이 과연 얼마나 책임감 있는 공직자의 모습으로 기억될지 궁금하다.


<변국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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