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리뷰/ 인디언 카리스마, 후안 비센떼 고메즈
에너지리뷰/ 인디언 카리스마, 후안 비센떼 고메즈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2.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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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시스템은 순종을 미덕으로 추어올리며 복종을 강요할 것이다. 그러나 몇몇 특별난 존재들이 있다. 그들은 저항한다. 버틴다. 그러는 사이에 그들은 버티는 것의 대가로 어떤 능력을 갖추어 간다. 카리스마(Charisma)다.
카리스마란 원래는 그리스도교 용어로 `성령의 특별한 은총'을 뜻하는 그리이스어에서 유래하는데, 기존 질서에 대해 파괴적이고 가히 혁명적인 저항과 버팀은 초자연적, 초인간적, 비일상적인 힘이 그 과정에서 획득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 원래의 의미는 시대가 감에 따라 많이 변질되었다.
 막스 베버(독일의 정치, 경제, 사회학자, 1864~1920)는 지배의 한 유형으로서 카리스마적 지배를 설명했다. 카리스마적 자질을 가진 자가 지배하고, 피지배자는 그 지배에 대해 귀의하고 승인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원초적인 카리스마는 관직 카리스마, 세습 카리스마로 변질되어 다시 순종을 강요하는 사이클이 형성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항시 원초적 카리스마의 재림을 열심히 간구하는 것이다. 변질된 카리스마, 그것을 현대에는 김일성과 같은 독재자라던가 신흥 종교의 교주 등에서 그 예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주의자인 필자로서는 신의 은총이 내려 갖춰진다는 그 능력, 즉 카리스마란 결국 자기 도취 현상이 아닐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번 주에는 석유 대국 베네수엘라를 얘기하려 하는데 카리스마란 말을 거론한 것은 베네수엘라에서 석유로 카리스마를 이룩한 후안 비센떼 고메즈(Juan Vicente Gomez, 1864~1935)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다.
27년간 베네수엘라의 독재자 노릇을 했던 고메즈는 남미 역사상 가장 부유했던 사람으로 평판이 나 있다. 거의 100% 인디언의 피를 가지고 태어났으며, 공식적인 교육은 받지 못한 그이지만 그는 안데스 산맥 지대에 이름을 날리는 존재가 되었다. 베네수엘라의 혼란기인 1899년에 그는 키프리아노 카스트로의 사적인 군대 조직에 가담했고 카스트로가 카라카스와 정부를 함락시킨 후에 부통령으로 임명되었다. 1908년에, 카스트로가 유럽에서 요양하고 있을 때, 고메즈는 권력을 잡고 대통령으로서 혹은 괴뢰정권으로서 베네수엘라를 지배했다.
고메즈 치하에서 베네수엘라는 어느 정도의 독립을 이룰 수 있었고 경제발전도 있었다.
1918년 베네수엘라에서는 최초로 Royal Dutch/Shell사에 의해 마라카이보 호에서 석유가 발견되었고 고메즈는 베네수엘라의 이익을 위해서 미국, 영국, 네덜란드 석유회사들과 약삭 빠른 흥정을 벌였다. 그는 계속 외국과 우호관계를 유지했고 외채를 다 갚아버렸다. 그는 지방의 호족들과 로마 카톨릭에 대해 지배를 강화했으며 공공사업을 시작했고 능률적인 행정부를 만들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는 계속 그 전설적인 부를 축적, 농장을 획득하고 사업을 획득하고 각종 산업을 획득했다. 여기에는 물론 베네수엘라에서 생산되는 석유가 바탕이 되었다. 그는 부유해질수록 군대와 테러조직을 통해 국가에 대한 장악력을 더욱 강화해나갔다. 그의 군대는 남미에서 가장 훌륭한 무기를 갖추고 있었고 그의 스파이와 비밀정보원들은 어디에서건 활약했다. 그래서 그가 죽었을 때 고메즈와 관련되어 더렵혀지지 않은 정치적 인물은 단 한 사람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인디언 스타일의 카리스마라 부를 수 있을까?
베네수엘라란 원래 `작은 베니스'란 뜻이다. 콜롬부스가 이 땅을 발견했을 때 인디언들이 얕은 하천에 말뚝을 박고 그위에 지은 오두막에 살고 있는 것을 보고 지은 이름이라 한다.
고메즈의 독재기간 동안 특히 석유에 관한 이권이 미국 자본가의 손에 마구 넘어갔다. 외국 석유기업의 수익에 대한 세율을 50%까지 인상한 석유법이 제정된 것은 메디나 정권(1941~45)에 이르러서였다.
베네수엘라는 1920년대부터 세계 석유시장에서 중심적 위치를 차지했다. 1920년부터 1950년까지는 미국에 이어 세계 제 2위의 산유국이었다. 그리고 1950년부터 1968년까지는 세계 제 1위의 석유 수출국이었다. 현재도 310만b/d의 원유를 생산하고 260만b/d 정도를 수출하는 대산유국인데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세가지가 있다.
첫째는 대산유국이다. 확인매장량이 770억배럴에 이르고 있다. 둘째는 세계 3위의 석유회사인 국영 PDVSA사 때문이다. 하류부분을 장악, 소비국의 석유 안전 공급에서 무시될 수 없는 요소이다. 셋째는 `석유의 바다'라 불리우는 오리노코 오일 벨트(Orinoco Oil Belt)에 초중질유 원시 매장량이 1조 배럴에 이른다는 것이다.
석유를 밑천으로 한 인디언 스타일의 카리스마로 시작된 베네수엘라의 석유산업, 오리노코 오일 벨트에 대해서는 다음번에 계속하기로 한다.

<이승재 칼럼니스트/ 2002-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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