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리뷰/ 캘리포니아 정전사태
에너지리뷰/ 캘리포니아 정전사태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2.07.0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Energy Policy지 2002년 1~2월호에WEFA(Wharton Econometric Forecasting Associates)의 저명한 분석가인 마이클 린치(M, Lynch)씨의 신에너지 위기론이 게재되었다.
그는 1970년대 에너지 위기 전의 상황이 현재 재현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빠른 경제 성장과 이를 못따르는 공급 능력외에도 캘리포니아 정전사고, 석유가격의 폭동과 같은 단기적 공급 혼란이 당시 상황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대개 위기론을 떠벌이는 사람들의 견해는 단기적인 공급혼란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보다 장기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시장이 균형상태(equilibrium)로 복귀한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20세기 말의 시설과잉, 공급과잉과 같은 것이 사라지고 시설, 공급과 수요가 팽팽한 균형을 이루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다분히 `정책적인 미스'에서 연유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엄청난 헛돈을 썼다는 얘기다. 그리고 수많은 분석과 예측의 오류도 한가지 이유가 되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1970년대 위기 전에도 예측의 오류가 있었다. 그 첫째는 석유가 일반 상품과 다르므로 수요가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것이었고, 둘째는 석유공급 분석가들이 좋은 분석을 제공하지 않은 것(예를 들면 경제분석가가 석유시장 분석에서 지질학적 문제를 경제적으로 취급한 것), 셋째는 석유가격은 반드시 오른다는 견해(2000년에 석유가격이 $100~200/bbl이 된다는 등)였다.
그런데 현재도 이런 예측과 분석의 오류가 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린치씨는 “마르크스는 역사는 그 자체가 반복한다는 헤겔의 말에 대해 논하면서 그러나 그 첫번째는 비극이지만 두번째는 소극(笑劇)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슬프게도 마르크스는 현대의 에너지 위기론자들보다는 통찰력이 있다”고 비꼬면서도 위에 예를 든 에너지 위기론의 배경으로서의 장기적 요소, 즉 시장의 균형상태에서 올 수 있는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꼭 짚어 얘기하자면 2001년 초에 일어난 캘리포니아 정전사고를 두고 벌어진 여러가지 상황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정전사고의 핵심은 전력시장의 `균형' 때문이라는 얘기다.
캘리포니아 정전사고는 정부 통제의 전력시장에 소매 경쟁 도입과 현물시장 중심 전력거래를 골자로 하는 미국 최초의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발화점이 되고 있다.
구조개편이 사고를 불러온 데는 공급력 부족, 가격 정책의 실패, 전력시장 구조 및 운영상의 결함 등이 지적되고 있다.
공급력에 있어서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과잉 공급 상태였으나 오늘날엔 빠른 경제성장 때문에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다.
캘리포니아주 전력가격은 미국에서 가장 비쌌다. 그래서 구조개편을 하면 전력가격이 싼 주의 전력이 유입되리라 예상했었다. 그래서 주 정부는 전력가격 하락을 우려해 사전에 소매요금을 동결하는 등 인위적으로 가격을 규제하였다. 그러나 소매가격은 동결된 채 현물시장 가격은 계속 상승하고 수요 또한 계속 증가하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또 구조개편 당시 캘리포니아 규제 위원회는 주내 민간 전력회사에 대해 현물시장을 통한 전력거래만을 허용하였다.
 따라서 전력회사는 현물시장의 큰 약점인 가격 변동성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인데 이러한 것들이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캘리포니아주 전력시장의 실패는 전력산업의 구조개편 또는 규제완화의 실패라기 보다는 구조개편이 보다 치밀한 사전 준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을 얘기해 주고 있다.
주지하는 바이지만 에너지산업에서 구조개편이 필요한 것은 수직 결함적 기업구조, 국가소유, 독과점 등의 에너지 산업 특성이 현대에 와서 병폐가 되어가고 있는 점 때문이다.
 오늘날엔 경영이 효율성을 요구하고 있고 기술 발전으로 대규모 산업이 소규모화되고 정보통신의 발달로 유통 및 거래에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에너지산업도 시대 조류에 맞춰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구조개편의 핵심이다.
되풀이 하지만 캘리포니아 정전사태는 이런 요구에서 비롯된 구조개편 추세에서 치밀한 준비가 결여되어 빚어진 사고인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구조개편, 민영화 등의 과정이 진행중에 있어 이 사고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
 여하간 린치씨의 신에너지 위기론은 구조개편 과정에서 그동안 장기적으로 누적되어온 결함이 에너지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견해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승재 칼럼니스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