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수첩/ 자국기업 위해 앞장서는 영국정부
에너지수첩/ 자국기업 위해 앞장서는 영국정부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2.04.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5일 오후 조선호텔. 영국대사관이 주최한 PPP(민관 공동협력)세미나가 성황리에 열렸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개념인 PPP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겠지만 우리의 전력산업구조개편이 기본적으로 영국을 모델로 하고 있고 PPP가 영국 전력 민영화의 방법적 개념으로 사용됐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그 자리는 PPP라는 개념을 소개하는 자리라기 보다는 영국 에너지기업과 금융, 그리고 PPP를 수행하는 기관의 홍보마당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
민영화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추세이고 민영화에는 PPP 방법이 가장 유효하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영국의 전력산업 민영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런던 증권거래소의 간부는 한국의 전력회사가 민영화 후 영국 증시에 상장할 경우 기대되는 효과를 설명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그러한 모습은 지나치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부러움으로 다가왔다. 자국 기업을 위해 정부가 앞장서서 홍보를 해주고 길을 닦아주고 있는 것이었다.
한국의 에너지산업이 민영화 될 경우 자국의 에너지기업이 좀 더 쉽게 진출할 수 있도록, 한국의 기업이 발전회사를 살 경우 자국의 금융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민영화 후 다른 나라가 아닌 자신들의 증권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미리 분위기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작금 에너지산업 구조개편의 한 가운데 있는 우리의 모습이 교차됐다. 민영화를 하니 마니를 두고 벌어지는 정부와 공기업의 끝없는 대립과 마찰.
외국자본의 진출을 걱정하면서도 제도적인 대비책을 세우기보다는 서로 헤게모니 장악을 위해 혈안이 돼 있는 모습 등등.
영국대사관은 세미나가 끝난 후 참석자들을 대사관으로 데리고 가 저녁식사를 대접하는 호의까지 베풀었다.
변화의 소용돌이가 거세게 불고 있는 지금. 과연 우리 정부는 무엇을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는지…

<변국영 기자/2002-04-19>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