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칼럼/ 전기를 잘 사용하려면…
에너지칼럼/ 전기를 잘 사용하려면…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2.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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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를 잘 쓰기 위해서는 전기 이용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점 이외에도 전기에 관련된 몇 가지 중요한 경제적 및 기술적 특성을 잘 이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기본적으로 전기를 잘 쓰기 위해서는 그 사용의 효율성이 높아야 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이며 안전하고 편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상품을 다량으로 구입하면 소량으로 구입할 때 보다 평균 단가가 낮아진다. 이는 상품뿐만 아니라 다른 재화 및 용역에도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거래 관행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전기의 사용에 대해서는 소비량이 어느 한계를 넘어 증가하면 요율이 누진적으로 증가하는 특징이 있다. 여기에는 일차적으로는 불요불급한 전기 소비를 억제하여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를 절약하고 그 배분을 합리적으로 하고자 하는 에너지 정책이 주된 목적이라 할 수 있으나 전기 공급의 안정성에 관련된 전기의 생산과 소비의 다른 특성이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전기는 양수발전을 제외하고는 상업적 목적으로 한 대용량 저장 수단이 대단히 제한적이다. 전기는 생산 설비와 소비 설비를 연계하는 전기망(이를 전력계통이라 한다)을 통해 거의 빛의 속도로 전달되므로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특성이 있다. 이와 같이 재화나 용역이 생산과 동시에 소비가 이루어지는 예가 일부 있으나, 생산과 소비간의 순간의 불일치가 공급 계통의 불안정을 초래하여 공급이 중단되는 경우는 드물다. 전기는 생산과 소비의 균형이 무너지면 순간적으로는 주파수 및 전압 등 전기의 속성이 변화하여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작용을 하게 되며, 이를 입력 신호로 하여 생산과 소비가 통제 및 관리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안전 범위를 벗어나면 기기의 보호를 위해 해당 생산 및 소비 설비가 전력계통으로부터 분리되고, 이와 같은 분리 현상이 인접 계통으로 파급되면 소위 계통붕괴가 일어나 광역 정전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최대 수요에 부응할 수 있도록 발전 설비와 전력계통을 갖추어야 한다. 전기의 최대 수요가 증가하면 이에 상응하는 발전 설비를 신설하고 이를 연계하는 전력계통을 보강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설비의 신설과 계통의 보강은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하므로 전기의 최대 수요가 일시에 집중되어 공급 비용을 증대시키거나 공급 안정성을 저해 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 일예로 전기 사용이 집중되는 시간대에 에어콘 사용을 억제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전기를 생산하는 설비에는 원자력 발전, 화력 발전, 수력 발전이 있고, 최근에는 온실가스 배출 감소 등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 재생에너지 등 대체에너지를 상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전기 공급 비용을 합리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전기 생산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전력산업의 규제완화와 전력시장의 자유화를 통해 발전 부문에 경쟁이 도입되면서 생산부문의 효율성 향상이 기대되고 있다. 또한 각 발전 설비는 사용하는 연료와 설비의 기술적 특성에 따라 출력대비 생산 비용이 다르게 되어 전력 수요와 전기 공급 가능 용량, 그리고 계통의 안정성을 고려한 전력계통운용상의 경제급전 기술에 의해 전체 계통의 전기 생산 비용을 최소화한다.
 전기의 편리성으로 인해 생활수준이 높아질수록 전기 소비가 증가하고, 전기 소비가 증가할수록 전기 수송의 중요성도 높아 간다. 우리나라는 전기 소비가 수도권 및 영남 지역에 상대적으로 집중되어 있는 데 비해 전기를 생산하는 주요 발전소는 중부 이남의 해안가에 산재되어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전기 소비가 증가하면 발전소로부터 소비지까지 전기 수송량이 증가한다. 전기를 수송하기 위한 송전선로 건설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고 있어 투자 합리화를 달성하고 좁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초고압 송전선로를 통해 전기를 대용량으로 수송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대도시 인구 밀집지역에서는 대용량 전기 수송의 필요성이 높아지는데 비해 환경제약 등 전기 공급 설비 확충 여건은 점점 더 어려워져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상당한 투자와 기술개발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전기 수송을 위한 송전선로 확충에 관련된 문제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겪는 공통적인 문제점이 되고 있다. 왜냐하면 전기 소비는 대도시 인구 밀집 지역과 대규모 상업 및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어디에서 전기를 생산하더라도 전력선을 통해 전기를 수송해 와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기 수송망에서의 사고나 고장은 지역적인 수급 불균형을 초래하여 대규모 정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유럽에서는 대규모 전기를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수송하는 기술과 전기 수송망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기술 개발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대책을 중장기적 관점에서 착실히 마련하여야 할 것이 요구된다.
 결국 전기를 경제적이고 안전하며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기 생산과 수송에 관련된 경제적 및 기술적 특징을 잘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며, 우리나라 여건을 고려하여 중장기적인 기술개발 프로그램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태규 전기시험연구소 소장/ 2002-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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