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리뷰/ oil-for-food 프로그램
에너지리뷰/ oil-for-food 프로그램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2.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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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취의 역사는 오래 전에 있었다.
헤로도투스(BC 484~BC 425)의 `역사(History)'는 여자 납치 사건으로 시작된다.
페니키아인들이 장사를 위해 그리스 땅에 닻을 내렸을 때, 그 배 주위에 여자들이 놀고 있었다.
그 중에 왕의 딸인 이오(IO)가 있었다. 페니키아인들은 이오를 납치해서 그리스 땅을 떠나버렸다.
세월이 흐른 후에 크레타 섬 사람들이 페니키아인의 땅에 닻을 내렸다. 그리고 왕의 딸인 에우로페(Europe)를 납치해서 떠나버렸다.
페니키아인들은 그리스에 항의했으나 그리스인들은 이오의 납치 사건을 얘기했다. 그 후에 그리스인들은 상대편의 왕의 딸 메데아(Medea)를 납치해서 데려갔다.
그리고 무수한 세월이 흐른 후에 트로이의 왕자가 그리스의 미녀 헬렌을 유혹해갔다. 그 왕자는 메데아 사건을 가슴에 담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마침내 트로이 전쟁이 발발하게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역사는 탈취사건으로 시작되었다.
석유산업도 그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중동인들은 주장할 것이다. 특히 이라크 대통령 사담 후세인이 그러할 것이다. 영국인 조지 레이놀즈(George Reynolds)가 페르시아에서 석유를 터트린 이후, 중동은 서구인들의 정치 무대화되고 전후에 세계적 메이저들인 세븐 시스터즈(Seven Sisters)의 어리너(arena)였다. OPEC이 자국의 자원을 국유화한 이후에도 중동인들은 박탈감을 떨쳐내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서구인들은 자원 공유에서 오는 인류의 복지를 주장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1990년 사담 후세인은 마침내 서방에 협력적이던 쿠웨이트를 침공, 걸프전쟁을 발발시켰다. 명분은 영토 수복이었다.
패전한 이라크에 대한 징계 조치로 UN은 석유 수출금지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이라크인들은 여전히 박탈감을 느낄지 모른다. 현재는 이라크가 경제제재 완전해제를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고 UN이 또 징계를 강화하는 식의 되풀이이다
이라크의 공식적인 석유수출(허가)제도인 oil-for-food 프로그램은 1996년 12월 6일 첫 수출로 이루어졌다.
이 제도는 이라크가 석유를 수출하면, 그 대금을 UN이 관리하면서 이라크가 식량이나 의약품을 외국에서 수입할 때 UN이 대금을 지불하는 식으로 되어있다. 이라크에겐 당연히 군수용 물품구입이 금지되어 있는데, 어떤 물품은 군수용, 민수용 겸용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 프로그램은 6개월마다 갱신되도록 되어 있다.프로그램 시행 첫 3단계까지는 단계별로 16억 달러 수출 상한선이 묶여 있었다. 이후 4단계에서 5단계까지 상한선은 52억 달러로 상향 조정되었다.  그러나 당시 낮은 유가로 인해 수출 상한선을 채우지 못했다. UN은 이라크의 석유수출금액이 당초 설정하였던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자 이후 30억 달러의 추가 수출을 허용했다. 1999년 들어 UN안전보장이사회는 결의안 1284호를 채택, 석유수출상한선만은 폐지,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는 제11차 oil-for-food 프로그램이 진행중이다.
그런데 2002년 4월8일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향후 30일간 석유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점령지역에서 철수하도록 하기 위함이며 이 기간 내에 철군하지 않을 경우 추가 행동에 나설 것이며 이스라엘 철군시까지 석유수출금지조치를 지속할 것이라 시사했다. 현재 이라크의 석유수출량은 약 200만b/d 정도로 전세계 수출 물량의 약 4~5% 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 수출 중단 사태가 세계 석유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11차 oil-for-food 프로그램은 2002년 5월 30일이 시한으로서 이라크는 경제적 제재 조치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현재 UN안전보장이사회의 이 경제제재 조치는 UN의 무기 사찰단이 이라크가 무기 개발계획을 포기하였다는 확인을 하기까지는 해제 불가능하다. 반대로 이라크측은 1998년 12월 이래 계속 무기사찰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므로 oil-for-food 프로그램이 지속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누구나 알다시피 이라크는 석유 대국이다. 현재 확인 매장량이 1,000억 배럴에 이르고 미발견 매장량이 1,000억 배럴에 이른다는 주장이 있다.
현재 이라크는 암거래하듯 40만b/d 정도를 인근 아랍국들에 수출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여하튼 본질을 일탈한 자원의 탈취와 박탈감의 갈등의 해결이야말로 세계 에너지공급문제 해결의 열쇠는 아닐런지 생각되는 시점이다.

<이승재 칼럼니스트/ 2002년 5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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