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칼럼/ 전력산업을 월드컵 수준으로
에너지칼럼/ 전력산업을 월드컵 수준으로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2.07.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력산업의 활성화를 위하여

 월드컵이 열리던 6월 내내 우리는 용솟음치는 활력을 경험하였다. 16강을 향해 조마조마하게 시작되던 우리의 바램은 황선홍 선수의 첫 골이 터지면서 천지를 진동하는 함성 소리와 함께 뜨거운 열정으로 타 올랐다. 우리 선수들이 불같은 투지와 잘 조련된 팀웍으로 승리의 행진을 계속할 때 우리는 가슴이 터져 나가는 것 같은 희열을 온 몸으로 느꼈다. 거리에는 대~한민국의 외침이 거센 파도처럼 퍼져 나갔다. 둥근 공을 쫓아 뛰고 달리는 선수들이 우리 모두를 하나로 꽁꽁 묶어 버린 것이다. 돌이켜 생각컨대 4강의 신화도 놀랍거니와 이를 모두 내일처럼 반기며 울고 웃는 우리 모두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그 때 축구는 이미 축구 이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월드컵 성공의 압권은 열린 광장에서의 응원 열기였다.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시작하여 온나라 모임터를 꽉 매운 응원 함성은 참으로 대단하였으며 세계인을 경탄하게 하였다. 나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응원함성이 축구 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 모두에서 용솟음치는 환희의 함성이었다. 그냥 모두 모여서 함께 한마음으로 즐기는 축제의 노래였다. 우리의 삶이 활성화되는 소리였다.
 이와 같은 성공적인 월드컵이 있기에는 첨단기술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였다. 특히 개막전 행사에서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IT기술부터 시작하여 모임터 응원의 창구 역할을 한 대형 전광판에 이르기 까지 첨단 전기전자 기술의 역할이 대단하였다. 그리고 이런 첨단 전기전자 기술이 잘 동작하도록 에너지를 공급한 전기가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스위치를 켜면 전기불이 들어오고, 리모콘을 누르면 TV가 켜지는 것이 당연한 일상지사가 되었다. 수도꼭지를 열었을 때 물이 나오지 않으면 그래도 조금은 참을 수 있어도 스위치를 켰을 때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견딜 수 없게 되었다. 목욕탕 물이 안나오면 공중목욕탕에 가고, 먹을 물이 없으면 가게에 가 생수를 사먹으면 된다. 그런데 전기가 안들어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기회사에 전화하여 불평하는 것 외에 달리 뾰족한 수가 없을 것 같다.
 전기를 생산하여 소비자에게 배달하는 사업을 전기사업이라 한다. 전기사업이 잘 이루어지도록 전기를 생산하고 배달하는데 관련된 산업을 모두 합해 전력산업이라 한다. 또 매일 매일 생활에서 뿐만 아니라 월드컵과 같은 중요 행사에서 전기가 없으면 안되므로 전력산업을 국가 기간산업이라 한다. 달리 이야기 하면 전력산업은 국가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육성 발전시켜 나가야 할 산업이라는 뜻이다. 여기에는 전력산업에 종사하는 전문인력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전력산업은 국가경제발전과 함께 전기소비가 크게 증가하면서 양적 및 질적으로 발전하여 왔다. 혹자는 전력산업이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어 왔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는 전기가 경제활동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재화라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력산업은 커다란 변환기에 놓여 있다. 한국전력이라는 단일 회사가 전기를 생산하고 배달하던 독점 공기업 체제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부문에 경쟁을 도입하고, 전기 배달체제를 판매경쟁으로 전환하여 소비자의 선택권을 높이고, 이를 통해 전력산업의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전력산업의 구조개편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송전, 배전과 같은 망사업은 경쟁의 공정성 및 효율성 확립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되고, 우리나라의 특수한 여건에서는 앞으로도 독점 공기업 형태로 운영될 것이다.
 이와 같은 전력산업의 구조개편은 1990년대 초 영국을 시작으로 하여 현재는 거의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1단계로 발전회사를 분리하여 발전원가 기준의 경쟁을 시행하고 있다. 또 시장가격에 의해 전력거래가 이루어지는 도매경쟁 전력시장을 개설하기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으며, 2010년 이후는 소매경쟁 전력시장 체제를 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관련법에 정한 자격을 갖춘 기업이면 자유롭게 전기사업에 참여하는 길이 보장되는 셈이 되어 전력산업이 한층 발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이번 월드컵에서 보았듯이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탁월한 리더쉽과 우리에게 적합한 훈련 프로그램이 수립되어야 한다. 축구에도 크게는 남미 스타일, 유럽 스타일, 그리고 브라질 축구, 프랑스식 축구, 영국풍 축구, 독일 축구 등이 있듯이 전력시장도 나라마다 처한 사정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된다. 그러나 축구의 기본원칙은 동일하게 적용되며, 기초체력과 기본기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듯이 전력시장이 갖추어야 할 기본원칙은 착실히 마련되어야 한다. 더욱이 경쟁적 전력시장의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운영은 이보다 훨씬 더 전문적 처리가 요구된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달성한 성과는 세계를 놀라게 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여기에는 히딩크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과 우리나라 선수들의 팀웍과 투지가 그 기본 바탕이었음에 틀림없으나 우리 온 국민이 합심하여 보여준 성원이 더 없이 훌륭한 활력소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성공적으로 추진되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 당국을 비롯하여 유관기관, 관련 산업체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 그리고 전력산업에 관련된 모든 이들의 관심과 성원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왜냐하면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이해집단이 관련되어 있으며, 그 효과가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항상 어려운 일에는 위기와 기회가 함께 가는데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전력산업 발전의 새로운 기회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태규 전기시험연구소장 / 2002-07-15>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