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리뷰/ 일본인의 에너지 공포
에너지 리뷰/ 일본인의 에너지 공포
  • 한국에너지신문
  • 승인 2002.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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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일본의 국영석유회사인 일본석유공단(日本石油公團: JNOC)의 공과에 대해 논란을 일본 내에서 벌인 적이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1998년에 당시 일본 국회의 조사에서 통상산업부 미추오 호리우치 장관이 JNOC가 후원한 해외석유개발 사업들이 과연 국가 에너지 안보를 보장하는 수단으로서 필수적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JNOC는 다양한 투자 프로그램과 대부와 대부보증을 통해 24개 일본 석유회사에 자금을 제공함으로써 동아시아, 러시아 극동과 중앙아시아, 중동, 남미 등 각지에서 석유탐사 활동을 해왔다. JNOC는 전세계 110개 이상의 시굴정<&23647>¹<&23648> 시추와 800개의 평가정<&23647>²<&23648> 시추에 재정적 원조를 해왔다.
가장 성공적이었던 해외석유개발은 Arabiam Oil Co. 가 20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의 중립지대 해양 쪽, 즉 Khafji and Hout 조광지역에서 30만b/d의 원유를 생산한 것이다.
그러나 이 유전의 사우디아라비아 쪽 시추권은 2000년 2월에 만료되었고, 일본은 조광권 연장에 실패했다. 쿠웨이트 쪽 조광권도 2003년에 만료된다.
2000년 초 중동 중립지대의 조광권이 만료되기 전에 일본의 전세계 석유 탐사 및 생산의 총합계는 60만b/d 에 달했는데, 이는 대충 총 원유 수입의 13%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러한 형편에서 현재 일본 석유회사들이 진출하고 있는 중앙아시아나 브라질에서 예상밖의 대유전들이 발견되지 않는 한 일본의 해외석유개발은 한층 더 퇴색할 가능성이 있다.
에너지 안보를 위한 목적으로 대충 410억 달러를 쏟아넣은 결과가 뭐냐는 비공식적인 비난도 있다.
JNOC의 활동은 미국 컨설팅 그룹 Booz-Allen & Hamilton이 조사한 1999년 보고서에서 통렬히 비판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JNOC가 수많은 경영 결정 오류를 범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프로젝트의 수행에 대한 감독 실패, 획득 매장량에 비할 때 너무 많은 투자를 탐사활동에 한 점, 전략적 투자의 실패 등을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JNOC는 부실화되어 가는 일본 산업정책의 고전적 예라 할 수 있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없는 국영 석유회사의 공과에 대한 논란이 일본 내에서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직접적인 원인은 중동 중립기대 조광권의 만료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도 일본인들은 에너지 안보에 대해 집단적인 공포감을 고유하게 지니고 있다는 점을 들고 싶다.
20세기에 일본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 보다 훨씬 더 에너지 안보 문제에 관한 망상에 사로잡혀왔다. 최초의 석유 충격은 태평양 전쟁 전인 1941년 미국의 석유금수 조치에서 발생했다.
보다 최근에는 1973∼74년과 1979∼80년의 오일쇼크의 경험에 의해 형성된, 일본인들의 에너지 공포가 특유의 세계관으로 유도되고 있다. 그래서 소위 산업정책과 외교정책을 적절히 혼합해 가는 `자원외교'라는 것이 이 과정에서 등장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인들의 망상기 있는 에너지 공포를 그냥 비아냥거릴 수 있는 게재가 될 것인가?
특히 2001년도의 경우, 석유수입 세계 4위, 석유소비 세계 6위인 우리나라로서는 말이다. 석유를 물쓰듯 펑펑 써대는 무감각한 한국인으로서는 일본인들의 에너지 공포가 심심한 교훈을 던져주는 것은 아닐까?

주)
(1) 석유탐사를 위해 뚫는 유정
(2) 석유의 매장량 평가를 위해 뚫는 유정


<이승재 석유 칼럼니스트/ 2002-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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