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칼럼/ 화장장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내 이웃엔 싫어요!'
에너지칼럼/ 화장장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내 이웃엔 싫어요!'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2.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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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 일간지에서 주민의 집단민원 때문에 25개 지역의 생활폐기물 처리시설 건설과 서울시가 추진하는 서초구 양지동 추모공원 건립이 차질을 빚고 있으며,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확보도 어렵다는 보도를 보았다. 일간지는 차질을 빚고 있는 이유로 님비 현상과 행정실패를 꼽았다.
인류문명이 농경시대로부터 산업화시대를 거쳐 정보화시대로 발달하는데 따라 우리 생활은 더욱 편리해지고 있다. 그 편리함을 제공하는 원동력은 자연으로부터 나오며, 우리는 자원을 사용하여 문명의 혜택을 누리는 대가로 반듯이 발생하는 쓰레기를 처리·처분해야하는 숙제를 안게 된다. 쓰레기의 종류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필수적으로 나오는 생활 쓰레기로부터, 우주에 쏘아 올린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까지 다양하다. 여론조사결과 주변에 건설할 시설 중 가장 기피하는 시설 중 하나로 방사성폐기물 처분장과 화장장이 꼽히고 있다.
방사성폐기물은 문명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수품인 전기를 원자력발전방식으로 얻고,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하여 암을 치료하는 등 혜택을 받은 것에 대한 반대급부로 발생하는 쓰레기이 다.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하여 암을 치료하는데는 의견들이 없으나, 전기를 꼭 원자력발전 방식으로 생산하여야 하는지는 논란이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소요에너지의 98%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나라에서 원자력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지 않을 경우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충족하기 위하여 석탄, LNG 등을 연소하는 화력발전소 일변도로 발전소를 건설하여야한다. 일부 환경론자들은 풍력, 조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할 것을 주장하나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대용량 발전시설의 건설은 아직 연구단계이다. 에너지원의 다원화, 탄산가스를 발생하지 않는 원자력 에너지의 청정성, 경제성 등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에 새로 건설할 발전소의 약 30%를 원자력발전소로 건설하기로 한 결정은 현명한 선택이며, 불가피한 선택이다. 문제는 원자력발전을 할 때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처리·처분은 과연 가능한가?' 이다. 답은 "가능하다." 이다.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처분하는 기술은 이미 잘 확립되어 실증되고 있다.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방식으로 동굴처분과 천층처분 방식이 있다. 동굴처분은 지하에 동굴을 파고 동굴 속에 사일로를 짓고 그 속에 방사성폐기기물을 처분하는 방식으로 스웨덴, 핀란드 등에서 채택하고 있으며, 천층처분은 지표면에 가로 10m, 세로 20m 내외 크기의 콘크리트 방을 만들고, 그 속에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이 든 강철 드럼을 쌓는다. 방이 다 차면 콘크리트와 자갈을 되메우고 지붕을 덥고 그 위에 흙을 복토한다. 같은 크기의 방을 계속 건설하여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하며 미국, 일본, 프랑스, 영국 등에서 채택하고 있다.
 프랑스 라망쉬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한 예로 살펴보자. 라망쉬 처분장은 1969년부터 25년 동안 운영하다가 1994년 폐쇄할 때까지 총 250만 드럼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천층처분하였다. 라하그 재처리 시설 인근에 위치한 라망쉬는 1964년 칸느 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을 받은 자크드미 감독의 추억의 명화 '셀브르 우산'의 주무대가 된 셀브르 항과 2차 대전을 종식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노르만디 상륙작전의 격전지가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지금 라망쉬 지역을 방문하면, 파란 목초가 뒤덮은 36,000평의 처분장 부지 위에 양들이 풀을 뜯고, 목동들이 한가롭게 양을 돌보는 낭만적인 경관으로 바뀌어 안내자의 설명이 없으면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었던 것을 모른 채 지나치게 된다. 물론 주변에 방사선의 영향은 없다. 운영 중인 어느 처분장을 방문해도 환경에 영향이 없이 안전하게 운영되고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62년 실험용 원자로를 도입한 후, 1978년부터 원자력발전소의 운영을 시작하여 2001년에는 우리나라에서 사용한 전기의 41%를 원자력에너지에서 얻었다. 또한 2001년 말 현재 약 1,800여 개 업체에서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하여 산업활동을 하고, 질병을 진단·치료하고 있으며, 2006년에는 3000 개 업체로 늘어날 전망이다. 2001년 말까지 원자력발전소와 동위원소 사용업체에서 발생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총 63,000 드럼(그 중 약 4,500 드럼은 동위원소 사용업체 발생 분)으로 각 발전소등에 분산저장중이다.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관리와 원자력시설의 계속적 운영을 위하여 지금까지 생산되고, 앞으로도 계속 생산될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의 조속한 확보는 필수적이다.
 그 동안 정부는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후보로 영덕, 안면도, 고성, 양양, 울진 등을 전전하다가 굴업도를 후보부지로 결정했으나 활성단층이 발견되어 백지화하였으며, 최근 3,000억 원의 지원금을 걸고 지자체에 후보지 공모를 하고있으나 별 진전이 없다.
 에너지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는 원자력개발을 중지할 수 없으며, 방사성동위원소의 사용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다. 동 시설에서 발생하는 방사성폐기물을 영구처분하는 처분장 부지의 확보를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 이미 처분장의 안전성과 기술성은 선진국에서 입증되었으므로 사회수용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조속히 후보부지를 선정하고 주민을 참여시키는 투명한 사업진행과 끈질기고 일사불란한 설득으로 주변지역 주민의 님비 현상을 완화시키는 노력을 기울려야 한다. 일정한 보상은 지역주민의 피해의식을 완화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주변지역 주민도 가상적인 피해의식을 떨치고 현실을 바로 보는 지혜를 발휘하여 계속적으로 우리가 원자력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대승적인 차원의 협조가 필요하다.

<양창국 한국원자력연료 감사/ 2002-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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