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칼럼/ 국내 石油개발 현황과 향후 전략
에너지칼럼/ 국내 石油개발 현황과 향후 전략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2.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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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말까지 약 100년간은 석유와 천연가스가 이끌어온 문명이란 점에서 탄화수소 문명이라 불리고 있다. 탄화수소 문명은 오늘날에도 건재하여 현재 인류가 소비하는 에너지의 65%는 석유와 가스에서 나온다. 플라스틱 제품이나 인조 섬유 등 생활 필수품의 원료는 100% 석유이다. 또한 향후 수십년 동안 인류 문명이 화석 연료에 의지하는 상황은 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석유는 국가 경제의 기반으로 계속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러한 까닭에 전세계적으로 산유국과 비산유국,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구분없이 사활을 건 에너지 확보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세계 에너지의 최대 수입국이자 최대 소비국인 미국은 에너지 문제를 국가 안보 차원에서 고려하고 있으며 공급 위주 에너지 정책으로 에너지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 중국, 일본, 러시아, 인도 등 세계의 열강들도 앞다투어 에너지 확보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향후 에너지 수요 증가를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아시아의 개발도상국들도 폭증하는 에너지 소비량에 따라 에너지 순수입국으로 전락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다가올 에너지 위기는 1973년 무렵의 오일 쇼크처럼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총 에너지 사용량의 50% 이상을 석유에 의존하고 있고 세계 4위의 석유 수입국이자 세계 6위의 석유 소비국인 우리나라의 처지를 고려하면 단순 수입에서 벗어나 자체적으로 석유를 개발, 확보할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국내 총생산 대비 석유 수입액이 5.5% 로 미국 일본 독일 등 경쟁국에 비해 월등히 높을 뿐만 아니라 중동산 원유에 대한 지나친 의존으로 우리나라는 항시 자원 위기에 노출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유의 자주 개발률은 2%에도 채 미치지 못해 이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책의 일환으로 오는 2010년까지 국내 석유 소비량의 10%를 자주 개발을 통해 조달한다는 장기 플랜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는 과거 수십년간 국내외에서 수행한 석유 개발 사업이 주는 교훈을 바탕으로 새로운 전략을 짜지 않을 경우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석유개발 역사는 70년 국내 대륙붕에 7개 해저 광구를 정하고 탐사에 나선 게 시발점. 국내에서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70년부터 작년 말까지 국내 자본 2억2천만 달러 등 모두 3억5천500만 달러를 들여 물리, 시추탐사를 벌였으나 경제성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다만 98년 조사대상 지층을 바꿔 제6-1광구 고래V구조를 시추한 결과, 국내 최대 규모의 가스층을 발견하고 2003년 6월을 목표로 생산 개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외 석유개발은 81년부터 예멘, 페루, 영국, 베트남, 알제리 등 36개국 98개 사업에 진출했다. 27개국 45개 사업은 사업성이 없어 이미 종료하고 23개국 53개 사업이 진행 중이며 이 가운데 12개국 19개 사업은 이미 원유를 뽑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사업에 대한 투자금액은 정부 지원분을 포함해 32억700만 달러이고 투자회수액은 25억900만달러로 회수율 78.2%를 기록중이다. 지난해 말까지 해외에서 확보한 가채매장량은 9억1천600만 배럴로 지난해 원유도입량 8억9천400만배럴의 102% 수준이며 국내소비의 373일분에 해당한다.
 현재 본 석유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사는 국영회사인 석유공사와 삼성, 현대, 대우, LG, 등의 대기업, 대성, 동원 등의 기존 에너지 업체, 현대정유, SK 등의 정유회사 등이 있으나 안정성이 낮은 탐사사업 위주로 참여하여 기대하였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환 위기 이후 대기업들이 해외 유전개발사업을 속속 포기하거나 축소함에 따라 해외 석유개발사업 기반이 붕괴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또한 1984년 대규모 자이언트급 유전인 예멘의 마리브 광구의 성공 후 대박의 환상을 쫓아 기술 검토나 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동일 형태의 사업에 반복적으로 참여한 것이 실패의 주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과거의 실패를 교훈삼아 새로운 전략으로 석유개발 사업에 투자해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대규모의 메이저와 영세한 독립계사의 틈새를 공략하는 것이 적절하다. 즉 메이저사의 전략적 공백지역과 독립계사로서는 부담스러운 요충 지역을 찾아 적극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
 1차적으로 투자비 회수에 대한 위험이 적은 생산광구를 매입하여 자체 원유를 우선 확보해야 한다. 이후 수익금에 따라 개발국 정부에 지급할 세금과 에너지 및 자원산업 특별회계 예산을 활용, 탐사 위험을 제거하여 적극적으로 탐사 사업을 추진하면 성공 시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탐사사업도 일반적인 인식 및 관행과는 달리 성공율이 높은 광구에 투자해야 한다. 개발이 많이 되어 있어 잘 알려진 지역에서의 탐사 성공율은 70%를 상회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술과 자본 수준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전략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곳에 분산 투자하기보다는 투자 지역을 소수의 핵심 유망지역으로 국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같은 지역의 조건으로는 정치적, 경제적으로 안정된 지역, 사회 간접자본이 완비되어 시추비나 생산시설 저렴한 지역, 소량의 생산물도 판매가 용이한 지역 등을 들 수 있다. 석유사업의 사회간접자본 완비 효과의 예를 보면, 중동의 사막지역이나 아프리카 밀림 지역 등 오지에서의 석유개발은 시추비에서는 십수배의 차이가 있으며, 발견 성공시에도 개발비, 특히 운송시설 등에서 엄청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시추의 성공이란 개념이 원유발견이 아니라, 상업적인 요소, 즉, 유전의 개발 인프라 조건, 매장량이나 크기 등이 문제가 된다.
 초기 투자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다양한 분산 투자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즉 가스전 및 유전에 분산 투자하여 유가 변동에 대한 리스크를 극소화하고 유전의 경우도 유종에 따른 분산투자를 통해 유가변동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석유개발사업은 고도의 기술과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장기 투자사업이지만 지난 20년동안 민간기업들의 단순투자사업 정도로만 이해되어 왔다. 업계도 정부지원 만을 바라는 소극적 자세에서 적극적으로 유망 석유개발사업을 발굴하여 사업화 할 수 있는 최고 경영진의 의식 전환과 기술개발 및 전문 인력 양성에도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는 확고한 의지가 절실하다

<이근상 경기대 토목환경공학부 교수/ 2002-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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