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칼럼/ 변화를 인정받으려는 인도네시아 석유산업
에너지칼럼/ 변화를 인정받으려는 인도네시아 석유산업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2.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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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유생산에 관한 한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는 인도네시아 석유산업이 최근들어 구체적인 변화의 움직임이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작년 10월 석유산업 개혁 방안을 확정하였고, 최근에는 이에 대한 국제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국제회의를 개최하였다.

 ■ 100년의 석유역사
 인도네시아는 아시아에서 처음 석유가 생산된 국가이다. 1895년 사무엘 마커스(Samuel Marcus)라는 영국 기술자가 인도네시아의 보르네오섬 서남쪽 정글에서 석유를 찾은 이래, 인도네시아 석유자원은 국제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에 영국과 네덜란드의 합작 석유회사인 로얄더치쉘(Royal Dutch Shell)이 석유자원을 본격 개발하였고, 일본은 이 석유자원이 탐나서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1930년대 당시 일본은 구미 세력을 아시아에서 배제하고, 아시아 국가들끼리 잘 살아보자는 `대동아 공영론(East Asia Co-prosperity)'을 내세웠고, 미국은 일본의 급속한 정치적, 군사적 팽창을 봉쇄하기 위해 일본경제의 목줄인 석유와 고철의 대일공급을 중단하였다. 석유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일본은 진주만을 공격하여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면서, 필리핀부터 멀리 미얀마까지 `남방전선'을 형성하였다. 그 남방전선의 핵심에 인도네시아의 석유가 있었다.
 그 이후, 인도네시아 석유자원은 미국계의 칼텍스(Caltex)와 유노칼(Unocal), 프랑스와 벨기에합작회사 토탈-피나-엘프(Total Fina Elf)에 의해 집중 개발되었다. 이들 3개 회사는 현재 인도네시아 하루 원유생산량 130만 배럴의 80%를 담당하고 있고, 특히 칼텍스는 이중 절반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중국다음의 제 2위의 아시아 석유생산국이지만, 중국이 93년부터 석유 순수입국이 되면서 아시아 최대 석유수출국(수출량 하루 65만배럴)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 몸살을 앓고 있는 석유산업
 인도네시아 석유산업은 현재 몸살을 앓고 있다. 먼저 산유량이 줄어들고 있다. 산유량 감소 이야기는 90년대 초반부터 나온 것이 사실이지만, 당시에는 큰 관심을 끌지 못 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인도네시아 산유량 감소 문제는 심각한 것으로 보이고 있고, 외국회사들도 인도네시아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고 있어, 인도네시아 정부로서도 우려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속도로 외국자본이 투자를 주저하면, 인도네시아가 종국에는 석유수출국에서 순수입국으로 전락할 지도 모른다는 주장을 내 놓고 있다.
외국기업들의 이런 태도는 인도네시아의 국내 불안에 큰 원인이 있다. 수하르토 정권 붕괴를 통해 민주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민주화의 한 현상으로 국내 치안이 불안한 상황이다. 실례로, 우리나라에 공급하는 액화천연가스(LNG)를 생산하는 아체(Aceh) 지역에서 소요가 발생하여 LNG 공급차질을 빚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300개 이상의 언어가 사용되는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방간 문화적 차이가 뚜렷하여, 민주화 이후 이들 지방의 자치권 확대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런 요구 속에는 외국석유회사들이 지방정부 혹은 지역에 대한 지원 확대가 담겨져 있어 외국 회사들로서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지역의 요구가 경제적 부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석유회사들이 환경 파괴 등을 이유로, 현지인들이 석유생산을 감독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현지에서 만난 한 석유인은 우려하였다. 이 경우 비전문가인 현지인들이 전문성을 요하는 석유생산을 감독, 통제함으로써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무위도식하는 현지인들을 위해 불필요한 일자리를 만들어 줘야된다고 또다른 석유인은 크게 불평하였다.
또한, 부패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석유산업에 대한 제도, 특히 과세와 조광료에 대한 법적 제도가 완비되어 있지 않은 결과, 불필요하게 석유산업 관련 관리들에게 재량권이 많이 주어져 있고, 이것이 부패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과거 수하르토 시절에는 석유 광구 분양에 수하르토 대통령의 측근들이 개입하였다고 한다. 투명성이 떨어지는 결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 아직까지 유보적인 반응
 인도네시아 석유산업 개혁은 기본적으로 자유화, 투명성 강화 그리고 외국에 대한 개방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런 변화를 알리기 위해 인도네시아는 상당히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7월 초에는 인도네시아 상공회의소가 주최하고 에너지 자원부와 외무부가 후원하는 국제적인 회의를 개최하여, 석유산업 개혁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이 회의에는 메가와티 대통령과 석유산업 행정을 관할하는 에너지 자원부 장관, 그리고 인도네시아 국영석유사 고위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하여 외국 석유회사들에게 개혁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였다.
외국석유회사들, 특히 구미 계통의 석유회사들은 인도네시아의 개혁에 대해 아직까지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 애매한 구석이 많다는 것이다. 시간을 두고 보자는 반응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들은 인도네시아의 잠재력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한다.


이준범 박사(한국석유공사 전략정보팀/ 2002-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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