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식해서 죽으나 굶어 죽으나...
질식해서 죽으나 굶어 죽으나...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4.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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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 얘기 들으면 여기가 옳고, 저쪽 얘기 들으면 저쪽이 옳다니까! 해답이 뭐유?”
지난 주 한국환경정책 평가연구원에서 열린 경유승용차 배출가스 유예에 관한 찬반토론회가 끝난 후 한 참석자가 자리를 털며 중얼거린 말이다.
이미 유로-3 유예 방침은 순식간에 결정 나버린 일이지만 환경단체를 비롯한 각계는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유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현대관계자와 유로-3 유예 찬성 입장으로 참석한 패널들은 이에 대해 거듭 ‘죄송’의 뜻을 전할뿐이었다.
이날 토론회 쟁점은 표면적으로 환경 우선이냐 산업 우선이냐로 비춰졌지만 이 사안의 기저에는 정부의 안일한 결정 방식이 있다는 것을 꼬집지 않을 수 없다.
박심수 교수가 발언했듯이 항상 법 개정시 문제가 됐던 것은 소위 잘 나가는 대기업이었고 자의든 우연히든 정부는 매번 그를 봐주는 꼴이 됐다는 것. 즉, 정부의 법 개정 뒤짚기에 대한 지적이다. 이는 ‘현대’로 인해 유로-3가 유예된 것이 계기가 됐을 뿐 한국 근저에 깔린 구조적 문제가 또 한번 드러난 고질적 병폐의 한 예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한편 이날 참석한 현대자동차와 관계있는 부품업체, 수송업체는 영세한 상용차 업계에 유예가 없다면 입에 풀칠도 하지 말라는 소리라며 개탄, 유예라는 결과에 대한 이해를 요구했다.
배기가스에 질식해서 죽으나 생활고에 죽으나 매한가지라는 소리다.
문제의 원인 제공자는 현대요, 이 문제를 소란스럽게 일군 것도 현대자동차다. 현대가 일으킨 문제는 현대라는 기업 스스로가 어떠한 방도를 구해서라도 현대상용차 관련 업체를 책임져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원인이 현대라는 기업에 있다해서 정부에 책임이 없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이 사항에 앞서‘법’이 무엇이고 ‘원칙’준수가 무엇인지를 상기해야 한다.
이미 유예라는 결정 앞에서의 양쪽 의견, 모두 옳다. 요점은 이런 자리가 애초에 만들어지지 말았어야 했다.
박정선 기자 pjs@koenerg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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